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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집수리로드②] 나눔의 손길로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 쌓았죠

 

집수리봉사팀이 잿빛 광산촌의 노후한 주택들을 환하게 밝히자, 이번에는 벽화봉사팀이 작은 어촌 마을을 오색빛깔로 물들입니다. 7월 하순의 뙤약볕 아래서 마주한 담벼락들…. 눈부심에 미간은 절로 찌푸려지지만, 오가는 붓질 사이로 입가엔 미소가 머금어지는데요.

 

지난 7월 16일부터 30일까지 충남 보령, 전남 순천, 경남 창원, 강원 삼척, 충북 제천 등 5개 지역에서 ‘제6회 재난위기가정 집수리로드’가 펼쳐졌습니다. 도배‧장판교체 등 재난위기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집수리봉사가 전개되는 사이 벽화봉사, 세탁봉사, 장수사진봉사를 맡은 봉사자들도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렸는데요. 집수리로드의 꽃, 삼척의 벽화봉사 현장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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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벽화를 선사하기 위해

 

“내 이뻐서 내려와서 자꾸 보잖나. 저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주 딴 동네 같아. 내 속으로 부모님이 돈 대서 가르쳐 놨더니 정말 좋은 기술 배웠다 했다고. 학생들이 그 걸 갖다 이렇게 쓰니 얼마나 고마워.”

 

벽화 작업에 열중인 봉사자들을 보고 지나가던 할머니가 신이 나서 한마디 하십니다. 삼척해수욕장 입구의 2차선 도로(삼척시 뒷나루길) 양 옆으로 벽화봉사가 한창인데요. 벽화의 길이는 총 108m. 어촌 마을의 풍경과 바다 속 모습이 묘사되는 한편, 해수욕을 즐기는 피서객들이 쌔까맣게 그을린 모습이 익살스럽게 표현돼 눈길을 끕니다. 밝은 색감이 푸른 하늘, 바다와 잘 어우러지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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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을 그릴지 고민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이 마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여부에요. 실제로 사전 실사를 나올 때 지자체와 주민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완성된 벽화를 마주한 분들의 반응도 한 결 같이 좋습니다.”

 

지난해부터 2회 연속 집수리로드에 참여하며 벽화봉사팀의 조장을 맡은 허은영(23)씨가 당차게 말했습니다. 벽화봉사팀은 미술을 전공하는 10명의 봉사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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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로드 기간 동안 방문하는 5개 지역에서 2박3일간 벽화작품 하나씩, 총 5개의 벽화를 완성하게 됩니다. 이전의 충남 보령에서는 ‘화합’을, 전남 순천에서는 ‘추억’을, 경남 창원에서는 ‘사계절 축제’를 주제로 벽화작품을 펼쳐보였는데요. 봉사자 차정원(21)씨는 “고생한 만큼 작품에 대한 애착과 만족도가 크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작품을 완성하고 다 같이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요. 3일간 고생했던 게 그때 싹 달아날 정도로 보람이 크죠. 내버려두고 떠나기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요. 이틀 전 지난 창원에서 작업했던 벽화를 시민 분들이 SNS에 올려주신 걸 우연히 발견했어요. ‘우리가 그린 그림이 이렇게 남아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뿌듯했죠.”

 

 

재난위기가정‧소외지역 어르신을 직접 찾아갑니다

 

장수사진봉사팀은 제6회 집수리로드에서 가장 바쁘게 이동했던 팀이었습니다. 7월 26일 하루 동안만 삼척시 성내동주민센터, 삼척종합사회복지관, 가곡면복지회관을 돌며 120km를 이동했습니다. 만나 뵈는 어르신만 하루 평균 100분. 4명의 팀원이 메이크업, 사진촬영, 촬영 보조, 후보정 작업 등을 분담했지요. DSLR 카메라에 조명, 반사판, 배경스크린까지 차려지자 이동식 사진관이 따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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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진(23)씨는 지난 2012년부터 대구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장수사진 봉사에 참여해온 경험이 있었는데요. 짧은 시간의 만남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에서도 능숙함이 배어났습니다.

 

“어르신들은 카메라 앞을 어색해하세요. 사진을 찍고 보면 표정이 경직돼 있기 일쑤죠. 그래서 얼굴이 굳지 않게 최대한 말도 걸어드리고, 웃으실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는 게 중요해요.”(노수진씨)

 

하지만 어르신들의 표정이 굳어버리는 것은 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훗날 자신의 영정사진으로 쓰일 사진을 찍는 것이니, 서운한 마음이 드실 수밖에요. “친할머니‧할아버지의 사진을 찍어드린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는 최동섭(25)씨의 말에서 그런 어르신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봉사자들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집수리로드에서는 세탁봉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희망브리지의 자랑, 세탁구호차량이 함께하기 때문이지요. 세탁구호차량은7.5t의 전용 차량에 18kg급 세탁기와 건조기가 3대씩 장착돼 있는, 대형 이동 세탁소인 셈인데요. 하루 8시간 기준 1000kg의 세탁물을 처리할 수 있는 용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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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에서는 2박3일간 도계읍, 근덕면, 성내동‧정라동에서 세탁봉사가 전개됐습니다. 독거어르신, 거동이 불편한 주민 분들의 해묵은 이불 빨래를 도맡았지요. 세탁봉사에 참여한 박나현(20)씨는 “삼척에서는 하룻밤 새 빨래가 마르기는커녕 더 축축해질 정도로 날씨가 습했다”면서 “건조기를 사용해 두꺼운 겨울이불까지 뽀송뽀송하게 말려서 전해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했습니다.

 

 

2000호 희망하우스 탄생으로 더욱 의미 가득했던 여정

 

제6회 재난위기가정 집수리로드는 충북 제천에서의 일정으로 지난 30일 막을 내렸는데요. 이곳에서 지난 6년간의 정기 봉사, 집수리로드 등 집수리 봉사를 통해 제2000호 ‘희망하우스’가 탄생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2000호 희망하우스의 주인공은 지적장애우를 비롯한 4명의 자녀를 둔 재난취약세대 가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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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봉사를 통해 배선 정리부터 도배, 장판까지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의 모습입니다.

 

7월 16일부터 14박15일간 전개된 집수리로드에서 101명의 봉사자들은 총 211세대에 도배, 장판 교체 등 집수리를 실시했고, 각 지역 5개소, 600m에 걸쳐 벽화 작품을 선사했으며, 약 207세대‧689채의 이불을 세탁하였습니다. 장수사진봉사팀은 총 1100여명분의 촬영을 완료해 후보정 작업 및 인화를 거쳐 각 어르신들께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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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여정에서 검게 그을린 얼굴만큼이나 참가자들에게는 집수리로드에서의 기억이 짙게 남을 것 같습니다. 봉사자들에게 지난 보름의 시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이민규(25)씨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훨씬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면서, “다른 봉사활동에 비해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점이 색다른 경험이었고, 바로바로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이 첫 참가였다는 최웅(23)씨는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며 이렇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여름방학 맞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에요. 다른 지역을 다녀본 경험이 많지 않았거든요. 세 번째 지역인 창원에 이르러서야 어설프게나마 혼자서 벽지를 바를 수 있게 됐어요. 저 때문에 작업이 늦어지는 것 같고, 뭘 해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서있을 땐 피해만 끼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는데, 짧은 기간 동안 조금씩 성장한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서 자신감도 얻었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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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매 순간 '내 첫 번째 크리에이티브'라는 마음으로 여기에 이름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