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사드 발 한류 규제, 중국의 진짜 속셈은?

 

사드 배치 문제로 연일 시끄럽습니다.

나라 안팎의 ‘못마땅함’이 모여 루머를 만들고

그 루머는 고스란히 혼란을 야기합니다.

일국의 대통령까지 ‘유언비어를 자제해 달라’고 나설 정도죠.

 

중국의 한류 규제 소문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미 ‘사드 유탄’, ‘규제 장성’, ‘한류 불똥’ 같은 키워드들이

언론을 도배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혐한’과 ‘반중’ 정서를 거둬내면, ‘팩트’가 보일까요?

 

중국 내 한류를 이끄는 4인방에게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사진: 중국 웨이보)

중국 내 한류를 이끄는 4인방에게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사진: 중국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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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한국 드라마는 모두 사기꾼들이 만든 작품이다. 드라마 속 한국의 모습은 단 한 순간도 진짜가 아니었다. 내가 경험한 한국과 한국 사람들은 드라마 속의 남녀 주인공처럼 친절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한국에서 수년째 유학생활을 하며 젊음을 갉아 먹히고 있는 기분이 든다.”

 

최근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 왔다는 류양의 토로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그녀가 꿈꿨던 (한국 드라마 속의) 한국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도시였지만, 실제로 그녀가 살고 있는 서울 모처의 거주지는 초라하고 외로운 곳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시는 자신과 같은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 드라마와 영화, 콘텐츠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현재 한국 내 존재하는 약 6만여 명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졌다고도 덧붙였죠.

 

그녀의 ‘볼멘소리’는 중국 최대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SNS를 통해 최근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불거진 한중관계에 뜨거운 ‘반한(反韓)’ 감정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한류 예찬’을 늘어놓았던 중국과 중국인들의 목소리가 ‘반한(反韓)’을 넘어 ‘혐한(嫌韓)’에 이르게 된 현실. 이제는 두려운 수준까지 온 건 아닌 지 우려되는 시점입니다.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에서 꾸준히 연재 중인 한국 드라마. 최대 몇 억 뷰의 조회수를 내고 있는 작품도 있다.(사진:http://blog.naver.com/lbizblog?Redirect=Log&logNo=220502191310)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에서 꾸준히 연재 중인 한국 드라마. 최대 몇 억 뷰의 조회수를 내고 있는 작품도 있다.(사진:http://blog.naver.com/lbizblog?Redirect=Log&logNo=22050219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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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앞서 류 양의 볼멘소리는 최근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에 동의했다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만났기 때문이죠.

 

최근 한국에선 (중국의 한류 콘텐츠 규제와 관련해) 다소 수위 높은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정부로부터 비롯된 발언인지 여부는 누구도 확인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그렇다더라’ 식의 보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중국 정부 관계자 중에서 한국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제재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확인해 준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유독 ‘정부기관지’인 인민일보 또는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라는 표현을 빌려, 이들의 발언을 마치 정부의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양상입니다.

 

‘사실’에 입각해 현지 상황을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주된 임무이지만, 광고 수입이 곧 회사의 재정 수입과 연관이 있는 상황에서 마치 올림픽 정신을 실현하듯 ‘더 자극적이고, 더 문제화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며 매시간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돌이켜보면, 류 양과 같이 한국으로 유학 온 유학생 가운데 ‘볼멘소리’를 내지 않았던 이는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국가에서 공부를 지속하든, 유학생의 신분과 처지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죠. 드라마 속 가상현실을 마치 현실인 양 기대하고 떠나온 이가 감내해야 할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꽤 큽니다.

 

그런데 유독 그녀의 발언이 힘을 얻는 이유는 ‘사드 배치’라는 양국의 군사적, 정치적 문제가 발생한 민감한 시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또, 그녀의 목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동조하는 이들 역시 SNS에서 활동하는 개인들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그들이 보이는 극단적, 적대적 반응을 중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치부하는 건 큰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중국에 있어서 한반도의 사드배치는 매우 민감한 군사적‧정치적 이슈다.(사진: Blablo101/shutterstock.com)

실제로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의 사드배치는 매우 민감한 군사적‧정치적 이슈다.(사진: Blablo101/shutterstock.com)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 알려진, 중국 정부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전면적 제재 소문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실일까요.

 

온라인 SNS상에서 떠돌고 있는 ‘금한령’ 명단. 금한령의 대상으로 지목된 53부에 해당하는 한국 드라마와 출연 연예인 명단이 나열 돼 있다. 해당 명단을 처음 작성한 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다만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크게 확산된 바 있다.

온라인 SNS상에서 떠돌고 있는 ‘금한령’ 명단. 금한령의 대상으로 지목된 53부에 해당하는 한국 드라마와 출연 연예인 명단이 나열돼 있다. 해당 명단을 처음 작성한 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다만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크게 확산된 바 있다.

 

*이하에 설명할 내용은 필자가 한국 모 기관으로부터 의뢰받아 작성한 내용에 기반을 두며, 이 내용이 지금껏 상당수 매체에 의해 응용, 보도되었다는 점에서 신뢰를 가져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원고가 필자의 번역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점을 어떻게 확신하느냐고요? 글을 작성해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본인이 쓴 원고는 읽는 순간 ‘내 꺼다’라는 확신이 온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사건의 발달은 이러했습니다. 지난 6월 19일 ‘신문출판광전총국(新闻出版广电总局)’은 ‘대력추동방송TV 프로그램자주창의공작에관한통지(关于大力推动广播电视节目自主创新工作的通知, 이하 통지문)’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해당 통지문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향후 중국 전역에서 운영되는 위성 방송국에서는 해외에서 직접 수입된 TV 프로그램 방영보다 중국 국내에서 제작, 중국풍(中国风) 중국특색(中国特色)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방영해야 한다. 특히 ‘황금 방송 시간대’로 불리는 21시에는 각 위성방송국에서 해외 수입 TV 프로그램 방영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통해 정부는 자국에서 제작된 TV 프로그램의 방영 비중을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통지문에는 지금껏 한중 콘텐츠 제작 미디어 업체 간의 공동제작 방식에도 제동을 걸었는데, 일부 방송국에서 일상적으로 진행해오던, 한국 미디어 업체가 제작을 총괄하고, 그에 대한 막대한 투자금을 중국 쪽 업체가 지원하는 방식 등 일명 ‘공동제작’ 방식으로 완성된 콘텐츠에 대해 ‘해외 수입 프로그램’과 동일하게 치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각 위성 방송국에서는 1일 평균 2개 이상의 해외에서 수입된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없으며, 자국에서 100% 제작된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핵심 인력 가운데 외국인 인력이 포함돼 있을 경우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 모든 과정에 대한 일체의 관리 감독 권한은 광전총국에게 있다고 표기, 막강하게 휘두를 수 있는 법적인 권력을 광전총국에게 부여했습니다.

 

또한, 수입 프로그램 방영을 계획하고 있는 각 위성 방송국에서는 반드시 방영 2개월 전 신문출판광전총국에 신청 및 등록해야 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는데, 만일의 경우 해당 수입 프로그램 방영에 대한 신문출판총국으로부터의 비준등록을 받지 않았을 시, 동 프로그램은 방송국에서 임의적으로 상영할 수 없도록 하는 강도 높은 제한도 함께 예고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사실 ‘사드 배치 문제’와 별개의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제기되는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 측의 한국을 겨냥한 제재가 시작됐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을 정면에서 반박할 사례로 더욱 놀라운 것은, 올해 들어와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제재 규정 신설 방침이 비단 이번만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10일 광전총국은 ‘인터넷 출판서비스 관리규정(网给出版服务管理规定,이하 신규정)’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인터넷 콘텐츠 규제 규정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내용으로, 해당 규정 역시 6월 발표된 통지문과 같은 방식으로 광전총국 홈페이지를 통해 가장 먼저 발표됐죠.

 

해당 신규정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전액 투자한 외국인 사업자와 중국 측 파트너와 합작 또는 합자한 형태로 설립된 기업 등이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를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로 담겨 있습니다.

 

지금껏 중국 소재 방송국, 인터넷 업체 등 각 방면의 콘텐츠 제작국에서 수입하는 해외 콘텐츠의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제작된 것이라는 점을 비추어 보면,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양국 간의 감정의 골이 상하기 이전이었던 지난 3월부터, 중국 정부의 해외 콘텐츠에 대한 제재 규정 하나둘 발표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죠.

 

일부 한국 언론의 주장처럼 사드 배치로 인해 불거졌다는 ‘설’은 그저 ‘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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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들은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 내부에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연일 관련 사진과 기사를 보도 해 오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 내부에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연일 관련 사진과 기사를 보도 해 오고 있다.

 

오히려 현지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제재 방침에 대해 “이번 방침은 정부에 의한 지나친 언론 탄압이며, 창의성을 전제로 제작돼야 할 콘텐츠가 광전총국의 지도하에 제작되는 것은 오히려 자국 산업 발전에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매체대학신문학원(中国传媒大学新闻学院) 측은 이번 통지문의 조치가 “지금껏 해외 콘텐츠에 대한 지나친 중국 내의 의존성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며 “일부 국가의 콘텐츠 제작업체 제재를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인 바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상황을 모두 목격한 현지 거주민들은 최근 한국 언론을 통해 논란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에서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위 높은 제재에 대한 소문이 사실상 ‘와전된 것’이라는 게 한결같은 시각입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한류 제재 분위기가 나오기까지 한국 언론들의 ‘부추기기’ 심보도 한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더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을 담아낼수록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이는 곧장 해당 언론사의 광고 수입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한‧중 관계와 관련한 부정적 시각의 ‘카더라’ 식의 원고를 출고했다는 것이죠.

 

광고 수입이 회사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언론사들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지만, 언론을 신뢰하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의 감정이 몇 가지 ‘맥락 없는’ 기사에 좌지우지되었다는 점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이제 사드 관련 논란이 초래된 지 곧 한 달이 되어갑니다. 지금이야말로 일부 언론이 휘두르고 있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자극적인 기사에 현혹되기보다, 사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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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서울에서 중앙일간지 정치부 국회출입기자로 4년 여간 활동, 서른을 한 해 앞둔 무렵, 아무 연고도 없는 베이징으로 무작정 건너와 현재는 프리랜서 통·번역, 여행 칼럼을 쓰며 자유로운 삶을 만끽 중이다. 저녁 있는 삶에 만족하면서도, 간혹 한국과 한국어, 한국 사람을 그리워하는 조용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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