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뻥 뚫린 지붕, 겨울이 두렵습니다”

기프트하우스 시즌2 재난위기가정 지원 사례③

– 경북 청송군 김재선 할머니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벽. 그 위에 놓인 슬레이트 지붕과는 사람 머리만큼 틈새가 벌어졌습니다. 비닐을 말아 메웠지만 차가운 바람을 막아줄 리 만무합니다. 기울어진 벽은 올 겨울 쓸 장작더미가 겨우 떠받치고 있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위태로워 보이는 이 곳은 경북 청송의 김재선(가명‧82) 할머니 댁입니다.

 

 

여든 평생 내 집 한 번 가져보지 못하고

 

집 내부는 4평 남짓의 좁은 공간에 방 한 칸과 부엌 한 칸이 딸린 단출한 구조였습니다. 이마저도 김 할머니 소유가 아니었습니다. 군유지에 지어진 주인 없는 집에 30년 전부터 살기 시작한 것이지요. 할머니는 여든 평생을 내 집 한 번 가져보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벽이 전체적으로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모습입니다. 지붕은 반대쪽으로 내려앉고 있어 한눈에 봐도 위태로운 모습입니다.

 

군청에는 1962년 신축 건물로 등록돼 있지만, 청송읍사무소의 현정희 사회복지사는 “50년 보다는 훨씬 더 오래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합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곳곳이 매우 낡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집에서 살아온 할머니는 불안한 마음이 오죽했을까요.

 

“바람 불면 들썩 들썩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나요. 지난번에는 저쪽 벽에서 흙이 무너져서 임시방편을 해놨지만 많이 불안하지요. 집이 어찌 될까봐.”

  

불에 타 아랫부분이 소실된 기둥을 쇠막대며 각목으로 간신히 덧대 놓은 모습입니다.(사진 왼쪽) 틈이 벌어진 지붕은 비닐을 말아 메웠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사진 오른쪽)

 

설상가상으로 집을 지탱하던 나무기둥이 소실되면서 벽은 더욱 기울었습니다. 급한 대로 쇠막대와 각목으로 지지대를 만들어 지탱시켰지만 언제까지 버텨줄 지는 모를 일입니다. 당장이라도 다른 주거지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 보조금으로 한 달 한 달 살아가는 김 할머니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받은 이후로는 매달 나가는 의료비 지출도 큰 부담입니다.

 

 

아궁이에 종이박스‧마른 콩대 때며 겨울 났는데…
지난해 직장암 수술로 위생적이고 따뜻한 공간이 간절해

 

큰 수술을 받은 할머니에게 이 집은 휴식의 공간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세탁기도 없는 집에서 지난 겨울도 손빨래를 하면서 보냈습니다. 씻을 곳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몇 해 전까지도 야외에 위치한 수돗가에 비닐과 포대자루를 둘러놓고 몸을 씻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청송읍의 지원으로 판넬 벽면과 지붕이 쳐진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십 년을 세탁기도 없이 손빨래를 하며 살아온 김재선 할머니. 할머니는 “겨울에는 물이 얼어 빨래를 제 때 하지 못할 때도 많았고, 이불 같은 큰 빨래는 남의 집 세탁기를 빌려 해왔다”고 말합니다.

 

재래식 화장실은 옆의 두 가구와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김재선 할머니 댁이 화장실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녹이 슬어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 것 같은 문 손잡이가 열악한 환경을 보여줍니다. 화장실에서 생긴 파리 떼들이 부엌으로 달려들어 식생활도 위생적이지 못했습니다.

 

사진 왼쪽은 녹이 나 삭아버린 화장실의 문손잡이.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하는 재래식 부엌은 불편하고 비위생적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겨울철 난방이었습니다. 그 흔한 연탄보일러도 없어 아궁이에 장작을 때야 하는데, 노령의 할머니가 산에서 나무를 해 온다는 건 어불성설이지요. 김 할머니는 “그래도 두 해 전부터는 읍에서 장작을 패다 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전에는 종이 박스며 밭에서 마른 콩 줄기를 주워다가 하루 하루 방에 불을 놓고 살았다”고 말합니다. 할머니에게 그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평생 꿈만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상자,
‘기프트하우스’가 시즌2로 돌아옵니다

 

지난해 희망브리지는 충북 음성의 독거어르신 4분께 새 집을 선물해드렸습니다. 바로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한 ‘기프트하우스’ 프로젝트를 통해서입니다. 모두 김재선 할머니와 같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에서 불편하고 불안한 삶을 이어왔던, 자력으로 주거 여건을 개선하기 어려운 우리 이웃들이었습니다.

 

기프트하우스는 저소득층 재난위기가정에 영구적으로 지원하는 모듈러주택인데요.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기술로 개발된 이 집은 6평형 공간에 주방, 수납공간, 화장실 등을 완비하고 있습니다. 넓지는 않지만 음식을 조리하거나 화장실에 갈 때 더 이상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지요. 이중창이 시공될 정도로 두꺼운 벽체와 이중 지붕으로 견고함과 단열성능을 고루 갖춰 한겨울 추위에도 끄떡없습니다.

  

지난해 설치된 기프트하우스 내‧외부 모습. 단열 성능을 극대화한 구조로, 내부에는 생활가전이 완비돼 있습니다.
  

시즌2를 맞은 기프트하우스는 한 층 업그레이드된 지원 규모로 찾아옵니다. 지난해 1개 지역(충북 음성) 4세대에 지원했던 것에서, 올해는 4개 지역(경북 청송, 전북 진안, 경기 포천, 전남 장흥) 총 6가구에 기프트하우스를 선물해드릴 예정입니다. 붕괴 위험이 있는 기존의 집은 추석이 지난 후 철거, 한 달가량의 시공 기간을 거친 후 10월 중 새 집 입주가 진행됩니다.

 

“동네 사람들이랑 찰밥 지어먹고 싶어.”

 

김재선 할머니에게 새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입니다. 처음 생긴 내 집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의미였지요.

 

6평, 작은 공간의 기적이 김재선 할머니의 삶에 어떠한 위로를 가져다줄까요. 재난위기가정을 위한 기프트하우스 시즌2,  감동적인 입주식 현장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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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매 순간 '내 첫 번째 크리에이티브'라는 마음으로 여기에 이름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