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하나의 중국’의 아픈 자화상

 

국은 땅덩어리가 큰 만큼, 민족도 다양합니다. 등록된 민족 수만 400여종 이상이라고 하죠. 민족 구분이 안 되는 인구수도 70만 명을 넘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Melting pot’(용광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대다수는 ‘한족’이죠(전체 90%이상을 차지). 하지만 위구르족, 티베트족 등 소수민족의 수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우리와 친근한 대만, 홍콩, 조선족 역시 그런 셈이고요. 한지붕 다민족의 ‘동고동락’이 만만치 않은 이유입니다.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장족(壯族, Zhuang)의 삶(사진:Jay Yuan/Shutterstock.com)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장족(壯族, Zhuang)의 삶(사진:Jay Yua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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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비정상회담’이란 TV 프로그램 아시죠?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참가해 자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현안에 대한 방안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중국 현지에서도 ‘非正常會談’으로 불리며, 꽤나 큰 유명세를 얻고 있죠.

 

해당 프로그램이 자주 다루는 내용 가운데는 각국의 역사에 대한 논의점이 상당한데, 이 가운데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 전쟁과 이후 후속 처리 과정의 미흡성을 지적하는 내용이 유난히 눈에 띕니다.

 

이 경우, 일본 대표자로 참가한 청년은 유독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일본 정부의 역사성 없는 행위에 대해 한국과 중국 대표자들에게 공격을 당하기 일쑤인 것이죠. 특히 중국 대표 청년들은 일본의 침략 전쟁과 이후의 행위에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경우가 잦습니다. 일제가 행한 민족 말살 정책과 중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대학살, 전쟁이 종료된 이후 피해자들이 받았던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논의가 자주 방송되고 있죠.

 

필자 역시 이들의 지적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동의합니다. 일본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과와 사죄의 행동을 보여야 하는 것은 매우 마땅한 행위일 테니까요. 잘못한 것에 대한 행위는 반드시 사죄가 수반되어야 올바른 역사 정립이 가능해진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위 높은 중국 청년들의 주장을 보며, 문득 지금의 중국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합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치 하에 56개 소수민족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그 모습 말입니다.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깃발(사진:samuelwong/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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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지난 달 베이징 하이덴취(海定區) 리우다코우(六道口) 인근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지나가는 행인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범인은 중국 소수민족 출신의 한 남성. 해당 지역 언론은 곧장 사건을 ‘묻지마 살인’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그 남성의 인상착의와 사용하는 말씨, 생김새 등을 자세히 설명한 현상 수배 전단지를 도심 곳곳에 부착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신장 위구르 출신의 20대 후반 남성으로 베이징에서 ‘베이피아오(北標, 타향살이를 하는 농민공을 일컫는 신조어)’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에선 종종 분리 독립을 꿈꾸는 소수 민족 세력들의 움직임이 목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은 종종 폭력으로 비춰지기 쉬운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들의 폭력 성향은 통상 ‘묻지마 살인’, ‘묻지마 폭행’이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등장하죠.

 

소수 민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소수 민족 출신의 일부 시민이 타향살이를 하는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과 처지를 비관해 ‘묻지마 폭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비춰지도록 하는 셈입니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일관된 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외교부 대변인의 모습. (사진: 현지 cctv 방송 캡쳐)

하나의 중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일관된 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외교부 대변인의 모습. (사진: 현지 cctv 방송 캡쳐)

 

앞서 언급한 사건은 자세한 사건 내역과 사건을 저지른 이유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출신 지역이 신장 위구르 지역이니, “분리 독립 세력 중 한 사람이 자행한 사건”이라고 지역 언론들이 풀이했을 뿐이죠.

 

신장 위구르는 중국 내에서도 유독 분리 독립에 대한 의지가 큰 소수 민족 거주지역으로, 실제로 해당 지역민들은 베이징과 상하이, 난징 등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차례 분리 독립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의적인 해석이 힘을 받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죠.

 

이 같은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탓에 대형 도심에선 터미널, 지하철 승합차 시 의무적으로 소지한 물품에 대한 안전 검사를 진행하는데, 매일 아침 붐비는 지하철에서도 어김없이 수 시간을 소요해서라도 무조건적으로 탑승자들의 물건을 검사합니다. 이 경우 뾰족한 물건과 액체는 탑승 시 제거 대상으로 지적되죠.

 

그 검사 과정이 마치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할 때와 유사한데, 천안문 근처의 도심 중앙으로 들어갈수록 몸수색 과정이 길어집니다.

 

이 같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하나의 중국(一个中国, one china policy)’을 지속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하나의 중국이 지켜질 때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의 번영이 가능하며, 이것이야말로 전 세계가 평화롭게 발전하는 유일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 중국이 추구하는 ‘하나의 중국’에 대해 힘을 실어주곤 합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제목의 노래로, 하나의 중국이 가진 원대한 꿈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이미지 DB)

 

과거, 싱가포르 前 리콴유 수상은 ‘하나의 중국이야 말로 깨어지지 말아야 할 절대 진리’라는 논조의 발언을 이어갔고, 전 세계의 ‘영원한 번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의 중국이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죠.

 

또, 주류 경제학자들은 하나의 중국에 포함된 신장위구르, 티베트는 물론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을 아우르는 지역과 지역민들이 독립된 상황보다 중국이라는 커다란 구심체 내에 포함됐을 때에 더 큰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며, ‘중국’이라는 보호막이 그들에게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논조의 주장들을 펼칩니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경제적, 학술적 입장을 떠나 실제로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독립 의지와 이를 탄압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폭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억압을 낳고 있는 모양입니다.

 

현재 독립을 주장하고 꿈꾸고 있는 중국 정부 내의 티베트, 신장위그르 등 모든 소수민족 거주지역에서는 ‘자치’를 표방한 독재정치가 진행 중인데, 중국 정부는 이들의 고유한 언어를 말살하기 위해 고유어가 아닌 중국어를 공식 교육 과정에서 ‘국어’로 가르치고, 중국어로만 모든 행정이 진행되며, 역시 중국어로만 유일하게 모든 직장 시험, 공무원 시험, 대학 진학 시험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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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완전한 자주를 주장하고 있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이를 반대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대만과 중국의 국기를 합성한 새로운 국기 모양. (사진: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 DB)

 

때문에 중국어를 모르는 이들은 간단한 행정 처리도 불가능하고, 대학 진학과 사회 활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어와 중국의 역사를 ‘모국어’와 ‘자국 역사’로 배우고 내재해야 하는 상황이죠.

 

이 같은 상황을 목격하며, 과거 일제 치하 때 한글을 말살하기 위해 취했던 일제의 잔혹한 행위들이 떠오르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또한, 과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그러했듯 자녀를 독립운동가로 키우기 위해 인도 등 일부 국가로 망명을 떠나는 이들이 상당하고, 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중국 공안의 감시를 피해 히말라야 산맥을 넘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가는 길인 것이 틀림없죠.

 

이들 중 상당수는 히말라야 산맥을 미처 다 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을 것이며, 그 중 소수만이 인도의 한 지역에 도착해 독립 운동가 양성 학교에서 진정한 모국어와 모국의 역사를 배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의 중국 대신, 티베트의 독립과 자유를 지지하는 이들이 작성한 듯 보이는 사진. (사진:웨이보(微博))

하나의 중국 대신, 티베트의 독립과 자유를 지지하는 이들이 작성한 듯 보이는 사진. (사진:웨이보(微博))

 

흥미로운 건, 이 같은 타 민족의 독립 의지를 억압하는 정치적 기조에 대해 많은 중국인들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일본이 자국의 과거 역사적 과오에 대해 서술한 역사책을 국정 교과서로 채택하지 않 듯, 중국 역시 자국인들에게 이 같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교육하지도, 언론을 통해 보도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해당 사건에 대해선 온라인 검색 역시 ‘금지어’로 채택, 완전한 정보의 교류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그저 해외 학술 정보 또는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지는 정도로만 그 탄압 상황을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이죠.(티베트, 신장위구르 지역을 방문할 시 외국인들은 반드시 정부로부터 지역 방문을 허가 받아야 하며, 해당 지역에 들어선 이후에도 자신이 잠시 머물고 있는 호텔, 민박집에 대한 내역을 도착 즉시 제출해야 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국인들 가운데서도 이런 중국 정부의 분석과 주장에 대해 동조하고 동의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 알고 있습니다. 과거 일제 치하 속에 일본인으로 살아야 했던 세월이 일본인이 아닌 조선인이었던 우리에게 얼마나 큰 치욕을 가져다주었는지를 말이죠.

 

중국이 말하는 번영은 소수민족이 열망하는 ‘독립’과 ‘자유’를 희생시켜야 가능한걸까요? ‘하나의 중국’이라는 표어 하에 중국과 중국인들이 행사하고 있는 참을 수 없는 ‘폭력’이 일부 소수 민족에겐 얼마나 큰 치욕을 주고 있는지 상기해 볼 시점입니다.

 

필자는 번영은 결과적으로 ‘잘 사는 것’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길로 가는 과정에서 모두가 자유로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유독 ‘하나의 중국’ 속에서 다수의 소수 민족의 희생을 반드시 희생되어야 할 것으로 전제한 것이라면, 그것은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번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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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서울에서 중앙일간지 정치부 국회출입기자로 4년 여간 활동, 서른을 한 해 앞둔 무렵, 아무 연고도 없는 베이징으로 무작정 건너와 현재는 프리랜서 통·번역, 여행 칼럼을 쓰며 자유로운 삶을 만끽 중이다. 저녁 있는 삶에 만족하면서도, 간혹 한국과 한국어, 한국 사람을 그리워하는 조용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 Se-hyun Park

    천안문 이후로 요즘 중국은 지성이 말살된 사회같습니다. 전 예전에 장이모우의 ‘영웅’때부터 정말 한심한 생각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되재 & 고도성장 시기에는 얼마나 많은 민주화 운동이 있었는데.. 학계부터가 중국정부의 개가 되어있으니..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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