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샛노란 단호박

 

이맘때가 되면 눈 앞에 보이는 색이 조금씩 늘어난다. 여름엔 마냥 초록색이기만 했던 것들이 조금씩 변하여 어떤 것들은 짙어지고, 또 어떤 것들은 노란빛을 조금씩 머금기 시작한다. 식탁에 오를 재료들도 색을 갖춘다. 사과도 이맘 때가 되어야 새빨간 홍옥이 나와 색을 뽐내고, 마냥 연두색인 애호박보다는 짙은 초록으로 물든 단호박이 어울린다. 짙은 초록색을 갈라내면 주황빛이 묵직하게 도는 속살이 영락없이 가을의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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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을 썰어다가 찜통에 올려두고 냄비 뚜껑 너머로 익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호박의 색은 점점 짙어만 간다. 익어가는 호박을 보며 내가 어떻게 요리를 하고, 글을 연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생각에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친구들을 만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처음만나서,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계기로 보여줄 꼴 못 보여줄 꼴 다 보여주며 친해졌던 친구들. 우리는 그 때 그렇게 비슷한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서로 다른 시간들을 살고 있다. 마냥 초록일줄로만 알았던 것들이 제각각으로 빛깔을 내는데, 또 얼마가 지나면 다들 비슷한 모습으로 만나지 않을까. 겨울에는 또 온 세상에 회색뿐이니까.

 

 

혼자 먹기 : 단호박

 

  1. 생각보다 단단하므로 칼질을 조심해야한다. 한 손으로 호박을 잡고 다른 손으로 썰기보다는, 바닥에 놓고 칼에 온 체중을 실어서 자르는 쪽이 안전하다.
  2. 호박 속은 먹지 않으므로 섬유질이 남지 않게 긁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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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워서 숟가락으로도 잘 긁어진다.

    TIP 속은 말려서 차를 끓이고, 씨는 말려서 볶으면 훌륭한 견과류가 되기는 하지만 과정이 복잡하다.

  3. 자르지 않으면 상온에서도 오래 가지만, 자르는 순간 보관이 어려우므로 쪄서 냉동보관하면 좋다.
 
 
단호박 레시피 : 단호박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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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단호박 반 개

꿀 두 큰 술

말린 크랜베리(혹은 건포도) 한 줌

사과 반 개

호두 한 줌

요거트 한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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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1. 호박은 8등분 하여 찐다.

TIP 10-15분 정도 찌면 적당하다.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약간 살캉한 느낌이 있되, 젓가락이 잘 들어가는 지점까지 찌면 좋다.

TIP 삶으면 맛이 빠지고 질척해지므로 꼭 찌도록 한다.

2. 호두와 크랜베리, 사과는 다져준다.

3. 큰 보울에 재료들을 몽땅 넣고 섞어준다.

TIP 단호박은 살을 발라 넣어주는데, 껍질이 조금은 섞여도 무방하다.

TIP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하면 단 맛이 살아난다.

 

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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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요리와 사진을 좋아하는 24세.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먹고 사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며, 자유를 찾기 위해 방법 모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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