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부(富)의 쇼케이스, 대륙의 결혼식

 

“웨딩사진 찍는 중국인 커플을 세 쌍이나 봤어.”

얼마 전 유럽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말입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선 파리 웨딩촬영 패키지가 큰 인기라고 하네요. 남보다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유럽행까지 나서다니… 꽤나 요란하다싶습니다. 덕분에 최근 대륙에서 뜨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웨딩산업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이 분야에 새로 고용된 인원만 약 15만명에 이른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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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here/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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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결혼에 대한 두 가지 단상이 있습니다. 일생의 단 한번, 단 한 사람과 맺어질 인연이라면 평생을 걸쳐 변하지 않고 사랑할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 그리고 결혼이야말로 타고난 사회, 경제적 지위를 자의에 의해 변경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이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의 배우자를 만나 인생 뒤집기에 성공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죠.

 

어느 것이 모범답안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더욱이 아직 결혼의 과정과 결과를 경험해보지 않는 청춘들에게는 여전히 미지수인 영역이죠. 그 결혼이 가진 천태만상의 모습이 바로 여기 중국에 있습니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여기는 ‘더 좋은 결혼’ 도대체 어떤 형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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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봄⋅가을은 최고의 결혼 시즌입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죠. 매년 이 시기를 중심으로 1천만 쌍의 부부가 새롭게 탄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결혼 트렌드 중 하나는 만혼(晩婚)입니다. 예비부부의 연령대가 과거보다 크게 늦어졌고, 그런 경향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는 양상이죠. 한국에선 이미 오래 전 사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던 늦은 결혼이 중국에선 최근에야 새로운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여성의 교육과정이 길어지고, 사회적인 위치가 상승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과거 20대 초반에 결혼을 하고, 임신‧출산 과정을 경험했던 젊은이들이 서른 이후로 결혼을 미루면서 생기는 일이죠. 이런 경향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더 강해집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여성들이 해외 유학도 많이 가고, 요직에도 많이 진출하면서 결혼 적령기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10여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25세의 여성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 여성에게 결혼을 하지 못할 개인적인 문제가 있다고 여기며 ‘노처녀’라는 딱지가 붙곤 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시선이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 한 호텔에서 개최된 결혼식에는 마치 영화 촬영장을 방불케 할 정도의 대규모 촬영 스텝들이 출동해 하객들을 놀라게 했다. 해당 촬영 스텝들은 결혼식 당일 촬영을 위해 동원된 업체 직원들이었다. (사진: 중국 웨이보(微博))

중국 베이징 한 호텔에서 개최된 결혼식에는 마치 영화 촬영장을 방불케 할 정도의 대규모 촬영 스텝들이 출동해 하객들을 놀라게 했다. 해당 촬영 스텝들은 결혼식 당일 촬영을 위해 동원된 업체 직원들이었다. (사진: 중국 웨이보(微博))

 

늦어진 결혼 시기가 여성의 사회적 진출로 인한 것인 만큼 늦은 결혼을 결심한 이들의 결혼 형태는 전보다 더 크고 화려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마치 더 크고 화려하며, 더 큰 돈을 들여 다소 과장된 결혼식을 하는 것이, 성공한 결혼의 모습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 같은 성향에 대해 “한국도 비슷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은 결혼식장을 찾은 하객들에게 돈 봉투를 전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깁니다. 이를 ‘홍빠오(紅包)’라고 부르는데, 지인과 친척에게 먼 곳에서 찾아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전하는 돈이죠. 이런 풍습으로 인해, 해당 결혼식이 얼마나 성공한 결혼인지 여부가 바로 그날 받는 돈 봉투의 액수로 결정짓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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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판 결혼식을 위해 피로연이 열리는 호텔 일부를 통째로 대여하거나, 선상 결혼식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성 결혼식이 진행되는 일이 잦다. (사진:중국 웨이보(微博))

호화판 결혼식을 위해 피로연이 열리는 호텔 일부를 통째로 대여하거나, 선상 결혼식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성 결혼식이 진행되는 일이 잦다. (사진:중국 웨이보(微博))

 

과거에는 사탕, 초콜릿, 담배, 지역 특산품 등을 빨간 봉투에 넣어 선물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으나, 최근에는 홍빠오에 일정 액수의 돈을 넣어 하객들에게 선물하는 형태로 변질되었습니다. 

 

이 때 홍빠오 안의 금액에 따라 해당 결혼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게 되는데, 하객들은 전달받은 홍빠오 금액에서 해당 결혼의 주최자인 신랑 신부의 사회적 위치와 부의 정도를 가늠하고, 평가하게 되는 것이죠.

 

홍빠오에 넣는 금액은 천자 만별입니다. 일반적으로 100위안(약 2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 위안까지 이를 때도 있죠. 해당 금액을 하객 전원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결혼식 주최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결혼식 형태가 큰 호텔에서 2~3시간 이어지는 긴 과정이고, 우리처럼 결혼식 당일에만 하객들에게 피로연을 베푸는 것도 아닙니다. 식 전날부터 본식이 진행되는 이튿날 저녁까지 약 2~3일에 걸쳐 피로연장을 통째로 대여해야 합니다. 이러한 피로연의 전 과정을 결혼 주최자들이 책임져야 하는 것을 일종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수억 원의 결혼 비용을 소비하게 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또 피로연에서 진행하는 각종 이벤트 행사 진행자로는 유명 연예인이 사회자로 초빙되는 일이 상당하고, 피로연에 참가하기 위해 먼 지역에서 찾아온 지인들에게 결혼식 주최자들이 호텔 경비 일체를 지불해 주는 것이 일반적인 미덕으로 여겨지는 탓에 큰 액수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중국에선 연 평균 1천만 쌍의 부부가 탄생하고 있는데, 예식과 관련한 산업 규모는 자그마치 약 300조원에 달합니다.

 

최근 예식전문업체 ‘핀아지에훈망(拼啊结婚网)’에선 “베이징, 상하이등 1선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중산층 자녀 평균 예식장 대관료가 6천만 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더욱이 일부 젊은 세대들은 한국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전 과정을 일컫는 말)’ 3종 세트를 위해 수 천 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는데 망설임이 없는데, 해당 과정은 과거 중국의 결혼 문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과정이 추가로 생겨난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 산 또는 일본에서 제작된 맞춤 드레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메이크업은 한국인 메이크업 전문가를 초빙하며, 스튜디오 촬영은 해외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는 것이 성공한 결혼의 표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예비 신부들은 한국 청담동을 직접 방문해 드레스를 공수하거나, 메이크업 전문가를 직접 초빙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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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국 웨이보(微博))
(사진: 중국 웨이보(微博))

 

이 모든 사례는 최근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며 직접 경험한 사실을 나열한 것입니다. 필자에게는 좋은 친구이자, 중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신 분들이었기에 누구보다 큰 축복을 빌었지만, 그 규모와 형태에 수억원이 소요됐다는 점에서 가슴 한 편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죠.

 

‘이들 예비부부가 혹시 잊고 있었던 것은 없었을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자 성공한 결혼의 표본으로 여겨지길 자처하는 동안, ‘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생경한 기대감과 그 뒤에 이어지는 설렘의 푸릇한 감정이 잊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두 사람만의 내밀함으로부터 오는 소소하고도 나른한 행복이, 더 크고 더 화려하며 더 많은 이들이 감탄하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동안 쉽게 가벼이 여기는 대상으로 전락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그러면서 현재의 중국 결혼 문화가 오히려 ‘사랑의 무덤’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사실 불편한 마음도 있습니다. 외연적인 확대만을 최상의 목표로 삼고 있는 듯 보이는 현재 중국 결혼 문화를 보고 있자니 과거 우리나라의 일부 계층에서 행했던 화려한 ‘호텔 결혼식’과 예단이라는 명목 하에 수억 원의 금액이 오가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요.

 

향후 이들의 결혼 문화가 얼마나 더 크게 확대되어야만 그 행보를 멈출 수 있을지 예견할 수 없지만, ‘더 크고, 더 비싼 것’만이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문화로 인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가졌던 본래의 순수한 감정이 바래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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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서울에서 중앙일간지 정치부 국회출입기자로 4년 여간 활동, 서른을 한 해 앞둔 무렵, 아무 연고도 없는 베이징으로 무작정 건너와 현재는 프리랜서 통·번역, 여행 칼럼을 쓰며 자유로운 삶을 만끽 중이다. 저녁 있는 삶에 만족하면서도, 간혹 한국과 한국어, 한국 사람을 그리워하는 조용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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