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전갈과 참새 튀김은 왜 먹는거죠?

 

“진짜 미식가에겐 중국이지.”

 

얼마 전 지인들 사이에서 한‧중‧일 요리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습니다. 식도락의 천국은 일본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인가 싶더니, 어느새 중국세가 강해집니다. 하지만 뭔가 께름칙한 구석도 있습니다. 희귀 아니, 혐오에 가까운 식재료들도 거뜬히 소화하는 중국인들의 배포 큰 식성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사진:Cardaf/shutterstock.com)
(사진:Cardaf/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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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왕푸징(王府井)’에는 ‘샤오츠지에’(小吃街‧간식거리)라고 불리는 명물 거리가 있습니다. 마치 한국의 명동과 같은 곳이죠. 365일 언제든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대형 관광버스와 유명 호텔이 자리해 있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전 세계 각 국에서 모여든 여행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왕푸징 동서남북으로 1km 이상 길게 뻗은 샤오츠지에는 지역 명물 간식들을 맛볼 수 있는 거리입니다.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며 골목을 메운 갖가지 간식 상점을 구경하고, 음식을 구매해 시식해보곤 하죠.

 

이곳에서 판매되는 음식들은 대체로 나무 꼬치에 갖가지 재료를 꽂아 석쇠에 구운 뒤 각종 향신료를 뿌려 판매하는 것들입니다.

 

가격은 꼬치 4~5개 당 10위안(약 1800원) 남짓. 관광객들은 저마다 양 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줄 서듯 이동하며 관광하는데, 이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식재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잠자리 꼬치구이, 귀뚜라미 간장 조림, 참새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채 밀가루를 입혀 튀긴 꼬치 등 경악할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중국에선 다리가 달린 것이라면 의자 빼고 모두 먹어치운다”는 속설을 들은 바 있지만, 이런 혐오식품만 골라서, 즐겨 먹는 그 속내는 대체 무엇일까요.

 

혐오식품만 골라 먹는 속내는 대체 뭘까요?(사진: 제인린)
혐오식품만 골라 먹는 속내는 대체 뭘까요?(사진: 제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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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중국과 중국인들의 삶의 양식에 대해선 갖가지 속설이 난무합니다. 그 가운데는 사실인 경우도, 그저 괴기한 소문인 경우도 있죠. “참새 튀김과 잠자리, 귀뚜라미 구이를 가정식으로 즐겨먹는다”는 소문은 단언컨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왕푸징은 한국의 유력 신문, 방송과 매거진 등을 통해서도 많이 소개됐습니다. 타 지역에서 성행하는 야시장이 대부분 인근 지역 주민들에 의해 활성화된 것이라면 왕푸징의 샤오츠지에는 중국 정부가 조성해 운영하며 여행자들에게 소개하는 곳이죠. 내국인보다 한국과 일본 등 해외 여행객들에게 더욱 알려진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 ‘샤오츠지에’ 거리에서 판매되는 각종 꼬치류. (사진: 제인린)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 ‘샤오츠지에’ 거리에서 판매되는 각종 꼬치류. (사진: 제인린)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 ‘샤오츠지에’ 거리에서 판매되는 각종 꼬치류. (사진: 제인린)

 

특히 오후 5시 이후에 장이 서기 시작하는 이 지역 일대의 야시장의 ‘홍등(紅燈)’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언론이라면 빠짐없이 소개할 만큼 이목이 집중된 곳이기도 합니다.

 

‘샤오츠지에’와 야시장은 모두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에 인접해 있는데, 주말이면 한 줄로 길게 선 여행객 무리들이 이 곳 먹거리 골목을 줄지어 이동하는 이색적인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행객들이 양쪽으로 길게 조성된 상점 사이의 좁은 통로를 통해 이동하다보니, 상점 주인들 입장에선 빠르게 이동하는 여행객 무리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지상과제를 안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일명 ‘목’이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없는 상인들은 상품을 더 자극적이고 더 눈에 잘 띄는 것으로 구성하기 마련인데, 이 때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갈, 귀뚜라미, 잠자리, 참새구이 등 다양한 형태의 희귀 식재료들인 것입니다.

 

이 일대에서 판매되는 괴기한 식재료에 대한 소문은 오해를 일으키기 딱 좋습니다. 이곳이 외국인들에게 워낙 유명세를 얻은 관광지이기 때문이죠. ‘자극’을 위한 상점들의 경쟁이 “중국인들이 이 같은 음식을 즐긴다’는 오해를 낳는 셈입니다.

 

실제로 중국인들이 자주 듣게 되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왜 이런 음식을 즐겨 먹느냐”는 것이랍니다. 필자 역시 중국인의 음식 문화에 대해 이 같은 편견을 가졌던 때가 있었고요.

 

하지만, 중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깊은 문화를 향유한 국가이며, 특히 먹을거리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더 깊은 경지에 이른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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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으로 만나는 중국(舌尖上的中国, a bite of china)’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중국 각 지역 요리(사진: cctv 영상 캡쳐)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舌尖上的中国, a bite of china)’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중국 각 지역 요리(사진: cctv 영상 캡쳐)

 

중국인들은 “먹는 문제야 말로 인간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깁니다. 실제로 아주 오래전 노자(老子)는 ‘허기심실기복’(聖人虛其心實其腹‧마음은 비워주고 배는 채워주라)고 했죠. 이는 중국인들이 가장 우선으로 꼽는 정치사상 중 하나입니다. 정치란 본래 ‘욕심나는 것을 백성에게 보여 혼란을 가중시키기보단, 인간의 배를 채우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죠. 필자 역시 아주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입니다.

 

다스리는 방법 또한 음식에 빗대곤 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는 노자의 말은 먹는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비로소 이상(理想)이 실현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는 ‘예기’, ‘식경’, ‘제민요술’ 등 수많은 문헌을 통해 다양한 요리법이 전수되었으며, 먹을거리가 하나의 문화로 여겨지며 발달을 거듭해 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진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방송 CCTV의 역대급 간판 프로그램으로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舌尖上的中国, a bite of china)’ 시리즈가 한 손에 꼽히고, 매년 수 천 만권의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는 출판 시장의 거대 화두 역시 ‘요리’와 관련된 서적들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대표 프로그램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舌尖上的中国)’의 중국 내 인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난 2012년 첫 시리즈 제작을 시작으로 총 3편의 시리즈, 24회 분이 방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방영된 채널의 수만 CCTV1, CCTV2, CCTV7, CCTV9 등 4곳에 달하죠. 인터넷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쿠투도우(优酷土豆)’을 통해서도 실시간 시청이 가능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진샤오칭 총 감독은 제작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국인은 고통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냈어요. 맛있는 음식도 그 중 하나죠. 중국인에게 음식은 생존이자 삶의 즐거움입니다.”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舌尖上的中国, a bite of china)’ 식재료를 직접 재배하는 농부의 모습. 이 프로그램에선 지금까지 150명의 인물과 300여종의 음식이 출연했다. (사진: cctv 영상 캡쳐)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舌尖上的中国, a bite of china)’ 식재료를 직접 재배하는 농부의 모습. 이 프로그램에선 지금까지 150명의 인물과 300여종의 음식이 출연했다. (사진: cctv 영상 캡쳐)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하면 네티즌들은 “다이어트는 물 건너갔다”, “단체로 살찌는 소리가 들린다” 등의 즐거운 불평을 하곤 합니다.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끼친 인기와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죠. 여행음식(1편), 며느리도 몰라(2편), 계절음식(3편), 가정음식(4편), 신비의 맛(5편), 퓨전음식(6편), 하루세끼(7편), 제작 후기(8편) 등으로 구성됐는데, 재방, 3방, 4방을 넘어 총 15차례에 달하는 재방송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식(食)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중국. 하지만 웬일인지 한국에 비춰지고 있는 중국인들의 먹을거리 양상은 더럽고 누추하거나 흉물스러운 길거리 음식들이 주류처럼 소개되고 있는 것이죠.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일부 관광지역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전갈, 잠자리, 귀뚜라미 등 각종 곤충 튀김들이 마치 중국인들의 식탁에 매일같이 오르고 있는 가정식처럼 여겨지고 있는 겁니다. 물론 이들 역시 분명한 중국의 식재료 중 하나겠지만, 단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혹자는 “중국에서만큼은 ‘중국 전문가’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오천년 역사를 품은 거대한 대륙 중국에서 지역 전문가란 말은 있어도, 중국 전문가란 말은 없다는 것이죠.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요.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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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서울에서 중앙일간지 정치부 국회출입기자로 4년 여간 활동, 서른을 한 해 앞둔 무렵, 아무 연고도 없는 베이징으로 무작정 건너와 현재는 프리랜서 통·번역, 여행 칼럼을 쓰며 자유로운 삶을 만끽 중이다. 저녁 있는 삶에 만족하면서도, 간혹 한국과 한국어, 한국 사람을 그리워하는 조용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 Namoo So

    중국친구들과 얘기해봐도 그런 음식은 잘 안 먹는다더군요. 많고 많은 요리들을 두고 그런걸 굳이 먹을 필요가 없겠죠 ㅎㅎ 작가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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