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프롤로그: 장애인 바이러스가 있다? 없다?

 

귀엽게 웃는 이 아이의 이름은 김동환입니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동네 바보 형’으로 불리게 될 것입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장애인이기 때문이지요. 이 아이는, 제 아들은, 정말 바보일까요? 혹시 마음이 어린 사람들만 사는 먼 우주에서 지구로 불시착한 어린왕자는 아닐까요? 지구의 터줏대감인 우리들이 그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이해할수록 우주에서 온 어린왕자들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답니다. 이 연재는 그런 이유에서 시작합니다. 어린왕자이면서도 동네 바보형으로 불리게 될 이 아이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어서요. 

 

 

“아가가가~ 아갸! 아갸!”

 

얼핏 봐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이 외계어를 내뱉을 때면 장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아주 밉살스러운 말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 여덟 살의 몸뚱이에 생후 200일 된 아기의 옹알이를 하고 있으니 금방 티가 난다. “아~ 장애인이구나~”

 

아들이 장애인인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처음엔 신기한 듯 곁눈질로 쳐다보다가 마치 ‘장애인 바이러스’에 옮기라도 할 듯 거리를 둔다.

 

“얘는 왜 말을 못해요?”라고 물어오는 용기 있는 아이들도 더러 있는데 그런 아이들은 질문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엄마들에게 이끌려 간다. 이전까진 잘 놀던 아이들이 우리 아들에게 관심을 나타내는 순간 정의의 사도인 엄마가 등장해 아이를 구출해 가는 것이다. 학원을 가야 한다는 등 빵집에 가자는 등 자리를 떠야 할 이유가 즉석에서 만들어진다.

 

그 때마다 나는 “장애는 전염병이 아니예요. 옮지 않아요. 그냥 같이 있어도 되는데…”라고 속으로만 외친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을 부담스러워 한다.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는 것이다. 어색하고, 잘 모르고, 부담스러운 자리는 피하는 게 상책. 그래서 아들 주변에는 언제나 공간이 남는다.

 

(Tropinina Olga/shutterstock.com)
(Tropinina Olga/shutterstock.com)

 

고백하자면 나 역시 그랬다. 장애인을 전염병 환자와 같이 보았던 것이다. 내가 장애인을 처음으로 본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혜화역 4번 출구 앞에 휠체어에 앉아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이 있었다. TV에서 보던 것처럼 팔도 비틀려 있고 말하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그 옆을 지나가야 했던 난 살랑거리는 예쁜 치마가 혹시 장애인에 닿기라도 할까봐 잔뜩 긴장한 채 걸음을 옮겼다. 마치 옷깃이 닿는 순간 장애인 바이러스가 옮기라도 할 것처럼.

 

내가 심성이 나빠서 그랬을까? 아니다. 생소했기 때문이다. 접한 적 없는 미지의 생명체였기 때문에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아들이 겪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아가가가~”라는 옹알이를 하고 머리를 흔들며 제자리 뛰기를 좋아하는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른다. 그동안 살면서 접해본 적이 없는 생명체라 한 자리에 있는 것이 불편하고 두렵다.

 

그래서 알리고자 한다. 장애인인 내 아들에 대해서. 이 아이가 살고 있는 삶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여덟 살 몸뚱이 속에 두 살 난 아이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김동환 어린이에 대해서. 단지 아는 것만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조금은 불식될 수 있을 테니까.

 

내 아들은 조산에 의한 출산 시 뇌손상에 의해 장애가 왔다. 30대 결혼, 난임, 인공수정에 의한 쌍둥이 임신, 다태아 임신으로 인한 조산 등 최신 트렌드를 그대로 거쳤다.

 

임신 7개월에 들어선 어느 날 밤 남편의 놀란 목소리가 들린다. “자기 오줌 싸?” 내 몸을 확인하니 하체를 타고 따뜻한 물이 조르르 흐르고 있다. 처음엔 나도 소변인 줄 알았다. “힝~ 배가 무거우니 오줌보 조절도 안 되나봐”.

 

하지만 이내 소변이 아님을 깨닫는다. 흐르는 물의 색깔이 맑고 미끄덩거렸던 것이다. “오 마이 갓! 양수잖아!” 이란성 쌍둥이라 각기 다른 양수를 갖고 있던 아이들. 자기 양수가 터진 딸은 뱃속에서 빨리 나오고 싶어서 난리가 났다.

 

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출동! 그런데 조산이기 때문에 아이가 위험할 수도 있어서 소아청소년과 담당의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출산을 할 수가 없단다. 그 새벽에 산부인과 의사의 손을 잡고 진통이 올 때마다 배에 힘을 빼는 방법으로 출산을 늦췄다. 나오려고 꿈틀대는 아이를 못 나오게 막는 상황이라니….

 

어쨌든 의사가 도착한 뒤 딸은 신속하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문제는 2번 타자인 아들. 배 위쪽에서 따뜻한 양수 안에 싸여 있던 아들은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30분이 넘어가자 의사가 제왕절개를 명한다. 더 이상 지체되면 아이가 위험하단다. “아니 선생님. 한 명은 자연분만하고 한 명은 제왕절개를 한다고요?” 수술실로 실려 가면서 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할 걸. 밑에도 찢고, 위에도 찢다니…. 나는 두 군데나 아파야 하잖아. 이런 억울할 데가….

 

수술 장비들이 몸 위에 장착되는 동안 의사에게 말했다. “이번에 진통 오면 딱 한 번만 더 힘 줘 볼께요. 혹시 그 때 나올 수도 있잖아요”. 승낙을 받은 뒤 진통이 오자 젖 먹던 힘을 다해 힘을 주었다. 으으으으으으으윽 퐈이어!

 

두 번째 양수가 촤악~하고 터지며 아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내 들려야 할 응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수술실을 가득 메운 적막함. 뱃속에서 오래 지체한 탓에 아이가 축 늘어져서 숨을 쉬지 않았던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아들 주위로 다급히 모여든다. 두려움이 엄습한 난 “왜 아이가 안 울어요? 왜 아무 소리가 안나요?”라는 공허한 외침만. 얼마 후 “에~”하는 갓난아이의 작은 한숨 소리 들렸다. 그 한숨 같은 최초의 호흡으로 아들은 살아났고 그 때 입은 뇌손상으로 장애인이 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 번 더 말하지만 장애는 옮는 전염병이 아니다. 지적장애의 경우, 정신지체가 발생할 원인은 200여 가지도 넘지만 그 어디에도 ‘전염’에 의한 것은 없다.

 

재미있는 건 누구나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장애인을 만나면 사람들은 전염성 강한 메르스 환자라도 만난 듯 행동을 한다.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장애인 주변으로 넓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우리들의 그 같은 행동이 장애인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지 능력이 낮다고 해도 우호적이고 적대적인 환경에 대한 비상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눈치’가 발달한 것이다.

 

그 때마다 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마음을 언어로 조리 있게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위축이 된다. 실패감을 느낀다. 스스로 낮은 기대치를 갖게 되고 이는 새로운 경험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구를 좌절시킨다.

 

우리 아들은 아직 여덟 살이라 이 단계까지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한국지적장애인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그렇단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장애인을 마주치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답은 누구나가 알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모르는 타인이 옆을 지나간다고 몸을 피하지 않는 것처럼, 처음 보는 사람과 옆에 앉는 게 싫다고 자리를 뜨지 않는 것처럼, 장애인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처럼 보아주고 행동하면 된다. 자신을 꺼리고 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장애인들은 사회에 소속돼 있다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러스트: andere andrea petrlik / shutterstock.com)

 

장애인. 어감 자체가 무겁고 왠지 회피하고 싶어지는 단어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들도, 내 아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다만 마음속에 우리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어린왕자가 살고 있을 뿐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구인이었던 우리와 달리 먼 우주에서 온 그들은 지구의 생활양식과 지구인들과 관계 맺는 걸 매우 천천히 시간을 들여 배워 나가야 한다.

 

나는 바란다. 대한민국의 많은 어린왕자들이 무사히 지구에 안착하기를. 지구에서의 적응에 실패해 나홀로 행성 안에 갇혀버리거나 우주로 떠나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그러기 위해 지구인들이 조금만 더 호의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봐주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Stoliarova Daria/shutterstock.com)

 

동네 바보 형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장애인 월드’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에피소드별로 전합니다. 모르면 오해지만, 알면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런 비장애인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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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

동네 바보 형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장애인 월드’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에피소드별로 전합니다. 모르면 오해지만, 알면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런 비장애인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 소개

전직 정치부 기자. 쌍둥이 조산 이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생활도 처음이지만 장애인 아이의 엄마는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그들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믿고 싶어 하는, 한창 순수할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