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아르헨티나와 아이들의 상영회

 

“잠시 후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올라 상영회를 시작할 예정이니. 휴대폰은 무음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음으로 다들 바꾸셨죠?”

 

“네!”

 

객석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있습니다. 사회자가 등장하자 “와! 사회자 예쁘다”라는 환호로 답하며 스마트폰 셔터를 연신 누릅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사람은 객석에 자리한 이들과 함께 영화‧영화제를 준비한 이가흔, 문유진 학생.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스크린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올라상영회!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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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흔 친구, 문유진 친구가 주영상 선생님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4일,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아트드림 영화제작소-올라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3기째를 맞이한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는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와 현대자동차그룹이 함께하는 청소년 영화인재 육성 프로그램인데요. 총 30회기의 과정으로 인문‧문화예술과 시나리오, 촬영, 편집 등의 전문적인 영화 제작 교육이 펼쳐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로 예술 체험의 기회를 통해 더 넓은 시야로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지요.

 

이날 상영회가 유난히 특별했던 이유는 아르헨티나 청소년들도 같은 시간에 영화를 보는 ‘동시상영회’였기 때문입니다. 지구 정 반대편의 아르헨티나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공간과 문화는 한국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직접 제작한 영화를 다른 나라의 또래 청소년들과 교류하는 상영회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렇게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3기 청소년들과 아르헨티나 청소년들이 영화라는 공통 언어로 만났습니다.

 

왜 영화였을까요?

 

올라상영회에서 상영된 영화를 제작할 때 3가지 규칙이 있었습니다. 18쇼트(shots‧카메라가 촬영을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의 연속적 장면)를 넘기지 말 것, 대사는 없을 것, 상영시간은 10분을 넘지 말 것. 제한된 규칙이 있었기에 음악을 고르고, 의상을 선정하는 등 한 편을 제작하는데 다양한 창의력이 요구됐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영화일까요.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3기의 주영상 대표강사가 “영화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고 같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영화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예술이 아니라 ‘함께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인 것이죠.

 

청소년들이 <Dear My Friend>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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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상영회> 참여작 5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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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Friend>

A는 꽃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옆에는 친구인 B가 있다. 사람들이 내리고 엘리베이터에는 A와 B만 남았다. B는 A를 아는 듯 보이지만 A는 무시한다. A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B가 따라간다. A는 건물 옥상에 도착하고 A는 들고 온 꽃을 B의 추모를 위해 놓인 사진 옆에 놓는다. A가 옥상에서 나가고 B는 쓸쓸히 옥상에 혼자 남는다.

 

<DESTINY>

마음에 드는 안경 광고포스터를 보고 있던 여자. 길을 걷다 뛰어가던 수상한 사람과 부딪히고 그 사람이 떨어뜨린 안경을 쓰게 된다. 그 후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된 여자, 그리고 그녀를 쫓아오는 운명은?

 

<치킨 전쟁>

배고픈 백수들. 그들은 항상 배가고프다. 그때 그들의 눈에 들어온 치킨 한 마리. 그들은 치킨 한 마리를 두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데… 그 속에서 비춰지는 인간의 이기심. 이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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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remain)

태현이와 제원이, 성미는 장난을 치며 놀고 있던 중 실수로 제원이가 벽에 머리를 부딪히고 그 위에 올려져있던 꽃병에 맞아 크게 다치게 되었다. 자신의 죄를 벗고자한 성미는 친구들에게 태현이에게 누명을 씌우고, 영문을 모르는 태현이는 친구들의 무시와 따돌림에 힘들어한다. 성미는 그런 태현이에게 자신과 다시 같이 다닐 것을 권유하고, 고민하던 태현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을 고립시킨 친구들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관심>

진실이는 진정한 친구 승호가 있다. 하지만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며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관심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진실이의 행동은 점점 더 미쳐 가는데, 결국 진실이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이때 승호는 진실이의 모습을 감추고 거짓된 모습으로 꾸며준 분장을 지워주고 진실이를 위로해준다.

 

 

다섯 편의 영화가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유독 연출의도에 대한 질문이 많았는데요. 조그만 요소 하나하나에도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입니다. <관심>을 본 한 학생이 “영화를 찍으면서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는지 담고 싶었는지 궁금했다”고 묻자 연출을 맡은 안나영 학생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생각보다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은 것 같다”면서 “놀림감이 되면서까지 관심을 받으려는 욕심을 슬프게 담아내, 자신 옆의 진정한 친구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고 밝혔습니다.

 

배경음악과 의상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관심>에서 손가락질을 받을 때 진지한 음악이 아닌 익살스러운 배경음악을 사용했던 이유와 놀림을 받는 인물만 혼자 다른 색상의 옷을 입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편집을 맡은 조용현 학생은 “놀림거리가 된다는 의미로 의도적으로 웃긴 음악을 사용했고, 파란색으로 통일된 옷으로 모두들 조화롭게 어울리는 반면 진실이(주인공)에게만 다른 색의 옷을 입혀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학생들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의견을 모으고 설득하는 경험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주영상 선생님은 “사람이 모이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런 부분을 해결하면서 갈등의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한 것 같다”고 총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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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영화가 선사한 소통과 공감의 시간

 

한국의 학생들이 영화를 보고 있던 저녁 시간, 아르헨티나의 청소년들은 아침 7시부터 상영회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이들도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친구들과 같은 미션을 가지고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8월 초부터 매주 토요일이면 모여 시나리오 편집과 촬영, 연출 등을 배우고, 직접 연출과 연기를 맡았다고 하는데요. 한국 청소년들의 영화가 끝나자 아르헨티나 친구들의 작품 <죠니야 착하게 굴어>(Johnny Be Good)가 이어졌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학교 주변에 ‘스톤’이라는 마을과 ‘체첼라’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이 두 마을에 사는 친구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두 마을의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서로 비난하고 헐뜯고, 패싸움까지 하면서 두 마을의 아이들은 상대방 마을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영화는 체첼라에 사는 주인공 죠니와 스톤에 사는 어느 여자아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르헨티나 친구들이 사는 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주의 에스코바시. 에스코바 3번 고등학교(공립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9명이 참여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간의 시설과 수업질의 차이가 크며, 무엇보다 예술 교육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학교 주변 빈민촌에 사는 학생들이 함께했는데, 교내 예술 및 영화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유난히 열성적이었던 이유입니다.

 

아르헨티나 친구들의 작품 상영이 끝나고 학생들은 잠시간 각자의 메모지에 질문을 적었습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스크린에서 연기를 하던 아르헨티나 친구들이 화상채팅을 통해 스크린에 등장했습니다.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친구들은 손을 흔들며 다 함께 인사를 건넸습니다.

 

“하나, 둘, 셋,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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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아르헨티나 학생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이윽고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친구들은 이날 상영회에서 어떤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는지, 어떤 배우가 기억에 남았는지 말이죠. 스크린 속 청소년들이 웃으며 하나하나 대답하자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친구들도 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한 학생은 “아르헨티나의 영화 현장은 한국과 달리 위험하지는 않았느냐”며 걱정스레 물었습니다. 이에 주인공 죠니 역을 맡은 에릭 멘도사는 “영화에 나오는 동네들이 얼핏 보기엔 치안이 불안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우리는 잘 아는 곳들만 찾아갔기 때문에 위험을 느끼지는 못했다”며 답했습니다.

 

한국의 청소년들도, 아르헨티나의 청소년들도 성장기의 한켠을 영화와 함께 보냈습니다. 아트드림 영화제작소의 이주영 선생님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영화인의 꿈을 키우게 된 친구든 다른 꿈을 발견한 친구든, 더욱 활발하게 목표를 실현해나가는 길을 갔으면 좋겠다”면서, “지구 반대편이지만 같은 조건 속에서 작업한 아르헨티나의 친구들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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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왜 영화일까요. 많은 예술이 혼자 하는 작업이라면 영화는 같이 하는 예술이고 그 속에서 배려를 배우며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기 때문일 텐데요. 주영상 선생님은 상영회를 끝마치면서 “영화를 만들며 배우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고, 그것을 배우길 바랐다”고 말했습니다.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친구들과 지구 반대편 스크린 속 아이들 모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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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88올림픽의 기운을 받고 태어나 2002 월드컵에 다 써버렸다. 자식복을 타고났다는 관상가의 말만 믿고 최선을 다해 즐기며 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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