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지속가능한 개발, 이제 아시아가 리드한다

 

“아시아 기업들은 항상 서양의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우리가 리드하지 못하고 늘 쫓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윤석 인하대 겸임교수(지속가능경영대학원)의 말에 청중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에 화답한 이는 중국 칭화대의 윌리엄 발렌티노(William Valentino) 교수다. 

 

“많은 경제적 개념이 서구에서 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은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미국 역시 대선 결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죠.  이제 세계는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특히 빈곤 퇴치와 같은 분야에선 조화·가족을 중요시하는 아시아의 관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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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소셜 임팩트 콘퍼런스 현장

 

아시아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한 건,  지난 11월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16 소셜 임팩트 콘퍼런스’ 행사 자리였다. 롯데그룹·롯데면세점·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 이번 콘퍼런스엔, 소셜 임팩트 분야 전문가, 국내외 기업 및 재단 CSR 담당자, NGO 관계자 및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콘퍼런스의 주제는 ‘UN SDG와 아시아적 가치’.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지속가능발전목표)는 지난해 UN에서 새롭게 설정한 개념으로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로 나뉜다. 여기엔 빈곤의 종식(SDG 1)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문제뿐만아니라, 평생학습(SDG 4),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SDG 12) 등 모든 국가에 존재하고 있는 빈곤·불평등을 포함하고 있다. 

 

2015년 UN에서 새롭게 정한 17가지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이미지: UN본부)
UN에서 설정한 17가지의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인포그래픽: UN본부 홈페이지)

 

UN 글로벌 콤팩트의 창립자 게오르크 켈(Georg Kell)의 기조발표로 본격적인 행사의 막이 올랐다. 그는 “환경·사회적인 책임도 기업 경영의 중요한 요소”라며, “현시대의 거대한 트렌드는 투명성과 이슈공유”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데이비드 갈리포(David Galipeau) UN 소셜임팩트펀드 대표, 다발 파텔(Dhaval Patel) 임파워 휴머니티 대표가 SDG를 위한 아시아의 대응 전략, 아시아적 가치 등을 설명하며, 기조발표를 마무리했다.

 

국가별 사례발표는 한중일 및 아세안(ASEAN) 각국의 우수한 SDG 사례에 대해 소개하고, 이를 어떻게 아시아적인 가치로 확산·발전시킬 수 있을지 논하는 자리였다. 일본 측 CSR 전문가 히로시 아메미야(Hiroshi Amemiya) Corporate Citizenship Japan 대표, 중국의 CSR과 녹색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윌리엄 발렌티노 칭화대 교수, 아시아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 ASSIST의 스리니바스 나라야난(Sreenivas Narayanan) 대표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이어 CSR전략컨설팅 기업 ‘플랜엠’의 김기룡 대표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SDG 목표에 비추어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국내 30대 대기업과 매출 순위 500위 이내에서 CSR에 참여하고 있는 100여개 기업의 사례를 전수조사하여, 우리 기업들이 특히 초점을 맞추는 SDG목표와 글로벌 기업들과의 차이점을 비교·분석한 연구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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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교육과 관련된 CSR활동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반면, 지속가능한 생산·소비(SDG 12)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낮은 점수를 보였다.

 

발표를 마친 김 대표는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양식 확립 목표(SDG 12)를 주목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된 활동에서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이 많은 차이를 보였기 때문. 그는 이어 “이번 조사 과정에서 SD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경영진의 관심과 참여 확대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다”라며 우리 기업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중국의 기업과 민간의 협력을 통한 임팩트 고용 사례도 접해볼 수 있었다. 중국 타이창에서 온 나다브 벤 시몬(Nadav Ben Simon)씨가 소개한 ‘타이창 중-독 핸디캡트 테크놀러지(Ticang Sino-German Handicapped Technology)’ 사례다. 타이창 시에 진출해 있는 독일의 자동차 관련 업체 250곳이 투자한 회사로, 상대적으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정신 장애인들을 교육시켜 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사회적기업이다. 현재 지적장애인 12명과 신체장애인 3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나다브 벤 시몬씨는 “지적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데 2년이나 소요됐는데, 동기를 부여하는 쪽에 특히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들이 일자리를 얻음으로써 지역 사회에 지속가능성을 제공하고, 사회의 불평등을 감소시켰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현재 어엿한 독일기업들의 아웃소싱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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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창 시 내에 위치한 공장에서 작업 중인 지적 장애인들의 모습(사진: chinadaily.com)

 

이어진 주제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엔 연사들에게 소셜 임팩트 분야와 SDG, 아시아적인 가치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건 역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  “흔히 일본의 사회·경제적인 모습을 ‘한국의 10년 후’라고 하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히로시 아메미야(Hiroshi Amemiya)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일본에선 인구 감소,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는 한국과 마찬가지죠. 저성장 시대에는 기업들이 단순히 기부, 자원봉사만 하는 CSR 활동은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과 수혜자, 그리고 정부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것이 앞으로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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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하는 히로시 아메미야(Hiroshi Amemiya) 대표

 

주제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윤석 교수는 “SDG라는 개념이 나온 지 이제 갓 1년”이라며 “오늘은 이 개념을 아시아의 기업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논의해보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콘퍼런스를 찾은 사람들의 소감은 어땠을까. 사회공헌 실무를 담당하는 조성봉(40·SK사회공헌위원회)씨는 “실무자들이 항상 고민하는 문제는 사회공헌에 대한 가치 산정과 평가”라며 “기업에서는 순위 등 정량적 지표가 매우 중요한데 앞으로 이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창업을 준비하는 조치관(24‧학생)씨는 “지난 여름에 뉴욕 UN 본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SDG라는 가치에 대해 알게 됐다”라고 방문 배경을 밝혔다. 그는 “SDG의 열일곱 항목이 담긴 아시아 각국의 사례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한국에서도 국제적인 제안들이 퍼지고 있음을 체감했다”면서 “인종이나 종교 등을 포함한 다양한 아시아적 가치들이 향후 SDG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는 하루였다”고 덧붙였다. 

 

2016 소셜 임팩트 콘퍼런스를 공동주최한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의 허인정 이사장은 “어려운 주제를 다뤘음에도 발표와 토론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찾아볼 수 있어 보는 내내 뿌듯했다”면서 “지난해엔 기업과 정부의 협력이, 올해는 SDG를 둘러싼 아시아 각국의 협력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차기 콘퍼런스에 대해서는 “각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임팩트 투자·프로젝트가 사회를 개선시키는 사례들을 다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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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사를 발표하는 허인정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이사장의 모습.

 

‘2016 소셜 임팩트 콘퍼런스’는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사진: 2016 SI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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