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우리의 아늑한 ‘품’속으로, 품 프로젝트

 

‘상품’, ‘품질’, ‘작품’ 등에 사용되는 단어 ‘품(品)’. 이 말에 담긴 매력에 푹 빠진 사내가 있다. 올해 초부터 ‘품 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황진우(32) 대표다.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아무도 케이스를 씌우지 않았잖아요. ‘휴대폰을 보호하기 위한 물건’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휴대폰 케이스 시장만 해도 굉장히 커졌어요. 우린 이렇게 ‘물건을 위한 물건’에 관심이 많습니다.”

 

황 대표가 설명하는 품 프로젝트의 철학이다. 그렇다면 그의 손을 통해 탄생하는 ‘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품 프로젝트의 공방 전경
품 프로젝트의 공방 전경

 

 

최소한의 디자인, 최대한의 가치 만든다 

 

품 프로젝트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가죽 공방이다. 가죽 파우치나 액세서리류를 주로 만든다. 디자인의 모티브로 삼고 있는 건 미니멀리즘의 대표 브랜드 ‘무인양품(MUJI)’. 그만큼 간결한 디자인과 기본에 충실한 제품 제작에 힘쓴다. 황 대표는 “품 프로젝트란 이름은 ‘품’이라는 대상 자체, 있는 그대로를 지칭한다”면서 “질리지 않는 디자인으로 제품 본연의 가치를 높이려는 이유도 그래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된 ‘카드지갑을 위한 파우치’는 이 회사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 무던하고 차분하며, 사족을 덧붙이지 않은 디자인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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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프로젝트의 ‘카드지갑을 위한 파우치’

 

 

‘세월’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황진우 대표에게 ‘공예’란 그렇게 매력적인 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우연히 가죽의 매력을 느끼게 된 후 삶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디자인만 배웠지, 제품 제작을 제대로 배워볼 기회는 없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익혀야 했죠. 6~7년 전에는 ‘공방’이란 개념도 별로 없었거든요.”

 

황 대표는 가죽 샘플 공장을 수소문해 찾아다니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기술과 감각을 익혀나갔다. 어느 정도 손에 익자, 테이블 위에 재봉틀만 갖춘 작업실을 차려 제작에 나섰다. 처음에는 다른 브랜드의 외주 일감을 조금씩 받는 정도로 일을 시작했단다.

 

하지만 이내 한계에 부딪혔다. 본인의 제품 철학을 오롯이 반영하기 힘들었고, 불공정한 ‘갑을관계’에서 스트레스도 느꼈기 때문. 늘 자신의 브랜드를 꿈꾸던 황 대표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4년 전 모 기관의 창업지원 대상자 선발된 것. 이를 발판삼아 현재에 이른 게 지금의 품 프로젝트다.

 

“제품 디자인을 할 때부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단순히 소비자를 현혹하는 디자인은 피하고 싶었죠.”(황진우 대표)

 

품 프로젝트 내 작업공간 모습
품 프로젝트 내 작업공간 모습

 

그는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자’는 것을 신조로 제품을 제작한다. 늘 인력 부족에 허덕이면서도, ‘소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놓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다.

 

품 프로젝트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베지터블 가죽’(vegetable tanned leather)을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가장 고가로 분류되는 가죽 재질로, 시간이 지나면서 더 멋스러워지는 특징을 가졌다.

 

“천연염료로 만드는 베지터블 가죽은 시간이 흐르면서 광택이 살아나고, 모양도 조금씩 변해요. 눈가에 은은히 내려앉는 주름을 닮았죠. 시간이 흐를수록 사용자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거예요.”

 

항상 두 겹의 가죽을 사용하는 것도 이 회사 제품의 특징이다. 황 대표는 “가죽을 한 겹만 쓰면 손쉽게 단가를 절감할 수 있지만, 두 겹으로 만들었을 때 느껴지는 완성도와 내구성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품 프로젝트의 제품들은 서울 성동구의 ‘언더스탠드에비뉴’와 ‘스탠다드서플라이’,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에 있는 편집숍 ‘퀸마마마켓’ 등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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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프로젝트의 베지터블 가죽 제품들

 

 

다음에는 어떤 ‘품’을 만날까?

 

품 프로젝트는 제품의 제작‧판매 외에 다양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영등포와 연남동 두 곳의 공방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죽 공예수업’도 상시 진행된다.

 

사회 공헌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기존의 가죽 공예수업을 전액 무료로 진행하고, 수업료를 국제 NGO 단체에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올해 3월, 온라인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진행했던 ‘기억 나비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잊지 말자는 의도로, 그분들을 상징하는 노란 나비를 제품에 새겨 판매하는 프로젝트다.

 

기억 나비 프로젝트는 한 달여 만에 약 7000만 원을 모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친구들 다섯 명이 24시간 포장만 할 정도로 바빴다”는 후문. 제품 판매 수익금 전액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후원하기 위해 설립된 시설인 ‘나눔의 집’에 기부했다. 올겨울에도 ‘기억 나비 프로젝트 2’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새로운 ‘품’은 무엇이 될까? 황 대표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한다.

 

“먼 훗날 돌아보았을 때 품 프로젝트가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책의 서문에는 가죽 공예수업이 들어있고, 첫 페이지는 지금 만들고 있는 ‘소지품’들이 장식하겠죠. 그다음 페이지부터 어떤 ‘품’을 채울지는 이제부터 고민해보려 합니다.(웃음)”

 

/사진: 품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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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그럴 수도 있지’를 배우며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 풋내기입니다. 듣고, 읽고, 쓰고, 그리고, 찍고, 배우고, 감상하며 사는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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