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도대체 ‘꽌시’가 뭐길래?

 

나라가 꽤 오래 시끄럽습니다. 고위 공직자가 줄줄이 검찰로 들어가는 장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의 총수들이 청문회장 증인대에 서는 장면 등은 흡사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그들만의 연결고리’는 분노를 넘어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배우고 익히는 법과 제도 외에, 또 다른 ‘규율’이 존재하는 느낌마저 드네요. 마치 중국의 ‘그것’처럼 말이죠.

 

(사진: Blablo101/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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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최근 한 입찰 관련 미팅에서의 일입니다. A라는 투자사가 외부 업체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그중 한 곳을 계약 파트너로 선정하는 자리였죠. 우리 회사를 포함, 이 자리에 모인 3곳의 업체는 열띤 입찰 경쟁을 펼쳤습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방법, 파트너사에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 미래가치 등 밤새 준비한 내용을 투자사 앞에 모두 쏟아냈죠.

 

그런데 얼마 후 함께 입찰에 참여했던 3곳의 업체가 아닌 미 참가 기업 중 하나가 계약 당사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부당한 일이라 생각되어 집단 항의를 시도했으나 헛수고였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해당 업체는 사장과 오랜 인연을 맺은 곳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당연히 해당 기업과 무역을 시작하는 것이 ‘도리’에 마땅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죠. 더 어이없는 건 나머지 두 업체 관계자들도 이런 설명을 쉽게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꽌시에 의한 합당한 결과”라면서요…

 

회사의 사활이 걸린 계약 건에 사장 개인과의 친분을 근거로 수천 만 달러의 금액을 투자하겠다는 결정이 ‘합당한 결과’라니…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 같은 ‘꽌시(關係)’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진:Per Bengtsson/shutterstock.com)
(사진:Per Bengtsso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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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필자가 8년 전 카타르에서 1년 정도 거주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국부 펀드를 운용하는 미국계 기업에 종사하던 필자의 지인은 카타르로 종종 출장을 나왔었습니다. 미국에서 서양식 교육을 받고 자란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서양식 사고를 바탕으로 합리적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었죠. 그는 호기롭게 카타르의 국유 광물 중 일부를 미국계 금융 회사 자금으로 융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해당 지역 국왕을 알현하는데 큰 공을 들이곤 했습니다. 카타르는 대부분 자금이 국왕 명의로 운영되는 탓에 아무리 좋은 투자처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의 확인을 받아야만 자금 융통이 가능했죠.

 

당시 그로서는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투자처를 선정, 투자 설명회를 수월하게 종료했으나 수 일이 지난 후 해당 국부는 타사 소유의 투자처로 선정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정부와 재계의 꽌시 문화를 희화화한 만평.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정부와 재계의 꽌시 문화를 희화화한 만평.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해당 입찰에 참가했던 다수의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도움을 줬던 지인을 거절하지 못하고 입찰자로 선정했다고 하는데요. 그 ‘도움’이란 게 웃깁니다. 당시 국왕 친인척이 기르던 1미터가 넘는 큰 새가 있었는데, 죽을병에 걸린 새를 치료 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던 차에 지인의 도움으로 이 새를 치료할 수 있었답니다. 그 지인이 입찰자로 선정된 것이지요.

 

전문가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만… 어쨌든 의기양양하게 도전했던 그의 중동 지역 진출은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사건으로 인해 좌절되고 맙니다.

 

그런데, 절대 다수의 부가 국왕과 그의 일가에게 집중돼 있는 탓에 일면 비합리적일 수 밖에 없던 카타르에서의 경험을 필자는 중국에서도 종종 목격합니다. 바로 ‘꽌시’로 복잡하게 얽힌 인간 관계망 때문이죠. 그 속에서 행해지는 결정은 (외국인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합리적인 이성이 최고의 선으로 여겨지는 현대인들에게 이 같은 중국의 꽌시 문화는 종종 비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하게 만드는 ‘이상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나는 어느 곳에 들어가야 하지?’라고 적혀 있는 ‘취엔즈’를 희화한 만평. (사진: 웨이보)
‘나는 어느 곳에 들어가야 하지?’라고 적혀 있는 ‘취엔즈’를 희화한 만평. (사진: 웨이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 정의하는 바에 따르면, ‘꽌시’는 ‘중국식 인간관계’로 불리며, 중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만연한, 당연한 ‘상식’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중국인에게 ‘꽌시’에 근거한 사고방식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그저 ‘자기와 친한 자를 가까이 대하는 것이 이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죠. 이는 과거 공자‧맹자 선생 때부터 작동했던 도덕의 절대적 기준, 즉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때문에 자신의 가족을 남보다 더 아끼고 가까운 사람을 더 가까이 여기는 차등적인 기준을 만들어 냈고, 이후 지연, 학연과 결합해 더욱 복잡하고 끈끈한 인간관계의 원칙으로 자리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인들에게 꽌시가 단순히 인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기준만이 아니라는 것이죠. 국가 운영 방식이나 시스템에서도 존재하는 절대적인 실체가 있는 기준입니다.

 

실제로 현재 중국 공산당을 구성하고 있는 지도부는 베이징에 기반을 둔 베이징대, 칭화대 출신자들로 구성돼 있고, 시진핑(習近平) 정부보다 앞서 당을 지배했던 후진타오(胡錦濤)와 그의 정치 자금 마련에 일조했던 저우융캉(周永康) 등은 상하이에 기반을 둔 세력이었죠.

 

상하이로 대표되던 당시 지배세력은 둥관(東莞) 지역에서 무역을 중심으로 하는 신흥 세력과 손을 잡았고, 이후 집권한 현재의 시 주석 세력은 과거의 칭화대와 상하이 등 무역업으로 흥한 인맥을 제거하는데 지난 4년간의 세월을 집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권을 새로 장악한 이들은 곧장 지역 및 학연으로 얽힌 세력과 손을 잡는 새로운 꽌시를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로 여겨집니다. 이는 최근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정경유착’이라는 행위와 매우 유사합니다. 그것이 비록 한 국가를 지배하는 중요한 사안이라 할지라도 거리낌 없이 ‘꽌시’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죠.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구성된 ‘취엔즈’에 소속되지 못한 개인은 중국 사회에서 영원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다.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구성된 ‘취엔즈’에 소속되지 못한 개인은 중국 사회에서 영원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다.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국가 사안에 영향력을 끼칠 정도의 위상과 정치‧경제적 힘을 가진 관계 집단이 되었을 때, 이들은 꽌시에서 한 단계 나아가 ‘취엔즈(圈子)’로 불리기 시작합니다.

 

중국 현지에서 ‘취엔즈’란, 같은 인적 네트워크 내에서 수년간 쌓은 사람들의 인적 관계를 일컫는 말로 널리 사용됩니다. 남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들만의 성벽을 쌓고 성벽 안팎의 대소사를 구분해 사안을 운영하는 형태죠. 이렇듯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는 사실상 취엔즈들 간의 단합과 반목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중국 재계의 새로운 부호로 떠오른 알리바바(Alibaba)의 창업자 ‘마윈’이 속한 ‘취엔즈’는 중국 부호들이 가입한 10대 취엔즈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사진:신경보(新京報) 보도 사진)

중국 재계의 새로운 부호로 떠오른 알리바바(Alibaba)의 창업자 ‘마윈’이 속한 ‘취엔즈’는 중국 부호들이 가입한 10대 취엔즈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사진:신경보(新京報) 보도 사진)

 

대표적인 것이 시 주석이 포함되있는 ‘태자당’(중국 당·정·군·재계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를 일컫는 말)입니다. 리커창 총리가 속한 공산주의청년단(共产主义青年团)도 잘 알려져있죠. 또한 후진타오, 보시라이(薄熙來) 등은 상하이에 거점을 두고 성장한 인물입니다. 이들은 지난 수 십 년 간의 중국과 향후 수 십 년의 국가 발전 방향을 좌지우지 하는 권력자들이죠. 다만 서로 다른 취엔즈의 이익을 대표하는 탓에, 현재 중국의 정치‧경제‧사회는 이들의 힘겨루기를 통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이들 취엔즈에는 비록 취엔즈에는 소속되지 못했을 지라도, 그들의 정치 자금을 전문적으로 동원하는 다양한 경제세력이 ‘꽌시’라는 이름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향후 각 취엔즈의 대표 인물이 중국 인민대회당의 당권을 장악하는 ‘그날’, 무소불위의 경제 권력을 잠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이들이야말로 최근 우리에게 익숙해진, 중국식 ‘비선실세’가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 같은 서로 얽혀진 복잡한 권력과 재계의 취엔즈 관계를 이해하는 이들이라면, 중국의 꽌시 문화가 쉽사리 없어질 수 없을 것이라 전망하곤 합니다.

 

중국을 장악한 ‘꽌시’ 문화는 비단 각 개인의 작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중국 전체를 연결하는 거대한 그물과 같은 ‘망(網)’ 속에서 작동하는 규율에 가까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국을 겨냥, 큰돈을 벌고자 하는 사업가들이라면 취엔즈 문화의 저변에 내재한 무소불위의 원칙 ‘꽌시’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을 우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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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 소개

서울에서 중앙일간지 정치부 국회출입기자로 4년 여간 활동, 서른을 한 해 앞둔 무렵, 아무 연고도 없는 베이징으로 무작정 건너와 현재는 프리랜서 통·번역, 여행 칼럼을 쓰며 자유로운 삶을 만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