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빈자(貧者)는 구조되지 못했다

 

최근 ‘잘 사는 것’ 이상으로 관심 받고 있는 게 ‘잘 죽는 것’입니다. 좁게 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와 관련해 나온 말이긴 하지만, 문자 그대로 보면 여러 가지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죠. 죽음 앞의 차별은 어떨까요? 남들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가진 게 없다는 이유로 삶의 가치를 폄하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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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aoyunping/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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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40층에 달하는 마천루가 어지러이 늘어선 도심 속을 바쁘게 움직이는 청년들의 모습은 마치 드라마 속의 세련된 직장인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른 아침 출근길, 한 손에는 향긋한 커피를, 한 손에는 단정한 수트케이스를 들고 출근하는 그들은 분명 지적인 매력에 사회적 성공까지 거둔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도시에는 그가 오늘 아침 구매한 커피 한 잔을 판매하던 커피숍 알바 생부터, 그가 무심코 지나친 회사 입구를 늘 지키고 서있는 경비원 청년, 또 그가 마시고 버렸을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수거하는 환경미화원까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죠. 

 

화려하고 세련된 일부 사람들의 모습에 가려진 사람들 역시 세상 어느 곳보다 더 현대적인 그 도심 속에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과 같은 대도시 밖으로 눈길을 돌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죠.

 

중국은 ‘가진 자’와 ‘소외된 자’ 사이의 격차가 발전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고향을 떠나 도시 한편에서 지친 몸을 움직이고 있을 이들을 가리켜 ‘농민공(農民工)’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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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도시 노동자이지만, 노동의 기본적인 권리와 국가가 지켜줘야 할 의무 대상자에서 제외된 안타까운 이들, 필자는 그들을 가리켜 ‘농민공’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농민공들의 고단한 삶의 단 면이 드러난 사건이 작년 이맘때 광둥성(廣東省) 선전(深圳)에서 발생했었죠. 

 

지난해 12월 23일 늦은 밤, 갑작스런 산사태로 인근에 자리한 불법 건축물이 모두 땅 밑으로 사라졌고, 집 안에서 자고 있던 주민 90여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터졌습니다. 당시 매몰된 이들은 모두 사망했거나 실종된 것으로 밝혀졌죠. 그런데 사고 발생 시각인 23시 40분에 출동한 구조대는 무슨 이유인지 빠른 구조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명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 36시간의 골든타임이 무참히 지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농민공의 삶은 늘 고단하다. 담배 한 대를 태우며 고단함을 잊었을 도시 노동자의 모습.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사고 이후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당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상당수가 후난(湖南), 허난(河南), 광시(廣西), 장시(江西), 구이저우(貴州), 후베이(湖北) 등 지역 출신이라고 합니다. 외지에서 온 농민공이었던 것이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골든타임을 무시하고 빠른 구조를 진행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각종 소문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문에는 “농민공의 목숨은 구조에 대한 법적 의무가 시 정부 당국에게 없기 때문이다”, “대도시 시민이 사고를 당했다면,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사고에서 구조돼 살아남은 사람은 7명에 불과합니다.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이 같은 이유로 사고 당시, 초기 진압이 늦어진 이후 구할 수 있는 생명을 구하지 않았다는 정부에 대한 원망과 비난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산사태 매몰 지역은 거주지로서 매우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을 가진 불법 거주 시설물이었습니다. 사망한 이들은 대도시 시민이 버린 건설 자재를 얼기설기 엮어 지은 조악한 구조의 건물에서 살았습니다. 전기, 수도 시설조차 연결되지 않았던 곳이죠. 

 

도시 노동자로 일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처지의 농민공들에게 작은 몸 하나 뉘일 공간은 이 같은 불법 시설물 뿐이었던 거죠. 중국에서 가장 땅 값이 비싸다는 선전시에선 말이죠. 

 

선전시는 정부발(發)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수혜 지역으로, 평당 수억 원을 호가합니다. 이곳에서 맞은 농민공들의 죽음은 두 가지 사안과 맞물리죠. 사고 발생 지역이 그들의 고향이 아니라는 점과, 죽음을 맞은 이들이 사고 발생 지역의 호구(戶口) 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피해 가족들은 해당 시 정부로부터 어떠한 방법으로도 마땅한 보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 농민공의 삶은 살아 있을 때나 죽음을 맞았을 때나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 얼마 전 현지 유력 언론을 통해 보도된 씁쓸한 연구 조사 한 가지가 발표됐습니다.

 

베이징 시 정부 발(發) 보고서는 ‘베이징 시 호구 소지자의 평균 수명이 2010년 80.81세에서 2015년에는 81.95세로 증가했다’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또한 베이징 시 호구 소지자의 건강 수준은 전국에서도 선두 그룹에 속하며, 주요 건강 지표 역시 선진국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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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그런데 놀라운 것은 베이징이라는 국한된 지역이 아닌, 중국 전역을 기준으로 조사했을 때 그 평균 수명의 수치는 크게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중국 전역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2016년 기준 평균 수명은 76.3세에 불과한데, 이는 베이징 시 호구 소지자의 81.95세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수치입니다.

 

더욱이 해당 기대 수명 수치가 같은 기간 내 약 1.5년 상승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도시 호구 소지자의 수명이 지속적으로 월등하게 높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16년 기준) 중국에서 주민의 평균 수명이 가장 높은 상하이(上海) 여성의 평균 수명은 85.2세, 남성은 80.2세로 나타났는데, 상하이 주민의 평균 수명은 23년 전보다 약 6년 이상 길어진 셈입니다. 이는 세계에서 평균 수명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와 유사한 수준이죠.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가 공개한 ‘2016년 중국 위생계획 생육사업 발전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의 평균 수명은 최근 2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도시와 농촌 거주민의 기대 평균 수명 격차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 같은 씁쓸한 연구 수치에 대해 현지 유력 언론들은 ‘대도시 시민이 더 오래 산다’며 도농 간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수명까지도 차이가 난다는 현실에 개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 같은 기대 수명의 격차는 도농 간 평균 수입의 격차와 위생수준 불평등이 주요인으로 꼽혔습니다. 대도시 시민의 의료조건은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된 반면, 지역별 편차는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민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칭하이(靑海)성, 광시장족(廣西莊族)자치구 등 저개발지역의 전염병, 사고, 위암·뇌혈관질환에 따른 사망률은 베이징, 상하이, 텐진 등 대도시 시민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농민공의 자녀는 호구가 없는 지역에서 태어난 이상, 해당 지역 내에서 완전한 교육의 권리와 권한을 부여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 현재 중국 정부가 인정한 법규다.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정부는 이 같은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평균 수명의 격차 보고에 대해, 중국인들의 평균 수명 증가는 전반적 고령화 추세 속에 영아 사망률이 2014년 8.9%에서 2015년 8.1%로 낮아졌기 때문이며, 특히 도시에서의 영아 출생률이 비교적 높고, 임산부의 사망률도 낮아졌다는 점 등을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분석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단 영아 출생률의 높고 낮음 또는 고령화 추세의 지속성 여부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으며, 향후 정부는 도시로 몰리는 공립 병원 건설 및 의료시스템 강화 정책을 농촌 지역으로 확대하고, 농촌의료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도시에서 불법 거주자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농민공들에게 의료보험 및 취업의 자유와 권한을 부여하고,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해당 거주 지역 공공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국가가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빠르고 지속적인 경제 발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제공했던 수 천 만 명의 농민공을 밟고 선 화려한 성장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약 5천만 명(2012년 정부 집계 수치)에 달하는 농민공에게 또 다른 삶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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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서울에서 중앙일간지 정치부 국회출입기자로 4년 여간 활동, 서른을 한 해 앞둔 무렵, 아무 연고도 없는 베이징으로 무작정 건너와 현재는 프리랜서 통·번역, 여행 칼럼을 쓰며 자유로운 삶을 만끽 중이다. 저녁 있는 삶에 만족하면서도, 간혹 한국과 한국어, 한국 사람을 그리워하는 조용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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