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아부심벨 대신전 뜯어보기

 

람세스 2세가 건설한 7개의 신전 중 단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부심벨 대신전. 입구엔 20m가 넘는 크기의 거상 4개가 버티고 있는데, 모두 상-하 이집트의 왕관을 겹쳐 놓은 이중관을 쓰고 있습니다. 거상의 발밑에는 적들이 발에 밟힌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죠. 이는 고대 이집트 문명기의 아주 초창기부터 나타나던 모티브입니다.

 

아부심벨 대신전
아부심벨 대신전

 

네 명의 람세스가 함께 앉아 있는 옥좌의 양 측면에는 나일 강의 신 하피가 파피루스와 백합을 엮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아마도 이 장면은 낯이 익을 겁니다. 우리는 이것과 거의 같은 장면을 룩소르의 ‘멤논의 거상’에서도 이미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이미 다 알고 계시는 것처럼 ‘상-하 이집트의 결합’을 상징합니다. 지나온 여정 내내 말씀드렸지만, 통일 이집트를 상-하 이집트로 분리해서 묘사하는 모티브는 3000여 년의 이집트 문명기 동안 계속해서 사용되던 것이었습니다. 왼쪽에서 두 번째 거상은 다른 것들에 비해서 훼손의 정도가 심한 편인데, 기록에 따르면 람세스 2세 재위 31년에 이집트 전역에서 지진이 일어났는데, 학자들은 이 지진을 그 훼손의 주범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거상의 사이사이에는 조그마한 석상들이 서 있습니다. 왕의 상 옆에 그보다 크기가 작은 상을 배치해 물리적으로 왕의 권위를 강조해서 표현하는 것은 이집트 미술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오던 양식입니다.

 

각각의 석상들에는 이름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그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람세스 2세의 어머니와 그의 아내, 딸들 그리고 아들들도 몇몇 보입니다. 람세스 2세는 수많은 후궁과 수백 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이들은 아마도 왕에게 특별히 사랑을 받았던 대상들일 것입니다. 람세스 2세는 요즘 말로 굉장한 ‘상남자’였지만, 동시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 가족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거상 다리 옆에 만들어진 작은 석상들. 가장 좌측이 왕비인 네페르타리 
거상 다리 옆에 만들어진 작은 석상들. 가장 좌측이 왕비인 네페르타리

 

이번에는 신전 정면으로 보이는 4개의 거상의 머리 위로 살짝 눈을 돌려봅시다. 놓치기 쉬운 장면이지만 이 신전에는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는 장면이 하나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곳에는 22마리의 원숭이들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다들 손을 들고 있는데, 의자에 앉아서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것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무척이나 들뜬 모습입니다. 이것은 태양이 어둠을 제압하며 빛으로 세상을 감싸기 시작하는 것을 기뻐하며 태양신께 경배를 드리는 장면입니다.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기뻐하는 원숭이들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기뻐하는 원숭이들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기뻐하는 원숭이들 (사진: Wikimedia)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기뻐하는 원숭이들 (사진: Wikimedia)

 

자, 이제 둘씩 나눠서 앉아 있는 석상들 사이로 나 있는 입구를 통해 신전 내부로 들어가 봅시다. 그 전에 잠시 입구의 바로 위의 벽감 속에 당당하게 서 있는 석상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매의 머리를 하고 있는 신인데, 많은 분들이 호루스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판단은 절반쯤 맞습니다. 이 매의 머리를 하고 있는 신상을 호루스와 태양신 라가 결합한 지평선의 호루스, ‘라-호르아크티’입니다.

 

라-호르아크티 
라-호르아크티

 

아부심벨 신전은 원래 바위산 하나를 통째로 깎아서 만든 신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서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누비아 전역이 물속에 잠기게 되자 수몰의 위험을 피해서 높은 지대로 이전되었습니다. 산을 통째로 옮길 수는 없었던 만큼, 신전 부위만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져 옮겨져서 재조립되었고 그 결과 신전의 뒤쪽, 그러니깐 원래 바위산이 있던 부분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전의 주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8개의 기둥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기둥들은 오시리스로 분한 람세스 2세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오시리스는 다 아시는 것처럼 사후세계의 지배자이고, 생전에는 호루스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파라오들은 사후에는 이 오시리스에게 통합된다고 믿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라오를 묘사한 작품들에서 파라오를 호루스나 오시리스로 묘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도 람세스 2세의 신전 라메세움과 람세스 3세의 신전 메디넷 하부, 그리고 하트셉수트의 장례신전에서 오시리스로 표현된 파라오의 모습을 만나보았습니다.

 

신전 내부의 오시리스 기둥들. Davird Robert 1848년 작 
신전 내부의 오시리스 기둥들. Davird Robert 1848년 작

 

/사진:곽민수

 

 

고고학자와 함께하는 이집트 유적 기행 이집트 연구가 곽민수 필자가 현장에서 직접 전하는 기억과 기록. ‘고고학자와 함께하는 이집트 유적 기행’은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이집트의 매력을 소개하고, 현지 유적을 통해 5000년 전 역사속 세계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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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집트학 연구자이자 탐구생활자. 인류학과 국제학, 고고학과 이집트학을 골고루 공부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 더 소중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실이 현대인류문명의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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