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살캉살캉한 굴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응급실에 실려가신 일이 있다. 제철이라며 사오셨던 굴이 상해있던 탓으로, 감기도 한 번 안걸리시던 아버지께서 응급실에 누워 수액을 맞으시는 모습은 어린 나에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아버지께서 하루를 꼬박 응급실에서 수액에 의지해서 보내고 돌아오신 후, 우리 가족은 굴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가족을 벗어나 혼자 살게 된 이후로는 혹여 혼자 사는데 아플까 더더욱이 굴을 피했다. 물론 지금은 날이 쌀쌀해지면 굴을 찾아 먹지만 말이다. 어떤 계기로 굴을 먹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못먹는 것은 줄고, 즐기는 것은 늘어왔고 그 사이에 자연스레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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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연말에는 잔뜩 체하는 바람에 속이 완전히 뒤집어져서 신년맞이 떡국은 구경도 못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앓았더랬다. 다행히도 새해를 맞아서 속은 조금씩 나아졌고, 새해에는 굴을 잔뜩 넣어 시원한 떡국을 먹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어려서는 억지로 억지로 떡국을 여러 그릇을 먹었다. 하루라도 빨리 나이를 먹었으면 했었으니. 굴을 떠서 입 안 한가득 물고 지난 일들을 떠올려보니, 이번 연말의 체기는 아마도 여지껏 급하게 먹어온 떡국이 얹힌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올 해는 떡국을 한 그릇만 먹었다. 속이 힘들었던 까닭도 있지만, 조바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시간이 흐르면 이루어질 것이고, 또 시간이 흘러야만 이뤄질테니까. 굴을 먹게 된 것처럼.

 

 

혼자 먹기 : 굴

  1. 굴은 노로바이러스의 감염위험이 상시 있다. 어지간하면 익혀서 먹고, 생으로 먹으려면 신선한 것을 찾아야 한다.
    TIP 굴의 색깔이 유백색이며, 탄력이 있고 푸른 빛이 살짝 도는 것이 신선하다.
  2. 껍질 째로 파는 것을 석화라고 하는데, 껍질째로 쪄먹으면 맛이 좋다.
  3. 굴도 조개류이기 때문에 해감을 해주는 것이 좋다.
    TIP 껍질을 깐 굴도 소금물에 담구어 이물질을 씻어주는 편이 맛이 더 좋다.
    소금물 대신 무를 간 것에 굴을 무쳐 놓으면 이물질이 잘 빠진다. 무 간 것에 10분쯤 무쳐두었다가 깨끗한 물로 씻으면 좋다.
    소금물 대신 무를 간 것에 굴을 무쳐 놓으면 이물질이 잘 빠진다. 무 간 것에 10분쯤 무쳐두었다가 깨끗한 물로 씻으면 좋다.
  4.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지기 때문에 고온에서 오래 조리하지 않도록 한다.

 

굴 레시피 : 굴 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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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굴 한 봉지 (120 g)

무우 반 토막(4cm 두께)

국물용 멸치 10마리

마늘 두 알

떡국떡 1 인분 (100 g)

다시마 손바닥 크기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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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1. 굴은 씻어서 준비하고, 무는 고ㅂ게 채쳐서 준비한다.
  2. 찬 물에 내장을 제거한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서 육수를 낸다.
  3. 육수를 15분 정도 우려낸 후, 마늘 두 알을 갈아 넣는다.
  4. 끓는 육수에 떡을 넣어주고, 3분 정도 끓여준다.
  5. 채친 무를 넣고 5분 정도 더 끓여준다.
  6. 마지막으로 굴을 넣고, 3분을 끓여준다.
    TIP 이 때에 소금으로 간을 본다. 깔끔한 맛을 위해 간장보다는 소금으로만 간을 보는 것이 좋다.
  7. 파나 김을 얹어서 내면 좋다.

 

/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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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요리와 사진을 좋아하는 24세.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먹고 사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며, 자유를 찾기 위해 방법 모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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