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Dear.잠

 

(사진: 말그레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사진: 말그레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오랜 친구 녀석과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상사에게 깨진 얘기, 애인에게 차인 얘기, 지나가다가 애인이 생긴 전애인을 마주친 얘기, 시시콜콜한 인생 얘기를 허연 담배연기마냥 피워낸다. 기본으로 나오는 오뎅 국물에 초록색 소주병을 하나, 둘, 세웠다. 안주 하나 안 시키냐는 아주머니의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고 괜시리 기분이 상해져 일어난다. 하나, 둘, 그리고 여섯. 볼링핀 모양으로 세운 소주병들이 제법 멋드러진다. 주머니엔 만 원짜리 하나, 둘, 두 장만이 꼬깃꼬깃 접혀있는데.

 

거나하게 취한다.

 

취한 날 당신이 더 그립다. 나를 찾아오라고, 네가 필요하다고, 달려가서 네 손을 잡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도 더 쉬운 길을 택한다. 당신 역시 나를 사랑함을 알기 때문이다. 기다리면 당신은 내게 찾아올 것임을. 나는 간사한 동물이다.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며 나는 눈을 감는다. 당신이 그려진다. 당신의 모습을, 냄새를, 모든 것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따라 내 방을 넘는 당신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나의 잠, 소중한 나의 당신에게,
거나하게 취한 오전 3시 52분. 나는 오매불망 기다리지만 오늘따라 너는 쉽게 찾아오질 않는다. 내가 싫어진 걸까. 사랑하는 당신, 내가 사랑하는 잠이 왜 오지 않는 걸까요.

 

@min_gworld 님의 글입니다.

 

 

 말그레미어워즈  말그레 작가들이 뽑아낸 특정 주제만을 위한 글. 가벼운 농담부터 무거운 추상까지 담아낸 아마추어 이상의 고퀄리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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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말그레는 말과 글로 만난 청년들을 위한 열린 창작 단체이다. 시와 소설 수필과 기사 등 글을 적고 있는 청년들이 더 많은, 좋은 글을 적기 위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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