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파아란 시금치

 

새해를 맞아 남해를 찾았다. 한겨울 추운 날에도 밭에는 할머님들이 나와 일을 하고 계셨다. 처음에는 농사 쉬는 철에 밭을 정리하시는가 했지만, 한 겨울 추위에 얼어붙은 땅을 맨손으로 정리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당연히 노지 작물은 가을이면 끝이라고 알고 있던 나에게 그 광경은 무척이나 생경하게 다가왔다. 그것이 시금치를 캐는 광경이라는 것을 알게된 건 나를 마중나온 친구의 설명을 들은 후였다. 그리고 그 이튿날, 그제서야 나는 그 밭에서 시금치를 볼 수 잇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납작 엎드려 자라는 시금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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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날이 추워지면 일부러 종종 시금치를 사다 먹는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모두들 잔뜩 움츠리고 두꺼운 외투 안으로 숨어들 때에도 하나 정도는 바닷바람을 맞아가면서, 바닥에 바짝 붙는 한이 있더라도 파랗게 파랗게 자라난다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는 꿋꿋이 차가운 흙과 씨름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무슨 뽀빠이라도 된 냥 시금치 한 단을 먹어내고 나면, 그제사 찬 겨울 바람을 맞으러 갈 준비가 된다. 그렇게 겨울을 난다.

 

 

혼자 먹기 : 시금치

  1. 겨울에 노지에서 자란 시금치는 단맛이 돌아 맛이 좋다. 제철 시금치를 먹어보는 것이 좋다.
    TIP 포항에서 나는 ‘포항초’, 남해에서 나는 ‘남해초’, 전남 신안의 ‘섬초’ 등이 겨울에 제철이라 싸고 맛이 좋다.
  2. 시금치는 오래 끓이면 푹 퍼져 질퍽해질 뿐만 아니라 영양소도 많이 날아가므로 오래 익히지 않는 것이 좋다.
    TIP 단독으로 먹을 때에는 살짝 데쳐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왼쪽이 그냥 시금치이고, 오른쪽이 소금물에 데친 시금치. 소금물에 데치면 초록색이 살아나서 보기에도 훨씬 좋다.
    왼쪽이 그냥 시금치이고, 오른쪽이 소금물에 데친 시금치. 소금물에 데치면 초록색이 살아나서 보기에도 훨씬 좋다.
  3. 부득이하게 보관하게 된다면 데쳐서 얼려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시금치 레시피 : 시금치 크림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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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시금치 1/3 단

마늘 네 알

버섯 한 줌

베이컨 4 줄

크림 150ml

파스타 10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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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1. 시금치는 밑둥을 잘라 데친다.
  2. 마늘은 슬라이스해서 올리브유에 넣어 약불에 볶고, 파스타는 삶기 시작한다.
  3. 마늘이 노릇해지면 베이컨을 넣고 중불에 볶는다.
  4. 베이컨이 노릇해지면 버섯을 넣고 볶는다.
  5. 버섯이 조금 노릇해지고, 사이즈가 줄어들면 크림과 파스타 삶는 물(50ml)을 붇고 끓여준다.
    TIP 이 때 살짝 짭짤하게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TIP 느끼한 맛이 싫다면 이 때 고운 고추가루를 넣어도 좋다.
  6. 데쳐놓은 시금치를 넣어 한 번 섞어준 후, 다 익은 면을 넣고 고루 섞어서 낸다.

 

/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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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요리와 사진을 좋아하는 24세.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먹고 사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며, 자유를 찾기 위해 방법 모색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