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 언덕길 굴뚝에 훈훈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상계동 언덕길 굴뚝에 훈훈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상계동 언덕길 굴뚝에 훈훈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2015.12.14 23:52 by 정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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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4호선 끝자락 당고개역(서울 노원구 상계동). 연일 강타했던 맹추위가 잠깐 누그러진 초겨울 주말 아침은 맑고 화창했습니다. 드문드문 등산을 온 사람 몇 명이 보이는 한가한 골목길을 지나 닿은 상계 3·4동 주민 센터 앞이 토시와 장갑을 끼고, 조끼를 맞춰 입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요. 바로 연탄봉사를 위해 모인 희망브리지봉사단 사회인팀입니다.

상계3·4동 일대에서 연탄봉사 활동 중인 희망브리지봉사단 사회인팀의 모습

지난 12월 5일, 33명의 희망브리지봉사단 사회인팀이 황금같은 토요일을 반납하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바로 노원구 상계 3·4동 일대 20가구에 총 5000장(가구 당 250장)의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직장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희망브리지봉사단 사회인팀 회원들은 짧게는 1, 2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게에 연탄을 차곡차곡 실어 언덕길을 타고 올라 배달합니다.
연탄 마련위해 기부하고 직접 배달까지…

이날 5000장의 연탄은 온라인 모금을 통해 마련됐는데, 여기에는 희망브리지봉사단 사회인팀 회원들의 자발적인 기부도 더해져 의미를 더했습니다. 봉사 대상지인 상계동은 3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곳인데요. 심은용 희망브리지봉사단 회장은 이날 봉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나눠드릴 연탄은 희망브리지봉사단 회원들과 개인 기부자들의 후원금을 모아 마련했습니다. 봉사 대상지역과 수혜가구는 연탄은행과 지자체를 통해 수요조사를 한 후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곳 상계동은 매 겨울 2회에서 많으면 3-4회 정도 찾고 있습니다. 서울 변두리라 개발이 덜 된 지역이고, 독거어르신 분들이 특히 많이 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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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오전 9시부터 정해진 배달 순서에 따라 언덕 끝에 있는 가구로 연탄을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약 3.6kg으로, 안쓰던 팔근육을 써야할만큼 무게가 나갔습니다. 남성 봉사자들은 6~7장(약21kg~25kg), 여성 봉사자들은 4장(약14kg)의 연탄을 지게에 지고 70여 미터나 되는 언덕길을 오르내렸습니다. 길 좌우로 늘어선 집에는 유난히 독거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계셨는데요. 많은 가구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여전히 연탄보일러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수 백장 연탄 구할 길 막막했는데… 올 겨울에도 한 시름 놓았어요” 

“고맙고 또 고마운 분들 덕분에 올 겨울도 한시름 놓았네. 매 겨울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1970년부터 45년째 이곳에 거주하시는 윤선옥(가명·89) 할머니께서는 봉사자들이 채워주는 연탄창고에서 눈을 떼지 못하셨습니다. 하루에 3장 정도의 연탄을 사용하신다는 윤 할머니께서 한 겨울을 보내시려면 적어도 700~800장 정도의 연탄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다행히 작년에 쓰다 남은 연탄 50여 장과 이번에 후원받은 연탄 250장 덕분에 한시름 놓으셨다고 하십니다. 

봉사자들을 바라보는 박홍수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연탄은 적어도 600장. 30만원이면 겨울을 날 수 있지만 그마저도 빠듯한 이웃이 많습니다. 

언덕길에서 차례를 기다리시던 박홍수(가명·80) 할아버지는 “요즘 남들은 줘도 쓰지 않는 연탄을 사느라 빠듯한 사람들도 있다”며, “매 겨울마다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겨울을 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연탄 드리기 위해 부산에서 막차타고 왔어요” 

이날 봉사자들 중 이아름(29·직장인)씨는 연탄을 나르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습니다. 그는 2011년부터 4년째 희망브리지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는 “서울에 거주할 때는 봉사에 자주 참여했지만, 부산으로 내려간 이후에는 시간이 맞을 때만 겨우 찾고 있다”며 “금요일 퇴근 후 바로 올라와 봉사현장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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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들 중 막내였지만 연탄 배달 최전선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한 최재용(23·대학 휴학생)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다양한 봉사활동 경험을 쌓아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희망브리지봉사단으로서 매달 3회 가량 정기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도 어르신분들의 연탄 창고가 점점 채워져 가는 것을 보면 제 것인 양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혜자분들께서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봉사자분들과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좋습니다. 특별히 어떤 이유가 있어서 봉사를 하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입니다.”(봉사자 최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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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를 지고 언덕길을 오르락내리락 할 때도, 연탄을 차곡차곡 쌓을 때도 얼굴은 어느새 땀범벅에 새까맣게 얼룩졌지만, 봉사자들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후 2시 경 마지막 집에 연탄을 배달하는 것으로 이날 봉사활동을 끝마쳤습니다. 이날 봉사를 이끈 심은용 회장은 “연탄 봉사는 다음 달에도 이어질 계획”이라고 말하며 다음 봉사를 기약했습니다. 

기부와 동시에 봉사까지 마친 희망브리지봉사단 사회인팀의 땀과 정성으로  올 겨울도 상계동 언덕빼기 마을의 연탄굴뚝에 훈훈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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