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순간,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
국내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여행 큐레이터 ‘밥장’. 그의 발끝이 닿은 곳이 손끝을 타고 부활한다. 세계 40여 곳을 다니며 직접 기록한 여행수첩을 통해서다. 깨알 정보부터 소소한 정서까지… 여행의 윤기를 더하는 밥장의 기록을, 그의 목소리를 통해 재구성한다.
들뜬 연말 분위기를 꾹꾹 눌러 담아 떠나자! 어디로? 일본 시코쿠로! ‘손에 닿는 행복’을 찾아 떠난 그 곳에서의 첫날. 역사와 판타지가 공존하는 땅 마츠야마를 시작으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여정이 시작됐는데…
© 본 콘텐츠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여행 중 직접 기록한 노트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윌리윙키(Willie Winkie)’를 아는가.
아니,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윌리웡카고…
윌리윙키는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잠의 요정이야.
왜 뜬금없이 동화타령이냐고?
시코쿠 여행 둘째 날 아침에 갔던 빵집이름이 그거더라고. 하하.
JR시코쿠에서 운영하는 가게인데 여행 다니다보면 자주 만나.
지역 내 몇 개의 체인점이 있거든.
아침부터 빵을 흡입한 이유가 있어.
여긴 실제 호빵맨 빵을 팔거든!
빵 체질은 아닌데 맛이 괜찮더라고.
삐져나온 단팥보이지? 그만큼 단팥 듬뿍, 재미 듬뿍이야.
파인애플 음료. 130년 된 기업이 만드는 국민음료 되시겠다.
로고가 귀엽지?
자, 이제 기차를 타자.
오전에 먼저 갈 곳은 ‘이요오즈’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야.
에히메 현 서부, 우치야마 분지에 세워진 성곽도시. 오즈 성터와 가류산장 등 곳곳에 역사를 담고 있어 ‘이요의 작은 교토’라 불린다. ‘히지강’에 비치는 ‘오즈성’의 흰 벽과 그 상류의 ‘가류연’은 예로부터 명승지로 알려져 있다.
이요오즈는 코O지만 해. 정말 작은 마을이야.
역에서 지도 구할 수 있으니까 한번 봐봐.
쫙 펼치고 동선을 짜면 얼마나 작은 지 알 수 있지.
여기 찍고 저기 찍고 하는데 도보로 3분, 5분 이런 식이니까.
사람도 별로 없어. 완전 ‘깡촌’이지.
쭉 한번 돌아봐. 느린 걸음으로도 얼마 안 걸려.
여긴 오즈성이라고 일본 특유의 성이 있는데, 사실 성 자체의 감동은 별로야.
일본의 옛 성이 우리한테 무슨 감동을 주겠어. 반감이나 안 들면 다행이지.
경치는 좋으니까 쭉 한 번 들러보는 정도랄까.
겨우 경치 구경하러 왔냐고?
노노. 바로 여길 찜했던 거지.
‘가류산장!’
내가 갔을 땐 한 여름이었잖아.
아무리 조그만 동네라지만
너무 덥고 습해서 고생 꽤나 하며 걸었지.
그렇게 찾은 가류 이곳…
예뻐! 정말 예뻐!
너무너무 예뻐!!
이곳은 소위 일본의 ‘와비사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야.
뭐랄까. 공간을 짓다 말았을 때의 멋스런 느낌?
의도된 미완이 주는 미학 같은 거. 그런 게 수두룩한 곳이지.
정원은 일부로 거친 숲처럼 가꾸고, 천장은 억새풀을 엮어서 마감하는 식이지.
일본의 문화적 전통 미의식‧미적관념의 하나이다. 투박하고 조용한 상태를 가리킨다. 보통 묶어서 와비사비로 표현하지만 엄밀히는 별개의 개념들이다.
저렴(500엔)하게 들어가고, 안에는 한국어 안내 책자도 있으니까
편하게 구경할 수 있을 거야. 가이드도 따로 있고.
진짜 강추! “우와, 여긴 정말 오길 잘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걸.
어떤 느낌이냐면,
왜 우리가 기차여행 같은 거 하다보면, 예정했던 곳 말고 곁다리 역 같은데 내리고 싶을 때 있잖아.
딱 그래.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라기 보단 나만 아껴보고 싶은 경관.
개인적으로 들었던 느낌은… 사실 부러움이었어.
이런 공간에 대한 그들의 철학이.
자, 가류에서의 풍류는 반나절만 즐기자.
이제 다음 코스로.
내가 여기서 뭐 먹었단 얘긴 안했지?
대충 때워서 그래.
여행의 8할은 식도락인데 왜 그런 짓을 했냐고?
전략적 선택이지.
‘우와지마’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에히메현의 남서부에 위치한 도시. 서쪽 해안지역의 평야와 내륙지역의 분지에 시가지가 형성돼있다. 기후는 연평균기온은 16~17℃로 사계절 내내 온난하다. 서쪽 바다 외 삼면은 1000m가 넘는 높은 산봉우리가 이어져 있다. 미국 하와이주(州)의 호놀룰루(Honolulu)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도시다.
사실 우와지마엔 볼게 없어.(이요오즈엔 먹을 게 없고)
하지만 모든 걸 뒤집어엎는 굉장한 맛이 기다리고 있지.
첫 날 설명 스킵한 그 요리.
‘다이메시’야!
아, 이 맛을 어떻게 말로 설명해야 하나…
일단 쉽게 가자.
우리나라에 간장게장, 일본에는 다이메시.
완전 밥도둑이야!
주문을 하면,
간장소스에 날계란, 야채, 김, 하얀 밥이 나오고 거기에 도미회가 세팅돼.
먹는 법을 설명하지.
소스에 계란을 풀어.(싫어하면 빼도 돼)
거기에 각종 야채와 해산물, 도미회를 넣고 ‘사악사악’ 섞어.
그걸 하얀 쌀밥에 ‘사악사악’ 부어.
그리곤 ‘사악사악’ 비벼!
그 다음에 ‘호로록호로록’ 먹는 거야.
아ㅠ 이건 리얼 투썸즈업이야.
진짜루 맛있어!!!(먹어본 사람들은 내 맘 알겠지?)
말 하면서도 침 넘어간다.
이건 직접 봐야해.
개성 없는 중소도시 우와지마가
먹방으로 찬란해지는 순간이지.
사실 도미는 이 지역 특산물이거든.
일본이 원래 향토요리 개념이 강하잖아.
그만큼 자부심이나 퀄리티도 뛰어나지.
우와지마는 예로부터 일본 제일의 진주양식과 도미양식 산지로, 양식수산업이 발달했으며 치어, 사료공급, 자재공급 등 관련 산업도 번창한 곳이다. 이에 진주 등 여러 종류의 수산 가공품과 도미소면, 도미밥 등 많은 향토요리가 존재하고 있다.
다이메시로 천하통일을 이뤘으니 이제 내일을 기약하자.
사실 반드시 여기서 묵어야하는 이유가 또 있어.
다음 여정을 위해서 말이야.
궁금하지? 그럼 다음 편으로 고고!
/기획: 최태욱 · 정리: 양화진
다음 이야기 그림 같은 자연 속을 관통하는 환상특급 ‘도로코’ 열차 타고, 고치현 명물 ‘히로메 시장’ 간다! ‘일본 시코쿠 우동 여행’ ③탄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