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진열대 앞에서 얼음처럼 굳었다.
‘조선간장, 몽고간장, 양조간장, 진간장, 국간장, 맑은간장…’
들은 적은 있다. 엄마가 친히 간장 분류법을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분류법을 들었었다는 기억만 날뿐. ‘분류법’자체는 씻은 듯이 잊었다.
‘간장이 다 그게 그거지 별 차이 있겠어?’
망설임 끝에 양조간장과 국간장 두 개를 짚어든다. 다행히 내 수준에서 활용 가능한 음식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혹은 그렇다고 믿었다.)
말 나온 김에 정리 한번 들어간다.
첫 번째 조선간장. 말 그대로 우리 전통식 간장이라고 한다. 메주를 말린 뒤 장독에 넣어 소금물을 부어 숙성시키는 방식을 쓴다. 이걸 다시 햇볕에 말리는데, 가장 짧은 게 ‘국간장’, 얘를 3년 이상 숙성시키면 ‘중간장’, 5년 이상 숙성시키면 ‘진간장’이 된다. 아마도 진간장이 제일 짤 거다.
양조간장은 메주를 쓰지 않고, 콩기름을 짠 찌꺼기에 밀가루를 섞어서 발효시킨 소위 ‘공장식 간장’이라는 데, 그래서 뭐가 다른 건진 모르겠다.
가장 궁금했던 게 ‘몽고간장’이었는데, 허무하게도 이건 그냥 회사 이름이네. 조선간장, 양조간장, 국간장, 진간장 등등 몽땅 만드는.
열심히 뒤져봤지만 여전히 비빔밥엔 무슨 간장을 넣어야 하는지 정확힌 모르겠다.
왠지 지금 쓰고 있는 양조간장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간장의 시커먼 속내만큼, 머릿속은 여전히 깜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