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보다 보호' 독도를 지켜라!
'구호보다 보호' 독도를 지켜라!
'구호보다 보호' 독도를 지켜라!
2016.01.08 15:47 by 한유미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구호만으로 독도를 지킬 수 있을까. 다른 나라들의 영토분쟁 사례들을 보면 그 답은 ‘아니오’다. 본 시리즈에서는 분쟁 중이거나 이미 해결된 다양한 분쟁 사례를 통해 독도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분쟁의 섬이기 전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섬인 독도의 참된 가치를 탐구한다.

중국과 러시아(헤이샤쯔 섬), 칠레와 페루(타크나-아리카 지역),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페드라 브랑카 섬) 등 세계의 영토 분쟁 케이스를 알아보고, 현재 독도의 분쟁 진행 상황을 살펴본다.

‘총을 들어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다.’
지난해 연말 개봉했던 영화 ‘대호’의 카피 문구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둘러싼 이야기로 화제가 됐던 작품.

영화 ‘대호’는 일제시대 때 사라진 우리나라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다.(사진: shutterstock.com)

일제 강점기 때 호랑이 500여 마리가 사냥 당했고 1940년 즈음 멸종됐다는 추정이 영화 ‘대호’의 모티브다.

산에서 호랑이 사냥이 한 창일 때, 독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바로 강치(가제, 가지라고도 불림) 사냥이다.  

바다사자과(Otariinae) 강치속(Zalophus)에 속하는 포유류. 몸길이 2.5m 내외. 군집을 이루어 생활한다. 독도를 비롯한 동해 연안에 서식했으나 바다사자의 가죽을 얻으려는 무분별한 남획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절멸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도에서는 1972년까지 확인됐다.

강치는 캘리포니아바다사자, 갈라파고스바다사자, 독도바다사자 총 3종으로 나뉜다. 그 중 독도바다사자 수컷의 몸무게가 490kg까지 나가 몸집이 가장 크다.(사진: shutterstock.com)

독도는 오래전부터 강치들의 주요 번식지이자 서식지였다. 독도의 옛 이름이 ‘가지도’ 혹은 ‘가제도’였다는 점. 독도 바위 중에 큰 가제바위, 작은 가제바위가 현존해 있는 것 등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한때 ‘백령도는 물범, 독도는 강치가 지킨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 독도에는 5만 마리가 넘는 독도바다사자들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독도에는 한 때 5만 마리가 넘는 강치가 서식했지만 현재는 모두 멸종돼 북한과 러시아의 통제 지역 인근 섬에 생존해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사진: shutterstock.com)

하지만 1904년부터 일본의 다케시마 어렵회사가 강치 1만 5000여 마리를 집중 포획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에선 강치를 포획해 가죽은 가방으로, 지방은 기름을 짜서 팔았는데 당시 수컷 강치 한 마리가 황소 값보다 10배나 비쌌다고 한다. 이에 일본의 시마네현의 수산업자 나카이 요자부로는 독도에서 강치에 대한 독점적 어업권을 행사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 독도의 편입을 요청했고, 일본정부는 독도를 1905년 ‘다케시마’라는 이름으로 자국 영토에 포함시키는 ‘시마네현 고시 40호’를 선포한다.

1905년(고종 42) 일본 정부가 독도를 일방적으로 시마네현에 편입시킨 사실을 알린 고시. 후에 이 고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회람본일 뿐이었으며, 공식적으로 고시된 사실이 없다고 밝혀지며, 문서 존재 자체를 의심받고 있다.

사실 강치는 독도 분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업권을 둘러싼 ‘시마네현 고시 40호’가 현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일본 어민들의 강치사냥을 근거로, 일본인들이 실질적으로 생활 터전으로 삼았던 독도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무단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눈 여겨봐야 할 사안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간 간의 시파단(Sipadan) 섬 분쟁이다.
시파단은 아름다운 섬이다. 독특한 지형으로 지역 포인트마다 다양한 바다 생물들을 볼 수 있고, 세계 보존지역으로 천혜의 환경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 역시 독도처럼 분쟁의 상처가 있었다.

말레이시아 시파단은 해양 환경 보존사업이 최우선시되는 작은 섬이다.(사진: shutterstock.com)

시파단 섬을 둘러싼 갈등은 1961년 말레이시아가 시파단섬에 등대를 세우면서 발촉됐다. 1979년 말레이시아는 시파단섬과 리기탄섬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표기했는데,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23년간 영유권 분쟁이 시작됐고, 급기야 무력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다. 결국 국제헌법재판소에 제소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시파단 섬은 국제적으로 말레이시아의 섬으로 인정받게 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 어민의 남획으로 시파단섬의 바다거북이 멸종할 위기에 처하자, 1917년 ‘거북이 보존 법령’을 제정해 거북이 알에 대해 1년에 채취할 수 있는 시기와 개수를 정하고 채취한 알에 대한 세금을 부과했으며, 법을 지키지 않으면 엄격한 벌칙을 내렸다.

이는 거북이 알을 정기적으로 관리하여 바다거북이 멸종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1933년 시파단섬을 ‘조류 보호목적 유보지’로 지정, 시파단 섬 주변의 조류들을 보호하는 법령을 만들어 섬 생태환경 보호에도 나섰다. 국제헌법재판소가 말레이시아에 손을 들어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말레이시아의 노력을 실효적 지배, 주권행사(에펙티비테·effectivites)로 인정한 덕분에 시파단 및 리기탄 섬은 온전히 말레이시아의 땅이 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917년 ‘거북이 보존 법령’ 등 시파단 섬 생태환경을 위해 엄격한 법을 만들고 지켜왔다.(사진: shutterstock.com)

독도 역시 현재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강치와 유사한 물개 서식지 조성을 위해 생태계 복구 사업과 멸종위기인 물개의 증식하는 등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해양생태계관리 측면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은 독도의 영유권과 관련하여 국제 사회의 여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영토 분쟁의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진정으로 섬의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과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바다거북이 멸종과 조류를 보호하는 법령을 선포하고 지켜왔던 것처럼 말이다.

일본에서 강치 캐릭터를 만들고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와 영상을 제작하자, 우리나라에서도 뒤늦게 강치 캐릭터 개발과 동상 설치 등에 나서고 있다. 일본과 경쟁하듯 만드는 홍보물, 의식 없는 구호로 독도를 진짜 우리 땅으로 만들 수 있을까. 독도 주변에 해양 쓰레기와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으로 독도를 아끼고 지키는 것이 아닐까.

독도의 아름다운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 독도를 지키는 초석이 되지는 않을까.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주목할만한 초기 스타트업을 꼽는 '혁신의숲 어워즈'가 17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어워즈의 1차 후보 스타트업 30개 사를 전격 공개한 것. ‘혁신의숲 어워즈’...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서로 경쟁하지 않을 때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