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년의 세월_고대 이집트의 역사
3000여년의 세월_고대 이집트의 역사
2016.01.13 10:45 by 곽민수

파피루스 기록물을 통해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상을 그렸던 ‘고대 이집트 엿보기’. 이제 그 현장으로 직접 가본다. 이집트 연구가 곽민수의 두 번째 연재물 ‘고고학자와 함께하는 이집트 유적 기행’은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이집트의 매력을 소개하고, 현지 유적을 통해 5000년 전 역사속 세계로 초대한다.

인류가 남긴 가장 위대한 고대의 흔적 중 하나인 이집트 문명. 장대한 파노라마가 살아 숨쉬고 있는 이 특별한 장소로 떠날 준비 되셨나요? 

역사 이야기는 좀 따분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둘러보게될 이집트의 유적들을 이해하시기 위해서는 고대 이집트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 만큼은 반드시 알고 넘어가셔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회에서는 아주 간단하게나마 고대 이집트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고대 이집트의 역사는 무척이나 길고 또 상당히 복잡합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은 짧게 잡아도3천여년, 길게 잡으면 7-8천년에 이를 정도로 긴 시간동안 지속된 문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이집트 전공자들도 모든 시기를 다 완전하게 다루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현대의 이집트학자들은 다들 각각의 주전공 시대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시대 저 시대를 모두 오가며 대단한 연구를 마구 쏟아내는 위대한 ‘대가’들도 지금 이 시대에도 전 세계적으로 서너명 정도는 있습니다.

이집트 문명은 오랜시간 이어져 내려온 만큼 굉장한 ‘문화적 내구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게 되겠지만, 많은 상징물들이 문명이 시작되던 시기와 문명이 끝나가던 시기, 그러니깐 3-4천년의 시간적 간극을 두고도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언어 역시도 오래도록 그 공통의 특성이 유지되어서, 만약 고왕국 시대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다면 2500여년 후인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의 텍스트들도 거의 대부분 다 이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현대 한국인들은 불과 100년전에 쓰여진 한글을 이해하기는 커녕 소리 내어 읽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에 고대 이집트의 문화적 보수성은 분명히 놀라운 수준입니다.

아래의 연표는 무척이나 간략하게 그려져있지만 고대 이집트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유념하셔야할 것은 고대 이집트의 역사가 크게 두 시대로 나뉜다는 사실입니다. 연표의 가장 앞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선왕조 시대 (Predynastic Period)는 선先왕조라는 이름 그대로 ‘왕조시대 이전의 시기’라는 뜻입니다. 이 시기 동안 이집트에는 아직 국가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기는 문자기록이 시작되지 않은, 즉 ‘선사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훗날 등장하게 되는 고대 이집트 문명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이때부터 조금씩 나타나게 됩니다. 학자들은 선왕조 시대의 시작을 대략 기원전 7000-6000년전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이 선왕조 시대의 뒤를 잇는 왕조 시대 혹은 파라오 시대 (Dynastic Period 혹은 Pharonic Period)가 바로 ‘고대 이집트 문명’의 시대입니다. 시대명대로 이 시기에 이집트에서는 고대국가가 형성되고 파라오는 그 국가의 최고 통치자로 군림하게 됩니다. 물론 문자도 등장하여 다양한 종류의 기록들이 남겨지게 됩니다.

왕조 시대는 대략 기원전 3100년경 나르메르(Narmer)라는 파라오가 상-하이집트를 최초로 통일하면서 시작됩니다. 상이집트는 나일강의 상류, 즉 이집트 남쪽 지방을, 그리고 하 이집트는 북쪽에 위치한 나일강 하류의 삼각주 지방을 의미합니다. 나르메르는 이 상-하이집트의 경계인 멤피스(Memphis)에 통일 이집트의 수도를 건설하였습니다. 이집트의 역사과정 속에서 정치적 중심지는 종종 바뀌기도 했지만, 멤피스가 갖고 있는 수도로서의 상징성은 3000여년 내내 유지됩니다.

선왕조 시대의 토기들. 옥스포드 애쉬몰린 박물관 (출처: 곽민수)
나르메르의 팔레트: 이집트 최초의 통일과정이 상징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소장. (출처: Wikimedia)

3000년에 이르는 왕조 시대는 다시 고-중-신으로 나뉘어지는 세 차례의 왕국 시대와 그 사이에 있는 세 번의 중간기, 그리고 말기 시대와 프톨레마이오스 시대로 구분됩니다. 이 가운데 ‘왕국 ’이라고 불리는 시기는 이집트가 통일 왕국을 이루고 있어 이집트 내부는 물론이고 북으로는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남으로는 누비아까지, 이집트의 외부지역에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입니다. 반면에 이들 왕국시대 사이에 끼여있는 3번의 중간기는 통일 왕국이 해체되어 이집트 각 지역에서 여러 정권이 동시에 존재하며 서로 경쟁을 하던 시기로, 중국으로 치면 춘추전국시대와 성격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왕국시대들 가운데 첫번째 등장하는 고왕국 시대는 ‘피라미드 시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피라미드하면 딱 떠올리게 되는 기자의 세 피라미드를 비롯한 거대하고 견고한 피라미드들은 대부분 이 시대에 세워진 것들입니다. 중왕국 시대의 유적들은 애석하게도 많이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는 고대 이집트의 문화가 크게 융성하던 시기입니다. 문학과 예술 등 문화전반에 걸쳐서 많은 규범과 전통들이 이 시대에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연구자들 가운데에는 중왕국 시대를 ‘이집트 문명의 고전기 (Classical Period)’라고 칭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신왕국 시대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파라오들이 등장하는 시기입니다. 투탕카멘이나 람세스 2세, 그리고 그 둘보다는 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역시나 유명한 아케나텐 등은 모두 이 시대의 파라오입니다. 신왕국 시대 이후 이집트는 급격히 쇠퇴합니다. 그렇지만 부자집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쇠퇴했다고는 하지만 이집트 문명은 그 이후로도 거의 1000년 동안은 지속되었습니다. 쇠퇴했다는 것은 이집트가 근동 전체에서 가지고 있던 정치적-문화적 패권을 많이 상실했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 3 중간기의 이집트: 서로 다른 색깔은 각각의 정치체들의 영역입니다. (출처: Wikimedia)

제 3 중간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다시금 통일왕조가 들어선 ‘말기 시대’는 이집트 문명이 마지막 불꽃을 가까스로 피워내던 시기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시기 동안 패권을 상실한 이집트는 소위 ‘동네북’이 됩니다. 제3중간기 말에 이집트 전역에 대하여 지배권을 확립한 25왕조의 경우에는 이집트 남쪽의 누비아 지역에서 시작된 왕조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왕조의 파라오들은 흑인이었습니다. 25왕조는 이집트를 정복한 아시리아 제국에 의하여 남쪽으로 쫓겨나게 되고, 그 이후에는 아시리아 제국에 의해서 세워진 일종의 괴뢰 정권인 26왕조가 들어서게 됩니다. 이후 이집트는 다시 메소포타미아를 제패한 페르시아 제국의 침략을 받게 되고, 이집트에는 페르시아 왕을 파라오로 모시는 27왕조가 들어서게 됩니다. 27왕조는 이집트 토착세력에 의하여 이집트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지만, 30왕조 말기에는 페르시아가 다시금 이집트를 지배하게 됩니다. 이때의 페르시아 정권은 기원전 332년 마케도니아 출신의 정복자, 알렉산드로스에게 무너지게 됩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사후, 그의 심복이었던 프톨레마이오스는 이집트에 그리스계 왕조를 세우는데, 그것이 바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혹은 프톨레미 왕조입니다.

기원전 3100년 경에 시작된 고대 이집트 문명은 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 7세와 이집트로 망명한 로마의 장군 안토니우스의 연합 함대가 기원전 30년 오늘 악티움에서 로마 함대에게 패배함으로 공식적으로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때의 로마함대의 지휘관이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데셍을 할 때면 언제나 가장 먼저 그리게 되는 인물인 아그리파입니다. 악티움 해전에서의 패배 이후, 이집트는 로마의 황제령으로 로마제국의 영토로 편입됩니다. 로마제국의 영토로 편입된 이후에는 독립왕조가 이집트에서 사라진 만큼 고대 이집트 문명은 막을 내렸다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문화적으로는 고대 이집트 문화가 그대로 유지되어서 로마의 황제들이 이집트의 기념물에서는 파라오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역사책을 쓰려는 것이 아닌 만큼, 각 시기에 대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의 두 가지 정도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두 가지는 이집트 역사에 관해서 자주 잘못 말하여지는 상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첫 번째, 피라미드는 고왕국 시대와 중왕국 시대에 세워졌고, 신왕국 시대에는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즉, 투탕카멘, 람세스 2세 같은 신왕국 시대 파라오들의 무덤은 피라미드가 아닙니다. 그들은 피라미드가 지어지던 시기보다 적어도 수백년년 후의 인물들이고 그들의 무덤은 일반적으로 알굴묘 (Rock-cut tomb)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람세스 2세의 무덤 도면(도면 출처: Theban Mapping Project)

그리고 두 번째,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의 파라오였지만 그녀는 순수한 이집트인이 아닌 프톨레마이오스 왕가 출신의 그리스인이었다는 사실. 클레오파트라가 살던 시대는 기자의 대피라미드가 지어지던 무려 2500년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깐, 클레오파트라와 대피라미드의 시간적인 거리는 클레오파트라와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과의 거리보다도 더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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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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