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람도 자본주의다
북한사람도 자본주의다
북한사람도 자본주의다
2016.01.28 19:10 by 이주철

철옹성 같던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 대중들은 드라마와 영화 등 남한의 대중문화를 암암리에 접하고 있고, 평양에서는 스마트폰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식량난, 질병 퇴치 등 고질적인 과제와 함께 체제 유지라는 상반된 문제에 봉착해 있다. 본 시리즈에서는 현재 KBS 남북교류협력단 연구위원,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의 글을 통해 북한 사회를 조명해보고, ‘통일’이라는 과제를 안은 지금의 세대에 메시지를 전한다.

김정은 제1비서는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고, ‘아리랑’과 ‘평양타치’라는 스마트폰이 평양에서 유통되고 있다. 과학의 힘으로 식량난, 경제난 등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권과 그로 인해 북한 사회에 일렁이는 변화의 물결을 짚었다.

북한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은 모두 ‘자본주의’이고, ‘사회주의’의 탈을 쓴 것은 죽은 것이 대부분이다. 국가 소유의 기업소 중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방식으로 제대로 운영되는 것은 별로 없다. 결국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제1비서는 외국에 국가의 자원을 팔아 개인의 자산을 유지하고, 인민들에겐 이동전화기를 팔아서 외화를 번다. 인민들은 휴대폰을 사들고 장사에 나서며, 힘 있는 간부들은 외국상품 수입, 유통과 운수로 돈을 번다.

(사진: Amy Johansson/shutterstock.com)

북한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자본주의적 요소

… ‘김정은은 북한 최고의 자본가’

자본주의의 의미를 자본가가 그의 뜻대로 누리는 체제라 한다면, 김정은은 북한의 최고 자본가이다. 비록 오래된 기종이지만 자가용 비행기가 있고, 외국산 요트나 최고급 승용차는 그의 수집품 중의 하나이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1990년대 후반 북한의 기아 시기에도 일본인 요리사를 초빙하여 특별한 ‘일식요리’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이들 북한의 권력자들은 겉으로는 사회주의체제를 내세우며 권력와 호사를 누렸고, 인민들에게는 사회주의와 가난을 강요했다. 평등을 내세우며 끼니에도 부족한 식량 배급이 인민들에게 강요되었고, 정권 유지를 위한 고립으로 생산의 부족은 일상화 되었다.

결국 생명을 위협하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북한인민들도 각자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농촌에서는 농민시장이 확대되었고, 도시는 암시장에서 시작하여 종합시장의 확산까지 이루어졌다. 이제 북한주민 모두가 시장을 통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을 만들고 확산하는 과정을 통해 인민들은 자본주의를 경험했고, 많은 북한 노동자들은 ‘가진 것 없는 상공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결국 최고 권력자부터 빈털터리 노점상인까지 북한주민들은 모두 자본주의 세상의 구성원이 되었다.

1997년 발행된 우표 속 고난의행군의 모습. ‘모두 다 올해의 고난의 행군에서 영예로운 승리자가 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북한이 1990년대 중‧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으로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시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한 구호. 주민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사회적 이탈을 막기 위해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제시되었다. 

북한의 왕은 국가 전체를 그의 자본으로 한다. 국가의 자원과 인민의 생명도 모두 그의 자본이다. 그는 협동농장의 소유주이고 자연자원을 수출하는 광산 자본가로서 영업을 한다. 그가 고용하여 값을 치르는 직원은 고위 군인이거나 정권 보위세력이고, 대다수의 노동자는 부역에 동원된 무임금 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다. 최고권력자와 고급 간부들만이 오랫동안 각종 이권을 장악하고 호사를 누렸다.

김정은은 망가진 기존의 기업소들을 대신하여,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새로운 사업에 눈을 뜨고 있다. 외국과 합작한 휴대폰 통신사업에서도 돈을 벌고 있고, 인민들을 노동자로 내보내는 해외인력송출회사의 착취형 자본가로도 변신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부정한 수입도 그의 관심 영역에 속한다고 한다. 어린 청년들을 고통스러운 속도전 돌격대로 내몰아 마식령 스키장과 같은 관광지를 만들고, 그 관광지로 외화를 벌고자 하는 가혹한 자본가이다. 성장하면서 특권이 몸에 밴 것처럼 자본가로서의 자리가 어색하지 않다.

지난 2014년 강원도 원산시에 들어선 마식령 스키장(사진: uritours.com)

인민들도 살기위해 자본주의에 적응해 가고 있다. 배고프고 노예적인 사회주의 대신 ‘자력갱생의 자본주의’가 할만하단 걸 모두 안다.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사회주의에 대한 복종을 대신해서 스스로 시장에 참여하고, 그들에게만 강요되던 사회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당과 군 간부도 권력형 자본가로 탈바꿈시키고, 북한 사회 각 부문의 크고 작은 일군들을 소상인, 소생산자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북한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은 모두 ‘자본주의’이고, ‘사회주의’의 탈을 쓴 것은 죽은 것이 대부분이다. (…) 하부에서 누적된 자본주의적 성과가 사회전반에 확대되고, 시장화가 크게 진전되었다. 무엇보다도 북한사람들의 마음이 변화했다.

정권도 인민도 자본주의에서 생존전략 찾고 있어
… 체제 변화로 이어질까?

북한의 권력자는 남한의 재벌보다 큰 부를 찾고 있고, 그 밑의 크고 작은 간부들은 각자의 그릇에 맞는 특권과 부를 노리고 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는 부는 국제적 환경과 북한 내부의 경제환경 변화에 달려 있다. 국제적 경제 제재 속에서 지지부진했던 수십 년의 북한경제가 또 다시 반복될지,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개혁개방의 날개를 달을 것인지는 김정은과 북한인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개혁개방 이후 수십 년 만에 급속히 성장하여 세계의 부호들 명단에 오르내리는 중국의 자본가를 보면 정말로 놀랍고 놀랍다. 그런데 중국 자본가의 놀라운 성장에는 개혁개방이라는 환경과 상인 전통의 뿌리가 있었다. 개혁개방이후 중국 경제와 자본가의 성장은 중국공산화 이전 3천 년간 계속된 중국 상공인의 DNA가 살아난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다. 반대로 6.25전쟁을 전후한 시기 자본가계급의 월남으로 인한 북한지역 자본가계급의 소멸은 향후 북한 자본주의 성장을 더디게 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남한에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한 자본주의 개발 경험과 인력이 있고, 또 중국의 시장경제와 북한이 연결된다면 부족한 모든 문제는 보완될 수 있다. 지금 북한은 자본가의 성공을 위한 기본 환경인 협력적 국제관계, 협력적 남북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맨 위의 왕에서부터 맨 아래의 노점까지 모두 성공한 자본가로 변하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

‘고난의 행군’ 이래 20년간 진행된 북한경제의 변화는 ‘자본주의화’라고 할 수 있다. 그 변화의 뿌리가 상당히 깊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구조화되었기 때문에 북한정권이 이러한 경제체제를 사회주의경제체제로 역전시키는 것은 스스로에게 위험한 상황이다. 오히려 새로운 북한정권은 이러한 경제변화를 토대로 정치권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사진: Astrelok/Shutterstock.com)

이미 김정일정권에서 2000년대 생존전략으로 개방정책과 자본주의경제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결정했다. 김정일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추진하기 시작한 ‘개혁개방정책’이 핵무기 개발과 묶이면서 김정일의 경제정책은 실패하였지만, 그와 상관없이 하부에서 누적된 성과가 사회전반에 확대되고, 시장화가 크게 진전되었다.

무엇보다도 “북한사람들의 마음이 변화했다”. 최고권력자 김정은의 본성은 자본가에 가장 가깝다. 그 밑에서 달러를 벌어 바치면서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무역일꾼들의 마인드도 자본가 그 자체이다. 최고권력자와 주변 권력자들이 이미 모두 자본가이자 자본가 마인드로 전향되어 있다. 그리고 중간계급 간부나 노동자, 농민도 모두 시장을 통해 생존하는 사람들이다. 온 사회가 이미 자본가 세상이거나, 자본주의경제체제에서 사는 사람들로 가득 차버린 것이 북한이다. 그리고 이제 북한정권의 최후 보루인 농촌 진지의 농민마저 자본주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인민들의 생각이 모두 자본주의로 바뀐 곳, 이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이제 합리적인 자본주의로 가는 길이 그들이 가야할 길이다. 그 길은 인민이 존중되는 민주주의와 함께 가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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