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일몰‧일출 동시상영 해수욕장, 다대포. 산책을 부르는 바다 다대포를 걷는다.
볼 거리 있는 곳에 먹을 거리가 빠질 쏘냐. 산책을 마쳤으니 이제 배를 채울 차례.
애석하게도 다대포 해수욕장 주변엔 ‘특출난’ 혹은 ‘유명한’ 맛집이 없다. 그 대신 어딜 들어가도 크게 실패할 확률은 적다. 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먹을거리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대포 해수욕장 입구 쪽에 진을 치고 있는 조개구이, 횟집들이 그렇다. 오랜 세월을 버티며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모두 각자의 '한방' 쯤은 가지고 있단 얘기다.
| 시원한 바다의 맛, 버들집 생 바지락 칼국수
다대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풍미를 찾고 싶다면 이곳을 주목해 보라. 이름도 정직하기 그지 없는 생 바지락 칼국수 집.(사실 가게 명은 따로 있다.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글씨로 ‘버들집’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이곳은 전통의 맛집이며, 꽤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나는 어머니께 추천받았고, 어머니 또한 누군가에게 추천받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행사철이나 주말, 연휴가 되면 긴 줄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름에 걸맞게 메뉴도 굉장히 정직하다. 칼국수와 해물파전, 감자찐만두가 준비된 메뉴의 전부.
나는 바지락해물칼국수와 해물파전을 주문했다.
이 집 음식을 표현하는 키워드는 '푸짐'이다. 칼국수엔 바지락, 새우, 오징어 등 각종 해물이 그 어느 곳보다 '듬뿍' 담겨 있다.(1인분 주문 불가) 시원한 국물 맛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재료를 아끼지 않는 퍼주기 신공이 그 비결인 듯 하다. 해물파전 역시 정말 아낌없이 들어갔다. 특히 인상깊었던 건 칼국수와 함께 나온 깍두기. 푹 익혀 새콤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칼국수의 맛을 돋보이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 버들집에서 해안공원 산책 전이나 산책 후, 저렴하고 기분 좋게 한 끼를 해결한다. 소수의 메뉴로 당당하게 승부하는 모습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조용히 떠오르는 명소, 카페 뱅가(Venga)
기분 좋은 식사 후 커피와 수다가 빠지면 서운하다. 버들집에서 조금 더 주차장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샛길이 나오는데, 그 길 입구에 최근 다대포에서 가장 떠오르고 있는 핫플레이스, '카페 뱅가'가 있다.
참고로 우리가 자주 접하는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투썸플레이스 등의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이 길이 아닌 큰 도로 건너편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말 그대로 '다닥다닥'이다. 심지어 이 중 두 군데는 화장실도 공동으로 쓴다.) 그러니 그 브랜드 마니아라면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면 된다. 하지만 개인 로스터리 카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쯤 들러봐야 할 곳이 바로 뱅가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에는 특유의 깊은 풍미가 진하게 배어 있고, 겨울엔 따뜻한 뱅쇼도 그만이다. 하지만 이 카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다름 아닌 기막힌 풍경이다.
사실 뱅가를 120% 즐기기 위해서는 선선한 계절에 테라스로 나가야 한다. 바다의 내음과 커피의 향이 맛깔나게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쉽게도 겨울에는 바닷바람이 드세서 밖은 무리다. 하지만 안에서도 충분히 바닷가의 풍경을 한 가득 눈에 담을 수 있으니 서운해 마시라. 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다는 유난히 푸르다.
가격대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아메리카노 3000원대) 만약 당신이 커피를 좀 안다면, ‘Venga 블렌드’(4,800원)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필자 같이 어린이 입맛엔 좀 씁쓸했다.(개인적으론 핫초코, 레몬티, 카페라떼 등의 메뉴가 좋았다.) 위치는 해안공원 공영 주차장 바로 맞은편. 카페 뒤쪽 주차공간도 따로 넉넉하게 구비되어 있다.
What if...?
아이들과 외식을 하는 가족들처럼, 앞서 소개한 곳을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터. 그럴 땐 바닷가 주변을 벗어나 맞은편 아파트 단지 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보자. 대로변으로 걸어 나가면 맞은편에 패스트푸드(롯데리아), 샤브샤브(샤브향) 등 유아 동반 가족 외식에 적합한 식당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아파트 단지 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치맥을 즐길 수 있는 치킨 집들도 보인다. 실제로 여름에는 그 치킨집 밖의 간이 의자에서 편한 복장으로 여유롭게 치맥을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대규모 주택가와 인접한 다대포만의 정겹고 편안한 풍경.
다음 이야기 검색창에 '부산에 가볼만한 곳'을 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곳. 대한민국 최초의 해수욕장, 송도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