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희생정신으로 생명 구한 영웅들, ‘참 안전인’으로 기억하겠습니다
용기와 희생정신으로 생명 구한 영웅들, ‘참 안전인’으로 기억하겠습니다
용기와 희생정신으로 생명 구한 영웅들, ‘참 안전인’으로 기억하겠습니다
2016.02.18 17:40 by 조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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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한 번의 일로 이렇게 상을 받게 돼 과분하다고 생각하죠. 저 말고 좋은 일 하는 사람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분들이 많잖아요. 오늘 상을 받으면서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았구나’ 하고요.”

올해 첫 ‘참 안전인’ 시상식에서 이승선(51)씨가 밝힌 수상소감입니다. 그는 지난해 1월 발생한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에서 밧줄 하나에 의지한 채 맨몸으로 10여명의 생명을 직접 구조했는데요. 그 용기 있는 행동으로 참 안전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지난 2월 3일 열린 참 안전인 시상식에서 이승선씨가 최학래 전국재해구호협회장으로부터 기념 메달을 수여받고 있습니다.

지난 2월 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서울 종로구)에서 '참 안전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지난해 9월 첫 수상자를 배출한 이후 반 년만입니다. 참 안전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 우리 일상 속 영웅들을 발굴·시상하는 것으로, 그 용기와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희망브리지와 국민안전처가 함께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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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및 국민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를 대상으로 공적심의위원회를 거쳐 총 네 분의 수상자를 선정했는데요. 이승선씨와 함께 대구에서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장애인을 구조한 정유석(27세)씨, 위급한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다 고인이 된 이혜경(당시 51세)씨와 정연승(당시 35세) 상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날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최학래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상패, 기념 메달과 함께 100만원의 상금이 전달됐습니다.

(왼쪽부터) 수상자 정유석씨와 고 정연승씨(배우자 대리 수상),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최학래 전국재해구호협회장, 수상자 고 이혜경씨(배우자 대리 수상)와 이승선씨.

생명 구하려다 그만…
“당신의 헌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해 7월 26일, 고 이혜경씨 일행은 경북 울진군으로 산행을 떠났습니다. 이들이 왕피천 계곡을 걸어 올라가던 정오경이었죠. 계곡물에 떨어뜨린 등산 스틱을 주우려다 물에 빠진 젊은 남녀가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살 수 있어요!”

이혜경씨가 이렇게 외치며 지체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서울시청 소속 장거리 수영선수 출신으로, 예전에도 물에 빠진 딸의 친구를 구조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두 명의 생명을 살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자신은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고 이혜경씨와 고 정연승 상사.생명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이들은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지난해 9월 8일에는 또 한 번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경기도 부천의 송내역 인근에서 40대 여성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차를 타고 현장을 지나던 고 정연승 상사는 현장을 목격하고 도로 한복판으로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뒤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온 트럭에 치여 피해 여성과 정 상사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YTN 뉴스 보도 화면. 사고 당일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에서 고 정연승 상사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남을 위하다 고인이 된 이혜경씨와 정연승 상사. 이들의 평생은 한결같았습니다. 이씨는 평소 치매노인센터 주방봉사, 장애인 아동 수영 강습, 지역도서관 사서 봉사, 노인대학 봉사 등을 해오며 거주하던 서울 서초동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정 상사는 9공수특전여단 장비정비대 소속으로, 10여 년 전부터 부대 인근의 요양원과 장애인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결식아동 및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매월 10만원씩 후원해왔다고 합니다. 이 분들의 나눔‧봉사의 삶과 희생정신…, 참 안전인 상을 통해 더욱 널리 알리고 기억하고자 합니다.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10명의 목숨 구한
‘인간 완강기’ 이승선씨

“너 잘 했어, 그렇지! 좋아. 이제 10초만 버티면 살 수 있어!”

지난해 1월 1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의 대봉그린아파트.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퍼져나갔는데요. 수많은 사람들이 생사를 넘나들던 현장에서 밧줄 하나로 무려 10명의 인명을 구한 이웃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승선씨입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의 현장 모습입니다. 검게 탄 모습의 창문으로 보아 불길이 건물 전체를 휘감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정부에서 간판 시공업을 하는 이승선씨는 화재 사고 당일 현장 인근을 지나다 검은색 연기 기둥이 솟구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기를 따라가 보니 10층짜리 아파트 한 채가 불길에 휩싸여 있는 상황. 좁은 진입로, 건물 외벽의 내장재가 스티로폼으로 되어 있어 진화작업에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건물 4층에서 “살려주세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간 이승선씨는 한 달 반 전에 사 두었던 30미터짜리 밧줄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소방관들이 쳐 놓은 안전선 뒤로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 줄 알았죠. 그런데 어떡합니까. 상황이 너무 위급해보였는데….”

이승선씨가 다급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곧장 차에서 로프를 가져와 가스 배관을 타고 4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밧줄의 한쪽 끝을 가스 배관에 고정시켰습니다. 다른 끝은 둥근 고리로 매듭지어 한사람씩 겨드랑이에 끼워 고정시키고는 서서히 지상으로 탈출시켰습니다. “할 수 있어!”라는 이씨의 격려와 함께 불가능할 것 같았던 탈출작전도 한 명, 두 명 성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4층에서만 4명을 구조한 이승선씨. 7, 8층의 고층부에서도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눈에 띄자, 이번에는 곧바로 아파트 옆 동 옥상을 통해 불이 난 건물 옥상으로 진입했습니다. 옥상에 밧줄을 묶고 내려가, 같은 방법으로 무려 10명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저도 높은 곳에서 떨어진 적이 있어 큰 후유증을 앓았어요. 두 번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내가 한 결정에 절대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월 MBC뉴스 보도화면

지난해 1월 MBC뉴스 보도화면

이날 아파트 화재사고로 모두 4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12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씨의 기지와 용기가 없었다면 더 큰 인명피해가 났을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이씨는 사고 당시의 공적을 고스란히 소방관들에게 돌렸습니다.

“채비를 하고는 지휘관이 손가락으로 들어갈 곳을 가리키는데, 연기가 시커멓게 나오는 곳이었어요. 목숨 걸고 구조하는 모습에 많이 놀랐고 또 감동받았습니다.”

이후 이승선씨는 용감한 시민상으로 받은 포상금 일부를 소방관들에게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사비로 개인장구를 구입해서 쓴다는 뉴스를 접하고서의 일이죠. 그의 용기와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 한 뼘 더 안전하고 넉넉해진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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