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먹기의 VIP가 되어보자!! 패밀리 레스토랑(혹은 뷔페) 정복기
혼자, 밥먹기의 VIP가 되어보자!! 패밀리 레스토랑(혹은 뷔페) 정복기
혼자, 밥먹기의 VIP가 되어보자!! 패밀리 레스토랑(혹은 뷔페) 정복기
2016.02.26 11:11 by 황유영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1인 가구 수는 506만. TV에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상이 등장하고, 혼밥, 혼술은 흔한 용어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혼자가 버거운 사람들이 있다. 혼자보다 여럿이 가능한 일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한다. 혼자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즐기는 일을. 선뜻 내지 못했던 용기어린 도전이자, 대리만족이며, 불친절하지만 세심한 가이드다. 그리고 혼자서도 꿋꿋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록이다.

유승호와 아이컨택을 만끽하며 기분좋게 취할 수 있다. 혼자라면 말이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술자리, 혼자 술을 마셔보자.

외롭고 쓸쓸한 자취남녀 예닐곱이 모인 단톡방에 한 장의 사진이 예고 없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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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음은 딩동이었던가, ‘카톡왔어요’던가. 아마도 감흥 없는 진동이거나 무음이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내 머릿속에선 분명 딩동, 하고 성스러운 종소리가 울렸다. 첫 키스를 할 때 울린다던 바로 그 종소리가.

여러분. 빕스가 19주년을 맞아 35% 할인을 진행한답니다. 빕스, 이 농약같은 패밀리 레스토랑 같으니라고. 내게는 첫 사랑과 같은 빕스가 또 은혜를 베풀고 있단 소식이었다. 지겹도록 찾았던 곳이었지만 요즘은 계절밥상이나 자연별곡 같은, 왠지 모르게 건강해질 것 같은-그러나 사실은 똑같이 살만 찔 뿐인-한식 뷔페에 빠져 멀리했었는데. 그걸 어찌 알고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물론 나만의 자의식 과잉이다.)

'딩동~' 성스럽게 울려 퍼진 빕스의 할인 소식

내 아무리 혼자 밥 잘먹고, 술도 잘 마시는 이 시대의 자랑스러운 혼밥·혼술러지만 뷔페는 아직 도전하지 못한 철옹성. 그리하여 우리는 열심히 머리를 맞대로 스케줄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가자, 아침이든 저녁이든 시간을 낼 테니 함께 가자. 내 구걸에도 불구하고 단 3일에 불과한 할인 일정을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점심 시간을 이용해 회사 직원들과 빕스를 다녀왔다던 지인의 무용담은 내 의지를 꺾었다. 아무리 사람 없는 시간에 가도 두 시간 웨이팅은 기본이고,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고 먹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빕스의 할인 행사는 나를 스쳐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원통함에 잠을 못 이루고, 억울함에 하루 종일 멍을 때리는 심적 그로기 상태가 이어졌다. 달고 살찌는 메가 크런치가 아른거리고, 빕스의 자랑 티라미수와 커피가 떠올랐다. 이 둘만 있다면 할인되지 않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마저 있었다. 다만 문제는 혼자 갈 수 있느냐. 나약하고 유약한 나를 채찍질하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지금 이 기회가 아니면 평생 패밀리 레스토랑에 혼자 갈 수 없다. 그렇게, 혼자 밥먹기중에서도 최고난도 레벨인 패밀리 레스토랑 혼자 가기에 나섰다. 

천국의 맛 티라미수가 나를 유혹한다.(사진:Eskymaks, Igor Zh/shutterstock.com)

혼자 오셨나요? 예!!혼자 왔습니다.

누군가가 연애를 책으로 배운다면 나는 세상을 블로그로 배우는 네티즌 의존증이 있다. 초소심 A형 인간에게 블로그와 커뮤니티의 품평들은 절대적인 지시 사항이다. 그래서 패밀리 레스토랑 혼자 가기를 검색했다. 역시, 얼굴도 모르는 나의 선생님들은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수많은 선구자들이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을 다녀왔고, 생각보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다며 나를 응원해주었다. 여러 팁 들도 있었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당장 빕스를 향해 가는 것이었다.

빕스, 이름부터 얼마나 폭력적인가. 단수형 VIP가 아니라 복수형 VIPS다. 흥, 한 번 콧방귀를 켜주었다. 자랑스러운 혼밥러로서 빕스를 정복해야만 한다는 사명감마저 들었다.(이 부분은 감정 과잉이다.)

일단 합리적으로 고객이 가장 많지 않을 시간을 추론했다. 오픈 시간인 11시와 점심 시간이 지나는 2시 이후를 추려두었다. 이왕이면 빨리 이 일을 해결해야 내 긴장감들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렇게 결정된 결전의 시간 11시. 10시 30분 부터 책상에 앉아 각오를 다지고 택시를 탔다. 멀지 않은 거리를 감에도 이상하게 말을 많이 걸던 택시 아저씨는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는 내 거짓말에 왠지 혀를 차셨다.

(사진: 황유영)

패밀리 레스토랑은 혼밥족들에게 문턱이 높다. 경험해보지 않은 부담감일수도 있지만 직원들 조차 혼자 패밀리 레스토랑에 오는 손님을 예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연히 빕스가는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커플들과 일행으로 볼까 문 앞에서 게임을 한 판 하고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직원과의 대화는 대략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몇 분 이신가요?"

"한 명이요."

"일행이 먼저 와계신가요?"

"아뇨. 한 명이요. 혼자 왔어요."

"(당황해서)아.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무전으로)한!분! 들어가십니다. 안내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면 또 한 번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매장안에서 나를 안내하기 위해 나온 서버는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일행 있으신가요? 나는 같은 대답을 반복한다. 아.니.오. 혼. 자. 왔. 습. 니. 다. 궁서체로 대답을 한 후에야 내가, 이 아침에, 굳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혼자 온 고객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정말 혼자 왔냐는 직원들의 눈빛은 내 전투력에 불을 붙였다.

티라미수 실종 사건, 겨우 3그릇밖에 못 먹은 나를 반성합니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으면 그때부터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빕스는 패밀리 레스토랑이지만 뷔페 형태인 샐러드바 이용객이 많기 때문에 일행과 함께 왔더라도 혼자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들이 꽤 많은 편. 한산한 시간대를 찾으면 시선을 많이 받지 않고 식사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옆자리 군인 커플과 맞은 편 창가자리 아주머니 4인방이 몇 번 이나 나를 향해 힐끗힐끗 시선을 던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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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은 빕스는 여전히 아름답고 다정했다. 이날 메뉴에는 크림 파스타는 없었지만, 머리가 짜릿할 정도로 단 메가 크런치가 있었고, 립과 바베큐가 있어서 굳이 스테이크를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됐다. 눅눅할 틈이 없는 바삭한 치킨, 싱싱한 샐러드, 연어와 상큼한 망고까지. 다른 곳에 시선 뺏길 틈을 주지 않는 최고의 혼밥 메이트였다.

(사진: 황유영)

다만, 언제부터인가 빕스 메뉴에서 사라졌다는 티라미수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졌다. 봄 특집인듯 딸기 디저트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카카오 파우더가 가득 덮인 티라미수. 어디로 간거니. 부디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

열두시를 넘기면서 사람이 많아지기에 미련 없이 나왔다. 카드 할인까지 받아, 더욱 산뜻하고 가볍게. 만족스럽고 도전적인 혼밥이었지만, 세 접시 밖에 못 먹은 점은 반성한다.

혼자레벨  ★★★★★

일반 식당과 달리 패밀리 레스토랑은 혼자 오는 일이 드물다보니 직원에게 ‘혼자 왔다’고 말하는 일부터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이 없는 시간을 골라 도전해보자. 살찌는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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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TIP

자리는 샐러드 바 앞쪽으로. 동선이 길어질수록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이기 마련이다.한 번에 많이 떠서 담자. 가능하다면 접시 두, 세 개를 이용해도 좋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잦은 이동은 혼밥의 적.주문은 앉자마자 바로 한다. 패밀리 레스토랑 마다 시스템은 다르겠지만 주문 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매장이 크고 바쁘기 때문에 서버를 부르는 일이 쉽지 않다. 빕스의 경우 샐러드바만 이용할 예정이라면 자리를 안내받아 앉자마자 주문하는 것이 번거로움을 덜어줄 수 있다.오픈 시간이나 한적한 시간을 선택하자. 가능하다면 오픈 시간을 추천. 상태 좋은 음식이 빈 자리 없이 담겨있어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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