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꿈을 위해 공을 찼고, 어른들은 그 꿈을 걷어찼다
아이들은 꿈을 위해 공을 찼고, 어른들은 그 꿈을 걷어찼다
아이들은 꿈을 위해 공을 찼고, 어른들은 그 꿈을 걷어찼다
2016.03.09 09:58 by 이국재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꿈꾸며 스페인을 찾은 이정준(18)군과 자식의 꿈을 위해 뒤늦게 이민 짐을 쌌던 열혈아빠 이국재 대표(월드스포츠매니지먼트‧WSM)의 스페인 정착기. 스페인 현지에서 전해주는 그들의 꿈, 이민, 축구,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만나본다.


추억 없는 학교생활, 잦은 얼차려, 부정과 비리까지. 운동하면서 비슷한 마음고생을 겪고 좌절한 부자(父子)는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구단주와 (축구)클럽관계자, 그리고 문제의 한국인 두 명이 소집된 비상회의가 열렸다. 회의 내내 나를 아연실색케 하는 전말들이 속속 밝혀졌다. 힘겹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난, 그제야 현실을 제대로 깨닫고 이성을 잃었다. 복받쳐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회의장을 뒤집어엎었다. 그리고 문제의 원흉인 교포를 회의장을 밖으로 끌고 나왔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구단주와 관계자들은 나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난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부우며 한인 교포들을 나무랐다…

‘포르투칼’이라 쓰고 ‘시행착오’라 읽는다


약속의 땅이 될 거란 믿음으로

‘학창시절의 추억을 쌓으며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곳. 실수를 해도 욕하거나 때리지 않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곳. 실력 있는 아이들이 돈이나 연줄로 피해 받지 않는 곳. 그런 환경을 갖춘 곳으로 가자!’

한국을 떠나올 때 간직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준이와 저는 포르투갈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첫 해외 유학의 푸른 꿈을 안고서 말이죠. 당시 정준이의 나이는 12살, 초등학교 5학년, 겨울이었습니다.

피구와 호날두의 나라여, 우리가 왔다!

우리 목적지는 포르투갈의 ‘마프라’라는 도시. 수도 리스본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을 이동하면 나오는 곳이죠.

포르투갈 서부 리스보아 현에 위치한 도시(리스본에서 북서쪽으로 28km). 바로크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마프라 국립 궁전이 유명하며, 해안 지대에 위치한 이리세이라(Ericeira)는 파도타기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정준이가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할 팀이 이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당시 포르투갈의 3부 정도의 리그에 속해 있는 ‘CLUBE DESPORTIVO DE MAFRA’라는 작은 클럽이었죠.

이 클럽의 구단주는 중고자동차 매매상과 자동차 수리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동네에서는 꽤나 명성이 있는, 한마디로 힘 꽤나 쓰는 유지라고 하더군요.

이 클럽은 정준이가 한국에서 축구의 꿈을 접고 유럽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던 차에, 한국의 축구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 곳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한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유소년 팀을 지도했던 한국인 감독이란 얘기에 믿음이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훗날 처절하게 느끼게 됐죠. 외국에서 한국인에게 의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를 말이죠.

‘CLUBE DESPORTIVO DE MAFRA’가 사용하던 구장

정준이가 갔을 때 이미 그 클럽엔 20여명 가량의 한국인 유학생들이 있었어요. 12살부터 20살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고 있었죠.

이 곳에서의 기억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클럽의 구단주를 처음 소개 받았을 때입니다.

첫 만남에서 그가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한참 후에야 그때 그가 왜 그랬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정준이가 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이 클럽에 유학을 왔는데, 단 한 번도 부모님이 같이 오신 적이 없었다.”

훗날 클럽 구단주와의 식사 자리에서 들은 얘깁니다. 제가 포르투갈 유학지에 찾아온 첫 부모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이 구단주는 제가 단순히 유학의 개념으로 포르투갈에 온 것인지 아니면 비즈니스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그가 의아했던 만큼 저 역시 이상한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의 인생이 걸린 유학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 한 명의 부모들도 다녀가지 않았을까? 현장에서 뭘 배우는지, 기거하는 장소는 어떤 지,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단 말인가?’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한국인 중개인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지역이나 구단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 없이, 단지 한국에서 친분이 있었다는 점 하나로 중개인의 말만 믿고, 아이들을 이 먼 타국까지 보낸 거죠. 제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현실은 그러했습니다.

당시 마프라 팀에서 유학하던 아이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불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믿고 맡기는 것뿐이었죠. 그저 유럽의 새로운 환경과 선진 축구를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 하나에 이제 갓 초등학교 5학년짜리 코흘리개 정준이만을 남겨 놓은 채 홀로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어른들의 이기심에 꿈을 볼모 잡힌 아이들

하지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 까요. 불과 몇 개월 뒤 결국 우려했던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은 이 유학 시스템에 커다란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는 겁니다.

바로 한국인이 우리 아이들을 관리한다는 것이었죠. 표면적으론 앞서 설명했던 유소년 감독 출신 책임자가 전체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었고, 어떤 이유인지 수면위로 나타나 있지 않은, 또 한 명의 한인 관리자도 있었더군요. 그는 유소년 감독 출신 책임자보다 훨씬 먼저 포르투칼에 이민 와서 이 클럽과 오랜 연을 맺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래지않아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두 한인 관리자들 사이에서 돈이 얽힌 아귀다툼이 벌어진 거죠. 나중에야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런 다툼은 정준이가 오기 전부터 굉장히 빈번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틈에서 결국 피해보는 건 꿈을 펼쳐보겠다고 바다 건너 온 아이들입니다. 아무 죄도 없는 우리 아이들이 막 되먹은 어른들 싸움의 희생양이 되는 거죠.

왜 꿈꾸는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할까요? (사진:Orla/shutterstock.com)

빈번했던 일이지만, 그때만큼은 좀 심각했었나 봅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저 또한 다시 포르투갈로 향해야 했습니다. 그 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구단주 및 클럽 관계자들이 두 명의 한국인 관리자와 회의를 소집해 놓은 상태였죠. 꼬일 대로 꼬여버린 두 한국인 어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요. 중간에서 유학비를 꿀꺽한 그들 때문에 구단 역시 큰 피해를 보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돈이 술술 새고 있으니, 운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죠.

그때를 회상하면 지금도 온 몸이 부르르 떨리고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습니다. 아이의 인생을 건 선택과 그로 인해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해진 시간. 그래도 한국인이라면 믿을 수 있겠거니 했는데… 바로 그 한국인들이 서로의 이권과 알력을 위해서 아이들을 이용하고 기만하는 현실을 눈앞에서 본다면, 아마도 온전한 이성을 가지고 참고만 있을 부모들은 단 한명도 없을 것입니다.

그길로 이 모든 사실을 그곳에서 유학하고 있는 아이의 부모들에게 자세히 알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준이를 귀국시키기로 결심 했죠. 기대와 꿈에 부풀었던 정준이의 첫 유럽으로의 축구 유학은 이렇게 어른들의 한심하고도 어이없는 장난질속에서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정준이 뿐만이 아니라 그 곳에 있었던 모든 아이들 역시 공중분해 되어 대부분 한국으로 되돌아오거나 다른 곳을 찾아 떠났습니다. 결국 포르투갈의 유학지 마프라 역시 거의 폐쇄되다시피 되었고요.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허무한 마침표를 찍다.(사진:hxdyl/shutterstock.com)

이 경험은 추후 우리 가족에게 전개될 타향살이에 큰 지표가 되었습니다.
‘아무도 믿지 말라’는 나름대로의 신조가 형성된 계기인 셈이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정준이의 눈에는 실망감이 역력했습니다.

저는 어른이 만든 상처를, 어른인 제가 치유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다시 축구 유학지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 즈음 스페인의 한 클럽 초청으로 대한민국의 유소년 대표팀이 스페인에서 치르는 대회를 보게 되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그 시합의 중계자 역할을 해줬던 한국의 에이전트를 알게 되었고, 마지막 기회의 땅인 스페인으로 두 번째 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부터…
‘좌충우돌 스페인 정착기’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난달 28일 설명회를 시작으로, 드디어 10여 년간 준비했던 스페인 축구유학 프로젝트가 막을 올렸습니다. 프로젝트명은 ‘디아블리또(DIABLITO)’. 스페인어로 ‘작은 악마’란 뜻인데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응원단의 상징인 붉은 악마에 비유하여, 세계 축구강국 스페인에서 대한민국 유소년 축구 유학파 선수들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스페인으로 유학을 계획 중인 선수들과 학생들을 모아 단일팀을 구성, 스페인 현지에서 경기를 뛸 수 있도록 하는 매우 특별한 축구유학 프로젝트인데요. 설명회 때 생각보다 많은 학부모들과 축구 지도자들이 참석해 ‘제대로 된’ 축구 유학의 갈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6개월 앞으로 다가온 프로젝트의 시작을 위해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바랍니다.

프로젝트설명회1

다음이야기국내 최연소 유럽축구 지도자 자격증 취득! 이정준 군과의 땀내 나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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