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 있는 보물, 잠들어 있는 이야기' in 독도
'잠들어 있는 보물, 잠들어 있는 이야기' in 독도
'잠들어 있는 보물, 잠들어 있는 이야기' in 독도
2016.03.10 13:34 by 한유미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구호만으로 독도를 지킬 수 있을까. 다른 나라들의 영토분쟁 사례들을 보면 그 답은 ‘아니오’다. 본 시리즈에서는 분쟁 중이거나 이미 해결된 다양한 분쟁 사례를 통해 독도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분쟁의 섬이기 전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섬인 독도의 참된 가치를 탐구한다.

독도의 풍부한 자원과 지질학적·역사적·상징적 가치. 그리고 독도가 열어갈 평화의 미래.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은 독도에 군사용 망루를 설치하여 동해상에서 이동하는 러시아 군함을 감시했다. 전략적 요충지로서 일본이 독도에 주목하게 된 계기였다.

역세권 없는 독도, 땅값 뛰는 비결은?

지난 연재에서 독도의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가치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일화와 함께 독도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일본은 독도에 전투를 지휘하는 망루와 통신용 해저케이블을 설치하여 러일전쟁의 거점으로 삼았다. 1905년 5월 27일~28일 독도 인근에서 일본은 38척의 발틱함대를 전멸시킨다. 발틱함대는 제국 러시아의 흑해함대, 동양함대와 함께 무적을 자랑하던 3대 함대 중 하나였다.

1904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발틱함대의 모습 (사진: thethingsienjoy.blogspot.kr/)
러일전쟁 당시 발틱함대의 항로 (사진: dokdo-takeshima.com)

그러나 (러일전쟁 당시의)발틱함대는 9개월에 걸쳐 항해한 최악의 상태였다. 반면 일전에 운명을 건 일본은 최상의 전력으로 맞서 전투 개시 후 30분 만에 승패가 갈렸다.

이때 일본을 승리로 이끈 이가 ‘동양의 넬슨’으로 불리는 일본해군 영웅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이다. 그는 “나의 업적을 넬슨 제독에 비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한국의 이순신 장군에게는 따라갈 수 없다”라는 말로 이순신을 칭송하여 우리나라에도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일본의 연합함대를 지휘한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

러일전쟁은 러시아 군사력의 허점을 드러냈고, 제국주의 후발주자인 일본에 패배하면서 러시아의 국제적 위신도 크게 떨어졌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장악했으며 한국의 일본 식민지화는 굳어지게 된다. 내부적으로 노동자, 학생, 농민들의 파업과 시위의 물결로 위기에 놓여있던 러시아에서는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러일전쟁의 패배로 혁명운동이 일어났다. 역사를 바꾼 해전이 된 것이다.

일본의 내각총리대신 가쓰라 다로(桂太郎)와 미국의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William Howard Taft) 사이에 맺어진 비밀 협약이다. 러일전쟁 이후 동아시아 정세에 관한 안건들이 논의되었는데, 그 골자는 양국이 미국의 필리핀 지배권과 일본의 한반도 지배권을 상호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전쟁 중인 발틱함대에는 군자금으로 사용할 금괴와 골동품을 실은 회계선 나히모프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히모프호는 일본과의 해전 중 침몰 직전 금괴를 돈스코이호에 옮겨 실었다. 러일 전쟁 막바지, 일본의 승리로 추세가 기울자 러시아 함대 사령관은 최후의 함대 돈스코이호에게 항복을 명령했다. 하지만 돈스코이호는 끝까지 적에 맞서 싸우다 더 이상의 공격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자 러시아 해군 570명을 울릉도에 상륙시킨 후 배수판을 열고 자침을 선택했다. 돈스코이호는 항복 대신 일본에 맞서 끝까지 싸운 러시아의 영웅적인 상징이 된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크기의 핵잠수함을 ‘드미트리 돈스코이’로 명명할 정도로 돈스코이호의 정신을 민족정신의 표상으로 삼고 있다.

돈스코이호

당시 일본군 장교가 울릉도에 상륙한 돈스코이호의 레베데프 함장을 체포하러 갔다가 “위대한 함장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경례를 했다는 일화도 있다. 레베데프 함장은 일본으로 끌려간 다음 날 심한 부상으로 사망한다.

울릉도에 상륙한 돈스코이호 해군들 중 상당수가 부상을 당했는데 울릉도 주민들이 간호해 주기도 했으며, 한 러시아 군인이 울릉도에서 상주하다가 울릉도 주민과 결혼해서 딸까지 낳았다는 후일담도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울릉도에서는 돈스코이호에 150조원이 넘는 금괴, 골동품, 보드카가 실려 있다는 ‘보물선 돈스코이호’의 이야기가 100년이 넘도록 전설처럼 전해졌다.

최초로 독도 의용수비대를 조직했던 고 홍순칠 대장은 울릉도가 고향이다. 그는 생전에 “할아버지가 러일전쟁 당시 침몰 직전 탈출한 러시아군을 구조했는데, 그때 돈스코이호에 금화 5000상자가 실려 있다는 것과 침몰한 위치까지 들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의 할아버지는 러시아군이 선물한 청동 물주전자와 금화를 받았으며, 이 주전자는 현재 독립기념관에 보관돼 있다.

러시아 해전사에도 당시 해전에 참가했던 해군 제독 크로체스 도엔스키 중장이 ‘발트함대의 회계함이었던 나히모프호에 함대 군자감과 금괴를 실렸는데 이 중 상당량이 침몰 직전 돈스코이호로 옮겨졌다’고 기록했다는 대목이 있다.

돈스코이호에는 정말 그 많은 보물들이 실려 있었을까. (사진: Malbert/shutterstock.com)

이러한 기록을 토대로, 처음으로 돈스코이호를 발견하고 촬영한 사람이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한국해양연구원) 소속 유해수 박사다.

이 프로젝트는 1996년 심해탐사 장비가 도입된 이후 성능을 실험할 대상이 필요하던 차에, 유해수박사의 의지와 민간 기업 동아건설의 지원으로 실현될 수 있었다. 유해수 박사는 “IMF 경제위기 속 영화 타이타닉 열풍을 보고 돈스코이호를 발견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돈스코이호가 발견된 곳은 울릉도 저동항에서 동쪽으로 2km여 밖에 떨어지지 않은 해역의 심해계곡 중턱, 수심 400m 지점이다.

그러나 실제 인양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비용도 약 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인양하더라도 일본과 러시아의 소유권 분쟁 때문. 일본은 승전국으로서, 러시아는 항복하지 않고 자침했으므로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양하기까지는 시간이 더욱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해수 박사의 저서 <울릉도 보믈선 돈스코이호> (지성사, 2007)

돈스코이호에 있다는 엄청난 보물이 무엇인지,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프랑스 정부로부터 군자금 2천만 파운드를 빌렸는데, 돈스코이호의 보물이 그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돈스코이호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그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하다.

20세기 역사가 담긴 돈스코이호는 지금 울릉도 바다에 잠들어 있다. 우리들의 운명을 바꾸었던 이 전쟁의 역사도 함께 잊혀져 있다. 그 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를 이끄는 역할을 한 독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독도를 둘러싼 역사를 잊지 않을 경우에만 독도의 미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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