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루를 허하라, 송도에게

우리나라 제1호 해수욕장, 송도.(인천이 아니다!) 크진 않지만 나름의 정취와 더욱 새로워지고 있는 볼거리들을 소개한다.

부산하면 해운대·광안리가 첫 손에 꼽히는 건 규모 덕도 있다. 그에 비해 송도는 아담한 해수욕장이다. 심지어 지난 번 소개한 다대포보다 면적이 작다. 한 쪽 끝에서 끝까지 가는 데 여유 있는 걸음으로도 10분이면 족하다. 그만큼 볼만한 것들이 비교적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매력이 떨어진다는 건 아니다. 지리적 위치 상 오히려 부산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겐 해운대나 광안리보다 더 추천할 만한, 숨겨진 관광지가 바로 송도 해수욕장이다.

송도가 남포동과 무척 가깝다는 건 이미 언급한 바 있다(지난 글 참조). 차가 막히지 않는다면 버스로 15분정도면 넉넉히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포동은 부산역과 가장 가까운 도심이자 관광지이다. 남포동만 해도 자갈치시장과 먹자골목, 보수동 책방골목 등 즐길 것들이 넘쳐난다. 고로, 남포동과 송도를 묶어 하루 일정을 세워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 지역보기: 송도

송도해수욕장을 둘러싼 지역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눠볼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 편에는 카페거리가 자리하고 있고 등지고는 횟집들이 즐비하다. 거북섬·송림공원 인근인 왼쪽 편에는 대체로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들이 많다. 이와 관련한 몇가지 팁을 전한다.

타지에서 부산을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남포동에서 낮까지의 시간을 보낸 후 저녁에 송도에 들어와 1박을 하는 것을 권한다. 고즈넉한 바다에 둘러싸여 부산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송도는 뭐니 뭐니 해도 야경이다. 스카이워크를 밤 11시까지는 이용할 수 있고, 거북섬에서는 종종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들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혼자서 여행할 경우엔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보자. 숙박업소가 많은 해수욕장의 동쪽 편에서 찾을 수 있다. ‘옐로 게스트하우스’가 대표적. 가족이나 모임 등 단체 단위로 방문해 조금 더 넓고 고급스러운 곳을 원한다면 콘도형의 ‘씨.송도 게스트하우스’를 추천한다.이보다 더욱 간단히 숙박을 해결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송도해수피아’가 제격이다. 송도해수욕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를 자랑하는데다 시설도 나쁘지 않아 인근 주민들에게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찜질방 겸 사우나.부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먹을 거리가 '회'다. 인근에서는 자갈치시장이 유명하지만, 송도해수욕장을 둘러싸고 자리한 횟집들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무수한 횟집들 중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아는 '곤포횟집'을 추천한다.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필자의 친구들도 콕 집어 이 집을 꼽을 정도. '통영식 냉면 물회'로 유명한데, 밥이 함께 나오는 포항식 물회와는 달리 냉면 사리가 함께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 송도도 식후경

송도는 공동어시장, 자갈치시장, 충무동 새벽시장과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해산물을 다루는 대부분의 가게들이 맛 좋은 음식을 내놓는 이유다. 송도해수욕장 인근의 횟집들은 이미 많은 곳에서 다뤄졌을 것이니, 여기서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가게 두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미치'는 근방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다. 필자의 친구들이 그렇게나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댔다. 집이 송도해수욕장 주변도 아닌데 일부러 찾는 친구도 있을 정도다. 원래 남포동에서 운영을 하다 잠시 해운대를 거쳐 이곳에 자리잡았다. 이미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송도로 옮겨 온 지금 더욱 유명해지고 있는 듯하다.

송도 대표 맛집인 만큼, 쉽게 맛볼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점심 식사는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저녁 코스요리를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송도 인근에 사는 지인들이 추천한 곳들 중에는 ‘유마이’라는 이자까야(일본식 선술집)도 있었다. 사실, 이자까야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갖기 마련인데, 반짝이는 해수욕장의 야경을 따라 간 이곳은 뭔가 달랐다.

나가사키 해물 라멘에는 정말 오징어, 새우 등의 신선한 해물이 그득해서 국물이 진했다. 치즈 돈까스에도 치즈가 한가득. 한 잔 술도 좋지만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해도 좋을 정도로 음식 자체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한 사람이 한 메뉴를 먹겠다는 생각으로 시키지 않아도 된다. 음식 자체의 양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송도에서 횟집이 아닌 다른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가격은 15000원 선.

두 군데 모두 해변을 바라보았을 때를 기준으로 오른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인근에는 카페거리가 있으니 후식을 즐기기에도 좋다.

| 커피를 보며 바다를 마신다

송도에서 바다를 즐기다 잠시 쉬어갈 카페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카페거리'도 생겨났을 정도.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도 많지만, 필자는 한 군데를 추천하라면 단연 이 곳을 꼽겠다. The Cafe;Coffee. 심플한 이름도, 건물의 모양도 마음에 들었다.

앞서 소개했던 식당들과는 정반대편이다. 송도 스카이워크와 무척 가깝다. 바닷바람 한 번 시원하게 맞고, 커피 한 잔 하기 딱 좋은 위치. 안 그래도 한 바퀴 걸었는데, 음료를 한 잔 마셔줘야 할 것 같았다. 혼자 용감히 들어가 보았다.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디저트, '무지개 크레이프 케이크'가 있다. 맛은… ‘크레이프 is 뭔들’ 아니겠는가. 가격대가 저렴한 편은 아니다.(음료의 가격대가 5-6000원 선) 개인적으로는 프랜차이즈보다는 이런 개인 카페들을 더 선호하고, 또 잘 되었으면 한다. 그 지역 속에서 숨쉬는 개성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걱정하지 않아도 이 카페는 송도의 명소로 이름이 높은데, 그 이유는 테라스 때문이다. 2, 3층은 카페고, 거기서 한 층을 더 올라가면 옥상 테라스가 나온다. 2, 3층 역시 충분히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에 바다의 경치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역시 야외에서 즐기는 것만 못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