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에코백’은 다릅니다 - '위브아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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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에코백’은 다릅니다 - '위브아워스'
진짜 ‘에코백’은 다릅니다 - '위브아워스'
2016.03.28 10:20 by 최현빈

치열한 세상이다. 부대끼며 살다 보면 한 번씩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 물음에 응답한 사람들의 스토리다. 누군가는 창업을 했고, 어떤 이는 공방을 열었다. 무작정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갈 길은 멀다. 제대로 구조를 갖추지 못해 고군분투하기 일쑤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이들 모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점이다. ‘언더 스탠드 에비뉴(Under Stand Avenue)’는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공간이다. 롯데면세점이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성동구청과 함께 꾸려가는 사회공헌 창조공간으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혁신기업가‧예술가‧비영리기획자 등이 함께한다. 더퍼스트는 이들의 도전이 활짝 꽃피우는 그날을 기대하며 ‘변화를 만나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최근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 중 하나. 바로 ‘에코백’이다. 소박하지만 멋스런 감성이 젊은 층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이에 패션업계에선 앞 다퉈 새로운 에코백을 출시하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DIY키트’도 양산되고 있다. 바야흐로 ‘에코백’ 전성시대다.

사실 시작은 환경에 대한 배려였다. 일회용 플라스틱 백이 버려지는 양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로 면 가방을 들고 다닌 게 시초다. ‘에코’(생태환경을 뜻하는 ‘ecology’의 준말)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그래서다.

수많은 에코백이 방치되고 있다(사진: Jon Nightingale/shutterstock.com)

하지만 갑작스레 붐이 일고, 빠르게 패션의 영역으로 정착하면서 부작용도 생겼다. 수많은 가방이 만들어지면서, 버려지는 양도 늘었던 것.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가격도 쉽게 버려질 수 있는 이유다. 이런 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사회적기업 ‘위브아워스’도 그 중 하나다.

위브아워스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엮는다는 뜻을 가진 이름.

에코백의 의미를 실천하는 진짜 에코백

“에코백도 만들어지는 과정에선 환경오염이 발생해요. 버리면 당연히 쓰레기도 되고요. 요즘은 어깨에 메는 거라면 모두 에코백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데, 개중엔 유해한 화학 성분들이 들어가는 것도 있죠.”

성주희 위브아워스의 대표의 말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나온 제품이 위브아워스의 ‘마이제로백(My Zero Bag)’이다.

모두 원단 한 장에서 나온 제품들(사진: 위브아워스 제공)

‘에코백’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오롯이 실천하고자 고안된 제품. 최대한 심플한 디자인에,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100% 면 소재 원단만을 사용한다.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것도 큰 특징이다. 원단을 자르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투리 천들이 버려지지 않도록, 한 장의 원단을 모두 사용해서 가방과 파우치, 스트랩을 만든다.

환경을 생각하는 위브아워스의 소신은 주문 방식에서도 잘 나타난다. 과잉생산되는 가방을 없애기 위해 주문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소량 제작되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가방이 고객에게 전해지면 고객은 가방이 담긴 박스에 안 쓰는 가방을 기부할 수 있다. 가방을 기부한 사람에게는 할인 쿠폰, 커피 교환권 등의 선물이 전해진다.

위브아워스의 가방들. 길게 늘어진 스트랩은 자투리 천을 버리지 않기 위해 준 작은 포인트다.

가방을 통해 사람을 엮는 기업을 꿈꾸다

영어학원을 운영했던 성 대표를 패션 사업으로 끌어들인 건, 2012년 접한 한편의 다큐멘터리였다.

“제3세계의 생활이 담은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옷가지나 신발 같은 게 턱없이 모자라 힘들게 지내는 모습이었죠. 그런데 내 옷장을 열어보니 더 이상 쓰지 않는 옷이며 가방이며 구두가 너무 많더라고요. ‘이것들도 자원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패션에 문외한이었던 성 대표는 인터넷 쇼핑몰을 1년 반 동안이나 운영하며, 시장을 배워나갔다. 그리곤 사업 아이템으로 가방을 선정했다. 성 대표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들고 다니는 게 가방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에도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환경을 생각하고, 사람을 생각하는 착한 가방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재작년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2014 소셜벤처 경연대회’는 성 대표의 의지에 불을 당겼다. 제로 웨이스트 에코백을 만들어 판매하고, 쓰지 않는 가방은 회수해 제3세계에 기부하는 아이디어로 2015년 육성사업 대상기업으로 사전선발된 것. 이를 통해 받은 지원금과 사무실, 멘토링 기회들은 위브아워스의 마중물이 되어 주었다.

누구나 부담없이 들 수 있도록 심플하게 디자인된 위브아워스의 에코백(사진: 위브아워스 제공)

라이프스타일 변화시키는 혁신가를 꿈꾸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싶어요. 남는 가방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위브아워스에 기부하는 문화를 만드는 거죠.”

성 대표의 바람처럼 위브아워스는 재활용품 나눔 문화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고 있다. 사업초기엔 우여곡절도 많았다. 고객에게 회수한 가방을 제3세계로 전해주는 아이디어를 실천하기가 생각처럼 쉽지많은 않았던 것. 위브아워스는 의류 기부 전문 비영리단체인 ‘옷캔’과 협약을 맺고 어려움을 타개해 나갔다. 작년 동안 회수된 100여 개의 가방들 중 절반은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이미 기부가 완료됐다.

대중들의 호응도 확인했다. 지난 2월, ‘마이제로백’ 출시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선 목표금액의 255%에 달하는 투자를 받을 정도로 공감대를 얻었다. 이번 달에는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청년사업가들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이화여대‧서대문구 주관)에도 선정돼 위브아워스의 첫 쇼룸이자 공식 1호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에 문을 연 위브아워스의 첫 매장

최근 위브아워스는 가방을 회수하고 기부하는 시스템뿐 아니라 ‘구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기획 중이다. 가방 구독을 신청하면 일정 기간 동안 가방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성 대표는 “우리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와도 협약을 맺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의 취향도 만족시키고 방치돼 버려지는 가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4월부터는 서울숲(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창조적 공익 공간 ‘언더스탠드 애비뉴’에서도 위브아워스의 착한 가방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성주희 위브아워스 대표

성주희 위브아워스 대표 인터뷰 영상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