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장난감 끝판왕 'RC카'를 내손으로
그 시절 장난감 끝판왕 'RC카'를 내손으로
2016.03.31 15:02 by 김광일

샤오미는 70만원짜리 공기청정기를 3분의 1 가격으로 낮추는 '대륙의 실력'을 보여줬다. 이에 자극받아 공략해 본 대륙의 틈새. 3만원짜리 공기청정기 만들기.

아마 남자아이들 모두가 탐냈을 것이고, 여자아이들도 일부 그랬을 것이다. 어릴 적 무선조동 자동차의 인기는 가히 선풍적이었다. 

내 기억은 ‘핸들카’라는 자동차였다. 크리스마스 때면 TV에서 무선으로 조종하는 자동차 광고를 보고 침을 흘린 적이 있었다. 먹는 것도 아닌데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보면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뭔가 욕망을 자극받으면 그렇게 개처럼 본능적인 동물이 되는것일까?

장난감 자동차 핸들카는 콘트롤 하는 방식이 달랐다. 조종장치가 핸들처럼 만들어져 있고, 운전하듯이 콘트롤러를 기울이면 자동차의 방향이 제어가 되는 자동차였다. 정말 신기했다.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구경만 해봤을 뿐, 실제로 핸들카를 가져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벌써 불혹이 넘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앞쪽으로 짠짠짠, 뒷쪽으로 짠짠짠" 80년대 후반 한국로보콤사에서 출시한 '뉴-핸들카'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동봉된 운전면허증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이지 훌륭한 마케팅 포인트.(사진: 광고정보센터, http://goo.gl/P1E6Lu)

어릴 적 아련한 기억만 떠올릴 것인가. 우린 자력갱생의 삶을 표방하지 않았던가!

 

| 그래서 준비했다. 추억 속 핸들카 직접 만들어보기.

주재료는 골판지, 즉 종이다. 이에 덧붙여 오픈소스에 기반한 아두이노(Arduino·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로,  다양한 센서나 부품 등의 장치를 연결할 수 있어 최근 로봇 등 제어용 전자장치 제작에 많이 쓰이고 있다.)로 만들어 볼 계획이다. 

구조는 단순하다. 새시(sash·외형 프레임)에 모터 구동장치와 배터리, 이를 제어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프로그래밍을 할 것이고, 블루투스칩을 연결해서 스마트폰 앱으로 무선통신을 할 수 있도록 구현할 것이다. 이왕 만드는 거 자율주행자동차, 사람을 따라가는 자동차, 정해진 코스를 이동하는 배달용 자동차, 약간 개조해서 로봇청소기도 만들어 볼 것이다. 일부는 차후에.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냐고? 세상이 바뀌었으니까. 기술은 이제 대중화·보편화된지 오래다. 인공지능, 인공위성, 인공로봇이 가능한 초연결세상 21세기다. 기술이 부족해서 만들지 못하는 것은 없다. 다만 아이디어가 부족할 뿐이다. 인터넷, 책에 자료는 널려있고 필요한 부품은 온라인쇼핑몰에서 얼마든지 주문할 수 있다. 우주선도 가능하고, '알파고’에 이어 ‘베타고’, ‘세타고’도 만들 수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도 사실 알고보면 코드에 불과하다. 수백만 장의 코드로, 사물을 제어하려는 인간의 생각을 순차적으로 구성해놓은 알고리즘일 뿐이다. 당신도 만들 수 있다.

저렇게나 할게 많지만, 지금은 이것부터. 어릴적 가지고 놀고팠던 무선자동차를 만들어보자. 이를 응용해 휴머노이드로봇을 만드는 것은 독자의 역할로 남겨두겠다.

 

| 자 그럼 본격적으로 '부릉부릉'

이 녀석은 콘셉트 카. 움직이진 못한다.^^

STEP 1. 외형을 설계한다.

처음은 스케치다. 다양한 그림을 그려보고 주변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점점 거창한 생각을 하면서 스포츠카나 거대한 트럭를 스케치한다. 그러다가 자동차 제작에 사용할 재료는 종이라는 생각에 멈칫한다. 현실로 다시 돌아와서,  유선형의 형태를 버리고 각진구조물을 생각한다. 떠오른 아이디어는 벤츠사의 걸작. 절대 외형 디자인을 바꾸지 않는 자동차 'G Class'. 박스형태의 자동차이기 때문에 종이로 제작하기에는 딱 맞는 모델이다. 마치 종이자동차 모델을 위해 탄생한 제품처럼.

메르세데스 벤츠 G 55 AMG (사진: Matti Blume, 위키피디아)
순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전자회로를 어디에 넣을 것인지 생각하면서 설계를 변경해본다.

최종적으로 결정한 설계도를 CAD로 옮겨서 톰슨작업을 진행한다. 톰슨을 우리말로 도무송작업이라고 한다. 나무판에 칼을 심어서 압력기계에 넣고 종이를 한방에 재단하는 박스제조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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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바퀴는 모터로 방향제어를 할 것이기 때문에 축 회전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좌우로 이동하면 바퀴의 방향이 회전된다. 이제 여기에 몇가지 기계부품을 적용하면 자동차가 완성되는 것이다.

 

STEP 2. 알고리즘을 설계한다.

어떻게 자동차를 움직이게 만들 것인지 생각한다. 방법은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한다. 여기서는 TOP-DOWN이다. 최종 결과물을 먼저 생각하고, 부분적으로 꼼꼼히 생각하면 된다.

바퀴는 종이로 할 것이다. 종이에 대한 철학을 반영하려면, 가능한 모든 것을 종이로만 만들어야 뭔가 만든다고 할 수 있으니까. 바퀴를 움직이는 동력은 모터가 만들어낸다. ‘미니카’에 들어가던 바로 그것이다. 기어가 장착된 모터 2개를 이용해 후륜구동으로 제작할 것이다. 앞바퀴는 방향을 맡는다. 그래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모터를 넣어야한다. 서보모터(servo-motor)라는 장치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제어 시스템은 아두이노-블루투스-앱(App Inventor로 어플리케이션을 제작)으로 만들 것이다. 쉽게 말해 핸드폰으로 조정한단 뜻이다. 

기어모터로 뒷바퀴를 굴리고, 서보모터로 앞바퀴를 움직여 방향성을 준다.

작동 원리를 잠깐 살펴보자. 앱에서 블루투스 페어링을 한다. 이는 스마트폰을 조종기로 만드는 거다. 이를 통해 전후좌우, 멈춤이 가능해진다. 여기서 좀 더 기술적으로 고급스럽게 만든다면 좌우회전시 버튼을 떼면 다시 직진 모드로 핸들이 자동복귀하는 방식과 후륜축의 '디퍼런셜기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하여 회전할 때 양 바퀴의 축 회전이 다르도록 설계하면 된다. 뭔 말인지 이해가 안갈 수 있다.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 된다.(친절한 보충설명: 자, 상상을 해보자. 회전시 뒷축은 원의 중심을 기준으로 바퀴가 축으로 연결되어 회전을 한다. 당연히 내측과 외측의 바퀴 회전수가 달라야 한다. 같다면 바퀴가 회전하면서 부하가 걸리고 미끄러지고 난리도 아닌 상황이 된다. 실제 바퀴가 이렇게 되면 조향이 어려워지고, 효율도 낮아지고, 마모도되고… 여튼 문제가 생긴다. 이 기능을 디퍼런셜기어라는 오직 기계적인 기어구조로 가능하게 만드는데, 지금 만드는 모터구동자동차는 디퍼런셜 기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적으로 회전 수를 변경하여 유사하게 구현하려고 한다. 사실 이렇게 설명해도 이해가 안 가기는 매한가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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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3. 코딩을 한다. 프로그래밍 말이다.

지금 우리는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니 헷갈리지 마시라. 우선 아두이노 보드와 컴퓨터를 USB 케이블로 연결하고 시리얼 통신이 가능하도록 설정을 한다.

여기에 1개의 서보모터와 2개의 기어모터를 제어하는 프로그램을 넣는다. 추가로 블루투스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각각 전기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아두이노의 디지털, 아날로그 핀에 전선을 연결한다. 이를 '신경망 설계' 방식이라고 한다.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어째튼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종이로 만든 자동차라 가볍다. 그래서 뒷 바퀴가 미끌어지기 때문에 3D펜으로 쓰레드를 만들어 주었다. 마찰계수를 높이는 작업^^

여기까지 됐으면, 앱을 만들어야 한다. MIT와 구글이 개발한 앱인벤터(App Inventor)사이트에 접속해보자. 디자인은 포토샵을 사용해서 레이아웃과 각종 버튼을 그리고 각각의 이미지를 PNG파일 포맷으로 저장한다. 앱인벤터에 이미지들을 불러와 적당한 위치에 배치하고 블럭코딩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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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을 누르면 블루투스통신이 가능한 상태로 되어야하고 또 어떤 버튼을 누르면 각각의 모터가 회전하면 된다. 그 각각의 부분부분을 꼼꼼하게 코딩한다. 코딩을 마치면 완성된 스마트폰(안드로이드)에 설치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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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거의 바닥이다. 갓 만든 녀석을 마음껏 달리게 하려면 서둘러 충전해야 한다.

STEP 4. 주행테스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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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완성이다. 트랙에 들고나가서 주행테스트를 한다. 어색한 부분을 다시 수정하고 테스트를 반복한다. 장난감이니 그렇게 가지고 논다. ^^

끝! 노는것이 남는 것이다. “재미가 없으면 남는 것도 없지” – ‘말괄랑이 길들이기’의 대사다. 세익스피어 작품이다.

 

/사진 : 김광일

/영상 : 카드보드아트컬리지(C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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