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대동맥, ‘코르소 거리(VIA DEL CORSO)’
로마의 대동맥, ‘코르소 거리(VIA DEL CORSO)’
로마의 대동맥, ‘코르소 거리(VIA DEL CORSO)’
2016.04.04 10:28 by 김보연

“걷고 또 걷는다.” 걸작이라 불리는 도시 ‘로마’를 백 배 만끽하는 비법이다. 한때 전 유럽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드나들었던 로마의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보물. 작은 골목길이든, 큰 광장길이든 흥미로운 이야기와 사연이 즐비하다. 로마살이 1년 차 에디터가 전하는 ‘로마의 길’ 이야기를 통해, 콜로세움과 바티칸 너머의 진짜 로마를 만나보자

지난해 겨울, 이탈리아 로마에 온 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여행 갈 기회를 얻게 됐다. 목적지는 도도한 도시 ‘밀라노’. 로마에서 자동차로 5시간 정도 부지런히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첫 여행이니 만큼, 현지인들의 도움도 필요했다. 무려 6명이나 되는 이탈리아 친구들과 함께 카풀 차량을 구했고, 자신을 “밀라노에서 나고 자란 ‘밀라니언’”이라 소개하는 밀라노대학 학생들에게서 많은 정보를 얻기도 했다. 당시 그 밀라니언 학생들에게 흥미롭게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바로 ‘코르소 거리(VIA DEL CORSO)’에 관한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는데, 축제 중에는 마차 경주경기가 펼쳐지죠. 길에다가 사람이 타지 않은 마차를 달리게 하면 어떻겠어요? 당연히 말들이 좁은 거리를 이리저리 날뛰며 시끌벅적한 상황이 연출되겠죠. 이 경주를 ‘코르사(CORSA ‧경주라는 뜻)’라고 불렀어요. 경주를 펼쳤던 길 이름인 ‘코르소(CORSO)’도 거기서 유래됐죠.”

도시에서 가장 쭉 뻗었으며 많은 사람이 모여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중심. 그 거리가 밀라노에서 가장 번화한 코르소 거리다.

그런데 신기하다. 내가 사는 로마에도 같은 이름의 거리가 있다. 도시 중심부에 있어 하루에도 몇 번 씩 지나치게 되는 길이다. 알고 보니 ‘VIA DEL CORSO’라고 불리는 길은 이탈리아에 많은 도시가 갖고 있단다.

이탈리아 여러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VIA DEL CORSO’

그렇다면 최초의 VIA DEL CORSO는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 기원전 220년 전, 당시 집정관으로 있던 가이우스 플라미니우스가 로마에서 아드리아해로 이어지는 남쪽 길을 내기 위해 만들었던 도로가 시초다. 당시엔 ‘VIA LATA’라고 불리기도 했단다. ‘LATA’는 ‘Broad’, 즉 넓다는 뜻이다. 아마 주위의 다른 길보단 훨씬 넓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쇼핑 중심지가 된 것은 15세기 무렵부터다.

최초의 코르소 길(사진:pavalena/shutterstock.com)


이야기를 로마의 VIA DEL CORSO로 돌려보자. 이 거리의 양 끝엔 로마인이 가장 사랑하는 두 개의 광장이 있다. 한 쪽엔 그 유명한 베네치아 광장(PIAZZA VENEZIA). ‘로마의 배꼽’으로도 불리는 이 광장 주변에는 볼거리가 즐비하다. 1870년 통일된 이탈리아 왕국을 기념하며 세워진 로마의 웨딩케이크 ‘통일 기념관’, 무솔리니가 조성한 ‘황제의 길’, 미켈란젤로가 재구성한 ‘캄피돌리오 광장’ 등이 포진해있다.

캄피돌리오 광장은 이탈리아 3대 미의 광장으로 꼽힌다.(사진:anshar/shutterstock.com)

북쪽으로는 난 코르소 거리는 포폴로 광장(Piazza Popolo)가 맞닿는다. 포폴로 광장 근처에는 언덕에 위치한 ‘보르게제 공원’과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콧대 높은 미술관 ‘보르게제’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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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소 거리 양 끝엔 로마인이 애정 하는 두 개의 광장이 있다.

이렇듯, 로마에서 가장 중요한 명소 둘을 잇는 게 바로 너비 10m, 길이 1.5km의 코르소 거리다.

끝과 끝, 시작과 시작. VIA DEL CORSO


이 길을 밥을 씹어 삼키듯이 꼭꼭 걸어보았다.

CORSO길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왼편으로 있는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DORIA PAMPILJ GALLERY)’이다. 이 미술관은 로마의 유력 가문이었던 팜필리家가 소장한 예술 작품을 전시한 곳이다. 겉으로 봐도 꽤나 낡은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훨씬 더 고풍스럽고 화려한 17세기 바로크 건축 양식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름 박물관인데, 전시품보다 건물에 더 눈길이 갈 정도다.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외관은 르네상스 시기에 건설된 건물이다.


국내 여행자들에게 코르소 거리를 소개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은 ‘로마의 명동’이다. 그 말처럼 이곳에선 거의 모든 형태의 쇼핑이 가능하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부터 명품까지. 여성‧남성‧아동의류는 물론, 시계와 모카포트를 살 수 있는 ‘비알레띠’(BIALETTI‧에스프레소 추출기구 브랜드) 숍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쇼핑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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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소 거리는 소비의 공간으로써의 매력을 물씬 풍긴다.

또한 앞서 설명했듯이, 로마에 위치한 대부분의 관광명소 역시 코르소 거리를 중심으로 위치해있다. 베네치아‧포폴로 광장 외에도, 판테온과 나보나 광장, 산타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성당,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등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재촉한다. 코르소 거리에서 트레비 분수로 가는 중엔 ‘Via Marco Minghetti’를 지나게 되는데, 바로 이곳에 투어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으니 궁금한 게 있으면 방문하시길.

코르소 거리 이곳저곳을 걷다 보면 ‘유럽에 있다’는 느낌을 폴폴 받을 수 있다. 마차 경주로 유래됐다는 이 길에선 지금도 진짜 말이 마차를 끌고 다닌다. 분필 같은 도구로 길바닥에 그림을 그려내는 화가들도 있다. 거리의 공연은 쉴 새 없이 벌어지고, 흥에 겨운 부모는 색색의 풍선을 사서 어린 딸 손에 쥐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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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소 거리의 이모저모

자유롭고, 흥겨운 이 거리의 분위기는 단지 관광객만으로 빚어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도시를 사랑하는 로마 사람들은 날이 좋은 요 맘 때 모두 거리로 나온다. 곳곳의 작은 광장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매연과 말똥 냄새, 그리고 적당한 혼잡함의 조화는 오히려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어 낯선 이의 긴장감을 줄여준다.

1500m 길이에 펼쳐진 로마의 정수

오늘도 코르소 거리는 봄의 생기를 즐기러 거리로 뛰쳐나온 로마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다. 혹시 로마에 방문하게 된다면 짐을 내려놓고, 조금은 멋을 내고서 그들과 함께 호흡해 보길 추천한다.

/사진: 김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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