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시대의 종말, 그리고...  
피라미드 시대의 종말, 그리고...  
2016.04.14 10:26 by 곽민수

우리가 지금까지 돌아봤던 기자 지역에는 피라미드 이외에도 우리의 눈길을 끄는 석조 건축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 형태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자’인지라 건축물이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 규모를 염두에 둔다면 건축물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한 사자 ‘스핑크스’

이 거대한 사자 상은 보통 ‘스핑크스’라고 불립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 스핑크스 형상을 하고 있는 석상을 이집트 이곳저곳에 오래도록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이 기자에 있는 스핑크스의 규모는 다른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합니다. 석회암으로 되어 있는 자그마한 돌산 하나를 통째로 깎아서 만든 기자의 스핑크스는 길이가 57미터, 높이가 20미터에 이르는데, 그렇기 때문에 석상이라는 표현보다는 ‘건축물’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더 어울립니다.

기자의 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스핑크스는 기자에 있는 피라미드들을 지키는 일종의 수호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스핑크스의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기록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핑크스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의견들이 있습니다.

먼저 스핑크스의 얼굴이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태양과의 연관성이 주장됩니다. 스핑크스가 만들어지던 당시의 기록은 아니지만, 18왕조 시대의 기록 가운데는 스핑크스를 ‘빛의 나라에 있는 호루스’라고 부른 기록이 있습니다. 이 사실은 이 태양 관련설의 근거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스핑크스가 사자의 몸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착안된 주장도 있습니다. 기원전 8000년에서 10000년 사이에는 춘분과 추분 시에 황도12궁의 사자자리가 정동에 위치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스핑크스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오래전인 기원전 8000년전 이전에 만들어졌고 그것이 원래는 얼굴도 사자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었는데, 파라오 시대가 되면서 얼굴만 파라오로 새롭게 조각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조금은 비약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흥미롭기는 합니다.

또 다른 주장은 기자의 스핑크스가 기자의 제2 피라미드의 주인인 파라오 카프레의 얼굴을 본뜬 것이라는 학설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확실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스핑크스 주변에서는 여전히 고고학적 조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스핑크스와 기자의 세 피라미드와의 관계가 파악된다면 언젠가는 스핑크스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핑크스와 카프레의 피라미드

스핑크스가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아직은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튼 이 거대한 스핑크스가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아랍인들은 오래도록 이 거대한 건축물을 ‘공포의 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그 공포 때문에 그의 얼굴에 대포를 쏘기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스핑크스의 얼굴은 조금 부서져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주로 유럽인들이 하는 것이고, 아랍인들은 스핑크스의 얼굴이 부서진 이유에 대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점령하였을 당시 프랑스 군인들이 대포 쏘는 훈련을 하다가 재미로 스핑크스의 코를 맞추었다는 식입니다. 양측의 의견이 이렇게 상반되면 어느 쪽을 믿어야할 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스핑크스의 부숴진 코

스핑크스를 인위적으로 파괴한 일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핑크스를 되살려낸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들은 18왕조 시절의 아멘호테프2세와 투트모스 4세입니다. 아멘호테프 2세는 자신이 직접 모래 속에 파묻힌 스핑크스를 파내어 정비했다는 기록을 스핑크스의 북동쪽에 비석을 세움으로 우리에게 전하였습니다. 투트모시스 4세의 이야기는 이보다 조금 더 흥미롭습니다. 투트모스 4세가 왕좌에 오르기 이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왕자들의 다툼이 치열하였습니다. 그런던 어느 날 투트모스 4세는 꿈을 꾸게 됩니다. 그의 꿈속에 스핑스크스가 나타나 투트모스에게 제안을 합니다. 모래 속에 갖혀 있는 자신을 꺼내어 단장시켜준다면 투트모스 4세가 왕위계승 경쟁에서 승리하여 파라오가 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투트모시스 4세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결국에는 파라오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스핑크스의 두 앞다리 사이에는 비석이 하나 서 있는데, 이 비석은 바로 이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핑크스. 두 앞다리 사이에는 비석이 하나 서 있습니다.
투트모스 4세의 비석

피라미드 에필로그

기자에 피라미드가 세워진 시대는 피라미드 건설에 있어서 최고의 전성기였습니다. 이 당시 세워진 피라미드들은 그 규모는 물론이고 기술적으로도 그 이전, 그리고 그 이후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훌륭한 것들이었습니다. 멘카우레가 기자에 마지막 피라미드를 세운 이후에도 여러 지역에서 피라미드들이 건설되었습니다. 우리의 이번 여정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만 아부시르나 아부루아쉬 같은 유적지들이 피라미드가 세워진 지역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피라미드의 규모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견고함과 세련됨의 정도도 상당히 낮아져 현재에는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피라미드를 찾아보기가 힘이 듭니다. 그들 대부분 우리가 사카라에서 잠시 만났던 우나스의 피라미드와 비슷한 처량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내부 만큼은 여전히 무척이나 화려합니다. 매장실 벽면에 파라오가 사후세계에서 부활하여 행복한 삶을 살기를 기원하는 마법의 주문들, 소위 ‘피라미드 텍스트’라고 불리는 텍스트가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제 7왕조의 파라오 이비를 마지막으로 피라미드는 일시 모습을 감추게됩니다.

아부시르의 5왕조 피라미드군

제 1중간기를 지나 이집트가 재통일되고 강력한 중앙정부를 재구성하게되는 중왕국 시대가 되면 피라미드는 다시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때에 재등장한 피라미드는 그 규모도 무척이나 작아지고, 돌이 아닌 햇볕에 말린 벽돌을 주재료로 사용하게 됩니다. 당연히 보존상태는 좋지 않습니다. 리슈트에 있는 아메넴헤트 1세의 피라미드, 센우세레트 1세의 피라미드, 일라훈에 있는 센우스레트 2세의 피라미드, 하와라에 있는 아메넴헤트 3세의 피라미드 등이 유명합니다.

중왕국 시대 이후 제 2중간기가 지나면서 어찌된 영문인지 피라미드는 점차 사용되지 않게 되며 결국에 완전히 사라져 결코 다시 등장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대신 파라오들은 지상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지하에 만들어진 암굴묘에 묻히게 됩니다. 영광스러웠던 피라미드의 시대가 끝이 난 것입니다. 위대한 문명의 업적도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세월은 흐르고 사람들의 기호도 끊임없이 변해갑니다.

더 이상 피라미드가 세워지지 않는 시대에, 피라미드가 아닌 암굴묘에 매장된 투탕카멘과 람세스 같은 파라오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룩소르’. 바로 그곳이 우리의 다음 목적지입니다.

 

 /사진:곽민수

고고학자와 함께하는 이집트 유적 기행이집트 연구가 곽민수 필자가 현장에서 직접 전하는 기억과 기록. ‘고고학자와 함께하는 이집트 유적 기행’은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이집트의 매력을 소개하고, 현지 유적을 통해 5000년 전 역사속 세계로 초대한다.

필자소개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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