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연안 암반면적 중 62%가 심각한 바다사막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여름, 해양수산부가 전한 충격적인 소식이다. 바다 속을 황폐하게 만드는 사막화의 주범은 바로 ‘석회조류’. 다시마나 미역 등 유용한 해조류가 소실된 자리에 생겨난 백색의 조류를 석회조류라고 하는데, 이들이 암반을 하얗게 뒤덮는 갯녹음(백화)현상을 일으켜 해양 생태계를 혼탁하게 하는 것이다.
석회조류가 치명적일 수 있는 건, 바다 속 생태계의 순환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상상해보라. (석회조류로 인해) 미역 같은 해조류가 설 자리를 잃게 되면, 자연히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수많은 바다 동물들도 사라져버린다. ‘사막’으로 표현되는 것도 그래서다.
‘동해의 끝자락’으로 통하는 울릉도‧독도 역시 이 같은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울릉도와 독도해역은 비교적 외부해역에 위치하여, 천연 해조장이 풍부하게 발달한 청정해역으로 통했지만, 기후 변화와 해양 오염 등으로 2000년부터 해조류가 급속히 줄고, 사막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울릉권 암반 전체 면적인 94만9315헥타르(ha) 중 28% 정도의 면적에서 이 같은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정상 71.913%, 진행 6.002%, 심각 22.086% ‧ 2015년)
안팎으로 시끄러운 독도가 바다 속마저도 위태롭단 얘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바다 숲 조성’이다. 해양 생태계 회복을 위해 다년생 해조류인 대황, 감태, 곰피 등을 심는 것이다. 특히 ‘바다의 상록수’로 불리는 대황이 4~6년 정도 생존하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드는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전문가들은 “대황을 대량생산하여 해중림 조성용으로 활용하면 해양 생태계 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다시마 과에 속하는 식재로인 대황은 풍부한 영양소와 독특한 맛으로 예로부터 애용됐으며, 최근에는 알긴산의 원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최종 생산물을 식품산업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단 얘기다.
경상북도가 올 한 해 해양 생태계 회복과 수산자원 보존을 위한 총 8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 때문이다.(바다 숲 조성 16억원, 연안바다목장 사업 20억원, 순산 종묘 방류 35억원 등)
사실 경북도에선 그 동안 권내 해양 생태계를 보존하고 회복시키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경북수산자원연구소는 독도 왕전복 복원사업 등 수산자원 생산에 대한 기술개발 및 보급을 실시해왔으며, 해양수산부와 손잡고 ‘독도 바다 목장화 사업’을 펼치며 독도의 고유수종인 홍해삼, 우럭, 광어 등의 지역 특산품종을 보존‧복원하기도 했다.
이중 지난 2007년 멸종위기를 맞은 독도왕전복(독도전복)에 대한 복원사업은 올해 13만 마리의 방류가 가능할 정도로 성과를 보고 있다. 독도왕전복과 홍해삼 복원사업은 ‘독도산’을 전면에 내세워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할 수 있음은 물론, 이 지역 수산사업의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정부에서 큰돈을 들여 해양특산물을 개발‧방류하고 있지만 다이버들이 재미삼아 잡아가는 바람에 방류사업의 성과가 높지 않다고 한다. 독도 서도에선 ‘몰골 샘터’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해 괭이갈매기 등 철새들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울릉도에는 건설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도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터전이자 수산 자원의 보고다. 이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심과 모니터링이 필수다. 또한 관광개발 측면에서도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체계적인 발전책을 강구해 생태 관광지로 특화시켜나가야 한다.
독도의 해양생태계를 보존하고, 여기서 배출되는 우수한 수산 특산품을 애용하는 것은 독도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이며 현명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친환경 생태관광 자원 개발, 미래형 수산자원 확보, 친환경 바이오산업 육성 등은 독도의 ‘보은’이다.
독도 다시보기‘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구호만으로 독도를 지킬 수 있을까. 본 시리즈에서는 분쟁 중이거나 이미 해결된 다양한 분쟁 사례를 통해 독도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분쟁의 섬이기 전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섬인 독도의 참된 가치를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