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제국의 찬란한 영광, 룩소르
고대 제국의 찬란한 영광, 룩소르
2016.04.20 00:00 by 곽민수

피라미드의 신비를 오롯이 간직한 기자(Giza)를 떠나 새로이 만나볼 곳. 이집트 최대의 관광지 ‘룩소르(Luxor)’입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고고학 유적인 룩소르는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7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그리스식으로 테베(Thebe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룩소르는 지금이야 관광업이 도시의 주요 수입원인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관광 도시이지만, 고대 이집트가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며 제국의 풍모를 마음껏 자랑하던 신왕국 시대(기원전 1550-1077년 경)에는 이집트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였습니다. 룩소르가 이집트의 중심으로 역할을 했었던 신왕국 시대의 이집트를 학자들은 종종 ‘제국’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이 시기의 이집트가 오늘날의 팔레스타인 지역, 수단 북부의 누비아 지역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통치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집트는 외부의 경쟁 세력들과 격렬한 마찰을 경험하게 되는데 미탄니, 히타이트, 아시리아 등이 이집트의 라이벌이었습니다. 특히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둘러싸고 람세스 2세 시대(기원전 1270년 경)에는 오늘날의 터키 동부에서 발전해온 또 다른 제국형 국가인 히타이트와 군사적으로도 충돌합니다. 그 충돌은 ‘카데쉬 전투’에서 최고조에 달하게 되는데, 이 전투는 당대에는 세계적 초강대국이었던 두 국가가 충돌한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군사적 충돌에서 양국은 서로에 대한 뚜렷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평화협정을 맺게됩니다. 그리고 그 평화협정의 내용은 양국의 언어로 기록되어 현재까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룩소르에서는 궁전이나 고대 도시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유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일반 여행객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어려운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신전과 무덤 같은 기념물들은 상당히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한 번쯤은 어디에선가 들어보셨을 투탕카멘이나 람세스 2세, 하트셉수트. 그리고 고대 이집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분명히 잘 알려져 있을 아케나텐 같은 파라오들이 실제로 먹고 마시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일상생활을 하였던 유서 싶은 도시가 바로 룩소르인 것이죠.

고대 제국의 찬란한 영광이 스며들어 있는 도시에서 아름다운 유적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아주 신나는 일입니다.

룩소르 가는 길

룩소르에 가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 수단은 카이로의 람세스역에서 출발하는 야간 기차입니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서 침대 칸에 탑승한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테지만 그 이외의 좌석은 설령 1등석이라 할 지라도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춥습니다. “1년 내내 사막의 열기가 느껴지는 열사의 나라 이집트에서 웬 추위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사막의 열기 때문에 이집트의 기차에서는 한 겨울에도 에어컨을 계속해서 틀어 놓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정보를 확인한 여행마니아 분들은 이 열사의 나라로 날아오면서도 미리 패딩 점퍼와 겨울용 침낭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기차 안에서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과 맥주라도 한 잔 마시며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빠듯한 일정을 고려한다면 춥지 않게 한껏 껴 입고 푹 자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주 엄격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집트도 엄연히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며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행위는 꽤나 무례한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물론 이집트에서는 도시에서라면 어디에서든지 어렵지 않게 술을 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이집트인들은 대부분 무슬림이므로 술을 마시지 않지만, 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만큼은 어느나라 사람들 못지 않습니다. 투명한 생수병에 맥주와 비슷한 빛깔을 띄고 있는 차를 넣어가지고 다니면 “혹시 그거 맥주인가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심심치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장난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딱 한 모금만 마셔보자고 할 정도로 이집트인들의 술에 대한 호기심은 대단합니다.

이론적으로 기차를 타면 카이로에서 룩소르까지는 11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이집트답게 기차가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기적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보통은 13시간, 심지어는 15시간까지 걸리기도 하니, 기차로 룩소르에 갈 때는 지독한 추위와 더불어 지독한 지루함에도 단단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안내 방송 같은 것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으니, 기차가 카이로를 떠난 지 10시간쯤이 될 무렵부터는 시계를 꺼내놓고 긴장해야 합니다. 동이 터오고 나서도 두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기차가 룩소르 역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밤새 피곤함에 뻣뻣하게 굳어버린, 혹은 에어컨이 내뿜는 한기에 차디차게 식어버린 몸을 이끌고 힘겹게 기차에서 내려 역 밖으로 나가면 그 곳이 바로 빛나는 옛 제국의 영광을 느낄 수 있는 룩소르 입니다.

 

/사진: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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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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