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마침 생일이었는데, 생일을 맞이해 거하게 앓았더랬다. 생일 아침에 먹겠노라고 끓여놓은 미역국을 야식으로 한 대접하고 잠에 들었다. 하지만 이게 웬 걸, 미역국이 상했었는지 생일날 아침부터 양변기 앞에 주저앉아 내장까지 뱉어내는 기분으로 속을 비워내야 했다. 그러고도 속이 풀리지 않아 하루 종일 오한과 요통에 시달렸고, 그 뒤로 나흘은 쥬스와 이온음료로 연명해야만 했다. 그렇게 앓고 나니 죽 말고는 먹을 것이 없어 겨우겨우 흰 쌀죽을 끓여 나흘 만에 첫 식사를 했다. 정말로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쌀 죽에 간장을 똑 떨궈 입으로 가져가는데, 훅 끼치는 쌀 끓인 냄새가 어찌나 반갑던지 쌀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드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쌀을 홀대한 역사가 길었기 때문이었다.

어려서부터 쌀보다는 밀가루를 좋아한지라 자취를 하고부터 주식은 파스타에 별식은 수제비였다. 연간 1인 쌀 소비량이 69 kg 가까이 된다는데 부모님이 보내주신 쌀 40 kg을 먹는데 2년이나 걸렸다. 남들보다 사먹는 밥이 적은데도 남들보다 쌀은 더디 먹어치웠다. 쌀로는 아무리 용을 써도 밥 혹은 죽이지만 밀로는 면도 밀고, 전도 부치고, 빵도 굽고, 수제비도 뗄 수 있으니 밀가루에 더 손이 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아무리 달리 해보려고 해도 밥을 벗어날 수 없고, 밥을 벗어나려고 하면 손이 수십배는 많이 가니 쌀은 점점 주방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쌀을 찾을 수 밖에 없는 때가 오고야 말았고, 나는 가만히 쌀죽을 떠 넣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때는 언젠가 반드시 오는 것이었다.

 

| 혼자먹기, 쌀

쌀은 공기에 노출되면 습기등을 흡수하여 맛이 계속해서 변해가므로 소분하여 보관하면 좋다.
TIP 다 먹은 생수통을 깨끗이 씻고 햇볕에 말려서 쌀통으로 쓰면 좋다. 따라내어 쓰기도 편하고, 쌀벌레도 예방할 수 있다.

쌀뜨물은 버리지 말고 된장찌개를 끓이거나 조림을 할 때 넣으면 좋다. 전분질 덕에 국물이 걸쭉해지고, 맛도 훌륭해진다.

고슬고슬하고 볶음밥을 해먹기 쉬운 밥을 하려면 쌀을 씻을 때에 쌀뜨물이 투명하게 나오도록 씻어서 밥을 지으면 좋다.
TIP 전분질이 밥을 질게 하는 원인 중의 하나이므로 전분질을 씻어내는 것이다.

밥을 지을 때에 현미를 넣는다면 쌀을 물에 충분히 불려준 후에 밥을 짓는 것이 좋다.
TIP 현미만을 따로 불려 나중에 섞어 지어도 좋다.

 

| 쌀 레시피 : 달걀 죽

재료

양파 반 개

달걀 한 알

참기름 한 큰 술

쌀 한 컵

레시피

1.양파를 잘게 다진 후,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볶는다.
TIP 약간의 소금을 쳐서 볶는다.양파가 얼추 볶아지면 생 쌀을 넣고 함께 볶는다.

2. 쌀 전반에 기름기와 물기가 돌면 물을 한 국자씩 부어가며 중불에서 계속 저어준다.
TIP 한 국자를 부어넣고, 물이 졸아붙으면 또 한 국자를 붓는 식으로 계속해서 부어준다.
TIP 닭육수나 멸치육수를 넣어주면 맛이 더욱 좋다.

3. 6-7 국자의 물을 부어 저어주고 난 후에 쌀이 다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저어가며 끓인다.
TIP 이 때에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하면 좋다.
TIP 후추도 약간 쳐주면 좋다.
TIP 물이 졸면 다시 부어주면서 익힌다. 20-30분 정도 저어주면서 쌀알이 다 풀어질 때까지 익힌다.

4. 쌀알이 풀어지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달걀을 풀어서 부어준 뒤, 저어서 익혀준다.
TIP 달걀을 붓자마자 젓지 말고, 5초-10초 정도 기다렸다가 저어주면 더 부드럽고 맛있는 죽을 먹을 수 있다.

5. 그릇에 옮겨 담고, 참기름 약간을 뿌려서 낸다.
TIP 깨 등을 얹어서 먹어도 좋다.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