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해변의 정석, 광안리
걷고 싶은 해변의 정석, 광안리
2016.04.29 13:00 by 이한나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혼란스럽고 힘든 마음이 나를 온통 지배하던 그 때, 친구와 나는 바다가 보고 싶었다. 부산 사람도 새삼스럽게 바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도 가깝고 친근한 바다가 아니라,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새 바다’가. 그래서 교복 차림으로 버스를, 지하철을 타서 도착한 그 곳. 바로 광안리였다.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처음 간 광안리는 이전보다 훨씬 자유분방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선물해주었다. 이것이 광안리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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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타 지역 사람들은 부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운대, 광안리 정도는 자주 방문해 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스무 살에 처음 해운대 해수욕장을 가보았다"고 이야기할 정도니 말이다. 다대포, 송도와는 가깝고 광안리, 해운대와는 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비애랄까.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작은 어촌 마을이 부산을 상징하는 명소로 

금련산에서 바라본 광안리의 모습. 너무나 '부산'스러운 풍경.

‘광안리’라는 이름의 기원은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해수욕장 일대는 당시 동래군 남촌면 광안리에 속했고, 그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 (필자를 포함하여) 현재의 광안리만을 아는 사람이라면 상상이 잘 가지 않지만, 본래는 멸치 등 고기잡이를 주로 하던 전형적인 ‘어촌’이었단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서서히 해수욕객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마침내 1950년대에 해수욕장으로 정식 개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매년 여름이면 수십만 명의 피서객이 찾는 근처 해운대 해수욕장과는 달리, 이곳 광안리는 해수욕객으로 붐비는 곳은 아니다. 오히려 필자처럼 바다를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바다의 낭만을 경험하기 원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광안리다. 길은 잘 닦여 있고, 주변 큰길과 골목에는 그냥 지나치기 서운한 맛집과 카페가 즐비하다. 또한 여름이면 각종 공연, 축제 등이 잦아서 바다가 아닌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무엇보다 광안리가 ‘걷기 좋은 해변’인 이유는, 그 유명한 광안대교 때문이다.

 

| 화려한 불빛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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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에 완공된 광안대교는 부산 사람들에게도 당시 큰 화제였다. 국내 최초의 2층 해상 교량이며, 7km가 넘는 길이 역시 6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최장을 자랑했다. 차가 있는 사람들은 그 다리를 한 번 건너 보겠다고 일부러 드라이브를 가기까지 할 정도였으니, 그 관심은 가히 대단했던 것 같다. 하지만 비단 규모만이 이슈가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광안대교에는 부산의 그 어떤 다리보다도 화려한 ‘조명’이 있다.

 

광안대교가 2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는?

 3위  서해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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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길이: 7.31km 너비: 31.4m완공년도: 2000년

서해대교는 경기도 평택과 충청남도 당진을 잇는 다리로, 2000년 11월 개통됐다. 당시 압도적인 건설 규모로 화제가 됐다. 다리 중간에 위치한 행담도에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설치됐는데(행담도 휴게소), 서해대교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어 고속도로 이용객이 들르는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2012년 기준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액 전국 2위다. 다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제대로 알려준 사례로 꼽힌다.

 2위  광안대교

총 길이: 7.42km 너비: 25m완공년도: 2002년

부산의 수영구와 해운대구를 잇는 광안대교는 명실상부 부산의 랜드마크다. 물론 부산 도심의 교통량을 분담하고, 항만 화물의 주요 수송로로서 교량 본분의 역할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해운대 방면과 수영 방면의 차로가 복층구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특징. 부산의 초고층빌딩이 모여 있는 ‘센텀시티’의 관문이며, 저 멀리 거가대교까지 총 52km에 이르는 부산해안순환도로(교량구간만 28km)의 시발점이다. 국내 대형 다리들 중 수익을 내는 (거의) 유일한 곳으로, 2012년 기준 연간 통행량 9만여대, 통행료 순수익만 279억원을 올리는 ‘성공한’ 다리다.

 1위  인천대교

인천대교는 한 프레임에 다 담기 힘들 정도로 길다. (사진: hangidan, flickr.com)

총 길이: 21.38km 너비: 31.4m완공년도: 2009년

인천대교는 ‘넘사벽’의 위용을 자랑한다. 노는 물이 다르다. 총 연장 21km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다리가 개통되면서 인천 송도, 경기 남부 사람들의 인천국제공항 접근성이 상당히 개선됐다. 선박들이 인천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일부 구간은 ‘사장교’로 지어졌다. 주탑에 연결된 케이블이 다리 상판을 지탱하는 형식. 이 구간의 경간은 800m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길다. 우리나라에서 인천대교보다 더 긴 다리를 만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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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가 개통되던 당시, 필자의 아버지께서는 광안대교의 야경을 담은 커다란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를 하나 받아오셨다. 그때부터 이미 광안대교의 야경은 광안리 해수욕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시그니처가 되었던 것이다. 적어도 부산 사람들에겐 파리의 에펠 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존재랄까?

실제로 저녁에 광안리 해수욕장을 걷다 보면, 광안대교가 주는 화려함에 발걸음을 멈추고 찰칵찰칵 사진을 찍기 일쑤다. 핸드폰과 카메라, 외장하드에는 각각 다른 날짜에 찍은 광안대교 사진들이 가득하다. 어쩜 질리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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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자체가 그렇다. 매 순간 새로운 파도가 넘실대고, 매일의 기후 상태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질릴 수가 없다. 무엇보다 바다는 보는 사람의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매번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런 황홀한 이야기꾼이 어떻게 지겨워질 수 있을까. 이건 28년을 부산에 살고 있는 바다 팔불출의 흔한 애정표현이다.

 

| 걷고 싶다, 광안리

광안리 백사장의 길이는 1.4km로 꽤 길다. 끝에서 끝까지 쉬지 않고 걸어도 20분은 족히 걸린다. 이 긴 바다를 걷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금련산역(부산지하철 2호선) 3번 출구로 나와 광안리의 남쪽 끝에서 시작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역명에 속지 말자. 2호선 광안역에서 내려도 되나 그러면 10분 이상 걸어야 해변에 닿는다.) 그 방향에 광안리 해양레포츠센터도 자리하고 있어 여름에는 서핑, 각종 보트 등을 배우고 탈 수 있다.

실제 이 곳에서 몇 년 전 크루저요트를 타는 호사를 누린 적이 있다. 비싸지만 아깝지 않은 경험. 몸과 마음이 함께 넘실댄다.

거기서 더 남쪽으로 들어가면 방파제와 자전거도로 등이 나오는데,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로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방파제 부근에서 바라본 광안리의 정경.

광안리 해변 어디서라도 산책객들은 광안대교를 바라보게 된다. 마치 오늘날의 광안리는 이 대교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해질 무렵 점등하는 불빛들은 화려함을 더한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의 소리를 듣는다. 강아지들을 산책시키는 주인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또한 두 손 맞잡은 연인들에게는 애틋함이 더해진다. 나 홀로 바다를 걷는 사람들이 깊은 고독감을 느끼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

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서쪽 끝에 다다른다. 거대한 회센터들이 출출한 산책객을 유혹한다. 그러고 보면 광안리에는 맛집, 카페가 골목골목 참 많다. 궁금하신가? 다음 화에서 만나도록 하자. 제발~!

 

TIPs

하나. 앞서 밝혔듯, 부산지하철 2호선 금련산역에서 광안리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번거롭지 않은 방법이다. 버스의 경우, 부산역 기준으로 부산역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1001번 급행버스를 타고 '광안리 해수욕장' 정류소에 내리면 된다. 내리자마자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당황하지 말자. 아주 조금만 걸어내려가면 된다. 

(사진: http://ryujeegon.com/)

둘. 매년 10월 부산불꽃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올해는 10월 21~22일 개최예정이다. 부산 사람들은 압사당할까봐 정작 잘 가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일대 교통까지 마비될 정도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야 하긴 하지만,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근처 분위기 좋은 식당이나 카페는 명당 자리에 예약을 미리 받고 있으니, 가고 싶은 사람들은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게 좋다.

 

/사진: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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