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아픈 밀가루

가끔씩 사 먹는 국수들이 괜히 맘에 들지 않는 날들이 있다. 소면은 지나치게 가늘고, 말린 칼국수 면은 얄팍해서 씹는 맛이 모자라고, 생면은 기계로 뽑아내서 재미가 없고, 우동은 너무 밀가루 덩어리진 맛이고, 파스타는 쫄깃하지 않아서 국수랑은 다른 맛이고. 정말로 아무 이유도 없이 괜히 꼬투리를 잡게 되는 그런 날이면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결국엔 밀가루를 한 봉지 터서 칼국수를 밀어 먹고는 한다. 밀가루에 물을 적당히 섞어다가 한참 반죽을 치대다 보면 어깨가 뻐근하고 손목이 시큰하다. 그럴 때면 내 밥 한 끼를 위해 위임된 어떤 노동들에 대해 생각해보고는 한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시골에 따라 내려간 적이 많다. 여름의 땡볕에도 아랑곳 않는 듯, 언제고 시골에는 사람들이 논과 밭에 나와 있었다. 여행으로 강릉이며 울진이며 하는 곳들에 가면 새벽으로는 저 멀리 바다 끝에 낮보다 환하게 집어등을 비추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떠있었다. 어려서 살던 동네에는 라면으로 유명한 모 회사의 공장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 공장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빨려 들어가듯 올라탔다가 저녁이면 다시 그 버스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는 했다. 밀가루 반죽을 밀면서 무심코 지나갔던 밭들과 배들과 공장의 사람들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반죽이 끝나있고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죽을 밀고 썰어야만 국수가 되는 일이었다

| 혼자먹기, 밀가루

밀가루는 단백질 함량에 따라 박력, 중력, 강력으로 나뉘는데 용도가 다르므로 잘 구분해서 사용하여야 한다.
TIP 박력분은 삶게 되면 쫄깃함이 전혀 없고 퍼석하지만 굽거나 튀기면 바삭하고, 강력분은 빵을 하거나 삶으면 굉장히 쫄깃하지만 튀기게 되면 찐득하고 눅눅해진다. 밀가루는 보존기간이 긴 편이지만 습기와 닿으면 덩어리지고 맛이 변질되므로 집게 등으로 밀봉해서 보관하도록 한다. 밀가루 반죽은 치댈수록 쫄깃해진다. 손목과 어깨가 조금 아프더라도 열심히 치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TIP 손목의 힘으로만 치대면 무리가 심하므로 반죽을 치댈 때에는 팔을 곧게 펴고, 전신의 힘을 이용해 치대주도록 한다.

밀가루 반죽을 할 때에 식용유를 조금 넣어주면 더욱 맛이 좋다.

반죽은 바로 사용하지 않고 냉장실에서 30분~ 한 시간 정도 숙성시키면 더욱 쫄깃하고 맛이 좋다.
TIP 숙성할 때에는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비닐 백 등으로 싸두도록 한다. 표면이 마른 밀가루 반죽은 딱딱해져서 사용이 곤란하다.

| 밀가루 레시피 : 들깨 수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