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학교와 小학생
大학교와 小학생
2016.05.20 16:36 by 시골교사

대한민국은 화끈한 나라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탑(Top)을 찍는 게 50개가 넘을 정도다.(대부분 불명예 기록인 건 함정)

대학 진학률도 그 중 하나. <2014년 OECD 교육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청년층의 대학진학률은 71.3%로 절반 정도에 불과한 OECD 평균치를 상회한다. 대학교육 이수율(66%) 역시, OECD 평균(39%)을 크게 웃돈다.

독일에서 실제로 체감한 숫자는 이보다 더 적었다. 큰아이 반에 있던 25명의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대학을 졸업한 경우는 5~6명에 불과했다. 독일 같은 선진국에 대졸자가 이렇게 적다니… 처음엔 잘 이해되지 않았고, 한편으론 그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나의 이런 궁금증은 큰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풀려갔다.

통과의례 같았던 이 광경, 독일에선 흔한 게 아니다.(사진:snvv/shutterstock.com)

 

| 독일의 중‧고등학교 시스템

독일의 중‧고등학교는 ‘짐나지움(Gymnasium)’으로 불리는 인문계와 실업계로 나뉜다. 이중 실업계는 다시 인문계‧실업계를 합친 ‘게잠트쉴레(Gesamtschule, 종합학교)’와 순수 실업계인 ‘레알쉴레(Realschule)’, 그리고 실업학교 중에 가장 수준이 낮은 ‘하우프트쉴레(Hauptschule)’로 나눠진다.(하우프트쉴레는 일종의 직업교육 준비반인데, 구성원의 낮은 학습의욕, 낮은 졸업률, 높은 외국인 자녀 비율, 사회의 부정적인 선입견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도 따로 있다.

짐나지움의 교실 수업(사진:시골교사 제공)

앞서 설명했듯, 상급학교의 진학이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성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자기 적성에 맞는 공부를 일찍 시작할 수 있다. 또한 대학진학에 대한 과열조짐과 경쟁이 조기에 사라지는 덕분에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인재를 골라 일찍부터 교육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적 측면에서나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득이 된다는 얘기다.

실업학교의 목표는 일반적인 교양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것인데, 최근 서비스 업종의 인력요구가 커지자, 그에 맞춰 교육과정을 운영해가고 있다. 인문학교는 졸업 후 6년제 대학입학이 가능하다. 1990년 이후로 변화된 경제 사정과 대졸자에 대한 수요증가로 인문계 학교 진학에 대한 수요가 다른 실업계 학교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

인문‧실업계가 합쳐진 종합학교 ‘게잠트쉴레’는 양 계열의 통합으로 보다 나은 기회균등과 수요자의 입맛에 맞춘 교육을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지만 하향평준을 가져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독일에는 약 2500개의 사립학교도 있다. 발도르프, 몬테소리, 예나플란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공교육에 대한 회의에서 나온 대안학교로서, 교과 과정이 국가 기준에 벗어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학력인정이 가능하다. 대신 수업료는 모두 본인 부담이다.

‘학문이냐, 직업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사진:petr73/shutterstock.com)

초등학교 4학년 1학기의 성적을 놓고 담임교사가 부모에게 상급학교를 추천하면 부모들은 관심 있는 학교의 설명회에 참석하면서 학교 분위기를 파악한다. 이후 원하는 중학교에 원서를 넣게 되고, 해당학교에서는 1차적으로 거주지를 고려하여 입학여부를 결정해 통보해 준다.

이곳의 인문계 학교 수준은 비슷하지만 학교마다 특성화 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학교는 라틴어를, 또 어떤 학교는 자연계열 과목을 비중있게 가르친다. 어떤 학교는 음악시간의 수업시수가 다른 학교에 비해 많기도 하다. 만약 자녀가 추후 의대진학을 목표하고 있다면, 라틴어 교육 비중이 높은 학교로 보내야 한다.(라틴어가 의학공부에 필수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중학교 선택부터 자녀의 흥미와 적성, 그리고 장래희망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 수능평가와 일제고사

독일에선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아비투어(Abitur)’라고 부른다. 이 시험의 결과를 가지고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다. 우리의 수학능력시험 같은 건 아니고, 개별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치러지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이다. 대학에서 일률적이고 표준화된 교육의 양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학교에서 배운 내용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아비투어 졸업시험은 필기시험과 구두시험으로 나뉘어져 있다. 시험과목은 고등학교에서 배운 교과 중, 두 개의 필수과목과 세 개의 선택과목으로 이뤄진다.

자신 있어요!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으니까. (사진:bibiphoto/shutterstock.com)

이렇게 본인의 흥미에 맞는 쪽으로 과목을 좁혀가던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야 비로소 학문의 깊이와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부단한 연습과 과한 학습량에 매여 있지 않은 청춘들의 뇌가 대학에 가서야 그 용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것이다. 진정한 창의성은 부단한 연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자율과 느슨함, 그리고 저마다의 개성의 존중을 지켜온 건강한 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독일에는 ‘일제고사’(一齊考査‧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의 개념이 아예 없다. 다른 지역, 다른 학교와 비교해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를 하나의 간섭 내지는 통제로 여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일제고사를 치른 적이 없다고 한다. 사실 교육부가 간절히 원하기는 하는데, 주(州) 교육부와 학교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시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지역별, 학교별 경쟁과 그로인한 과열 및 부작용 역시 나타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4년, 중‧고등학교 9년. 그렇게 총 13년을 배우지만, 이미 중학교 때부터 대학 진학 여부가 결정되는 독일. 대학 진학과 연계되는 인문계 중학교 진학률이 30%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6년제 대학 진학률 역시 이 수치를 넘을 수 없다. 이러한 독일 교육의 시스템, 특히 그 중에서도 조기에 대학 및 진로의 향방이 결정되는 부분에 대해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원칙은 무너지지 않고 있다. 거의 300년 간 말이다.

(사진: VLADGRIN/shutterstock.com)

 

시골교사_2_이모저모

독일교육 이모저모 

 

대학,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게 힘들다.

독일 대학의 학과 선택은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시험 점수에 의해 좌우됩니다. 학교마다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졸업시험 결과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대학 및 과에 입학원서를 넣는 것이지요. 물론 이곳에서도 의대, 법대, 사범대 등에 지망하려면 졸업성적 점수와 고등학교 2,3학년 내신점수가 좋아야 하고요.

외국인들의 입학여부는 그 해의 외국인 지원자 수에 따라 결정됩니다. 어떤 학과든 외국인 할당비율이 있는데, 대략 학과 정원의 10% 정도지요. 만약 당해 년도 외국인 지원자 수가 적으면 입학이 바로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몇 학기를 기다려야 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대학 졸업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 대목에서 감안해야 할 게 바로 수업료가 없다는 점입니다. 가뜩이나 자유로운 대학 생활에 금전적 부담도 적다는 점은 독일 대학생들에게 많은 여유를 주지만, 바로 그 점이 대학에서 시간을 낭비하다 졸업도 하지 못하는 사회 낙오자를 만들 우려도 있습니다.

게다가 국가는 대학생들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학력을 요구합니다. 이미 초등학교부터 걸러지고 선택된 그들에게 대학원 과정까지 무상교육을 시키는 점을 감안하면, 지당한 요구일 수 있겠지요. 바꿔 말하면 국가와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해야 졸업이 가능해진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과마다 낙제 제도가 존재하는데, 이 낙제율은 상대 비율이 아니라 절대 비율입니다. 점수가 기준 이하에 못 미치면 가차 없이 낙제 처리가 되는 것이죠.

점수관리도 녹록치 않습니다. 성적이 나쁘면 대학을 나와도 취직할 곳이 없죠. 이런 시스템은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려운 구조를 만들고, 대학 입학률에 비해 졸업률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사진:art designer/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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