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세계를 꿈꾸며
다시 만날 세계를 꿈꾸며
다시 만날 세계를 꿈꾸며
2016.06.09 10:07 by 이국재

드디어 꿈의 리그인 프리메라리가로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 정준이. 그 어느 때보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정준이를 부른 첫 프레메라리가 구단은 헤타페(GETAFE)로, 정준이는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헤타페 유스에 입단하게 됩니다.

헤타페(GETAFE C.F.) 엠블럼.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런 자랑스러운 선수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한국에도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프리메라리가, 한 발 더 가까이

헤타페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위치한 명실상부 전통의 강팀으로, 탄탄한 조직력과 최고의 유소년 훈련 시스템을 자랑합니다. 정준이는 이 구단에서 4주간의 피를 말리는 입단테스트를 거쳐야 했는데요. 그 시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매일 매일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도 긴장의 연속이었는데 열다섯 살 아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4주가 지나 결과 발표일이 되었을 때, 당시 우리 가족들은 아직 레온에 있었습니다. 저와 정준이만 주중에는 마드리드에서 생활하며 테스트 일정을 소화하고 주말에는 다시 레온으로 돌아오곤 했지요. 구단에서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거나 급한 연락이 올 때면 왕복 800km가 넘는 거리를 두 세 번씩 오고 간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정준이에겐 절실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나마 저는 옆에서 지켜볼 수라도 있었지요. 혼자 둘째를 돌보며 지냈던 아내도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모릅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일요일 저녁,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구단 관계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죠.

“정준군이 입단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어서 짐을 싸서 마드리드로 내려오셔야겠습니다.”

그 순간 우리 가족은 얼싸안고 기쁨을 함께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 세상을 모두 가진 것 마냥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했습니다.

가자! 약속의 땅으로(사진:Juan Aunion/shutterstock.com)

그렇게 우리 가족은 마드리드로 이사를 했습니다. 타향살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짐도 많지 않았기에 직접 마드리드에서 화물트럭을 빌려 레온으로 올라갔죠. 운전석에는 두 명밖에 탈 수가 없어서, 나머지 두 명은 캄캄한 화물칸에서 짐과 함께 실려 내려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부푼 꿈을 안고 달려가던 중이라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FIFA 미성년자 외국인 선수 이적 금지 조항에 울다

입단이 확정되자 구단에서는 대우가 달라졌습니다. 입단 테스트를 받을 때에는 소속팀 유니폼도 한 번 입어보지 못하고, 정준이 혼자 다른 개인유니폼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테스트를 통과하고 나니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구단(헤타페) 로고가 새겨진 물품들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팀의 일원이 되어,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게 된 것이지요. 정준이도 한결 안정된 플레이를 구사하며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헤타페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정준군

그러나… 운명의 장난일까요?

정규리그 개막이 코앞에 닥친 어느 날, 구단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정준이를 선수로 등록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바로 FIFA의 미성년자 외국인 선수 이적 금지 조항 때문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 규정에 울고 있는 외국인 유소년 선수들이 스페인에 많습니다. 정식으로 선수 등록을 하고 경기에 나서려면 만 18세가 넘어야 하고, 그 이전의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부모가 모두 스페인에 와서 사업 혹은 취업을 했다는 증빙서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이 외에도 여러 불가능할법한 사항들을 요구하는 항목들이 많았습니다.

FIFA의 선수등록 요청자료(미성년 대상)

정준이는 이때부터 18세 생일 이전까지 정식 리그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물론 연습경기나 친선경기에서는 뛸 수 있었지만, 승부를 걸고 싸우는 리그 경기와는 성격이 달랐죠. 선수는 경기를 통해 성장하고 기량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를 뛰지 못한다는 것은 선수에게는 곧 사형선고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습 중 발가락 골절부상까지 입게 되어 6개월가량 재활치료에만 매달리기도 했지요. 16~17세의 정준이는 그야말로 축구 인생에서 최악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전문가들은 선수가 2년의 공백기를 만회하려면,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을 들여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들 말합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런 정준이의 상황을 알면서도 구단 측에서는 계속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는 점입니다. 정준이는 16세 때 헤타페를 거쳐, 17세 때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1부리그) 산하클럽에서, 18세 때는 라요바예카노(1부리그)에서 선수생활의 끈을 이어나갔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중입니다"

이제 갓 성인의 나이가 지난 정준이는 그 동안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최고 레벨의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마음도 비우고, 스스로 하위리그(성인)를 선택했는데요. 현재 성인리그 1년차 선수로서 매 경기 주전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떨어져 있는 체력과 경기력을 다듬으며 상위리그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들도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 그저 응원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언젠간 예전의 경기력과 컨디션을 되찾아 프리메라리가의 그라운드를 밟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요.

다시 만날 세계(사진:Igor Zh./shutterstock.com)

지금까지 정준이와 우리 가족들이 스페인을 찾아 새로운 둥지를 틀고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더 많은 에피소드와 희로애락이 있었지만,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유소년 선수들이 어릴 적 정준이와 같은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현재 스페인에서 월드스포츠매니지먼트라는 스포츠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면서 선수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오로지 꿈과 희망을 위해 달려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어린 유망주들에게 선수생활의 길잡이가 되고, 이들이 국내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국내 유망주들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됩니다"

지난달 18일, 대한민국의 농구 U-17 국가대표 양재민 선수가 스페인을 찾았습니다. 한국 최초로 유럽 농구리그 진출에 도전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입단테스트를 받기 위해서였지요. 2주간 일정으로 이뤄진 이번 테스트는 유럽 최강으로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를 비롯, 후엔라브라다(Fuenlabrada), 모비스타(Movistar Estudiantes), 그리고 올해 U-18 유소년 농구리그 우승팀인 또레로도네스(Torrelodones) 등 스페인 프로농구 구단에서 진행됐습니다.

대한민국의 농구 U-17 국가대표 양재민 선수

모든 스포츠 관계자들이 아시다시피, 짧은 기간 동안 여러 클럽에서 테스트를 소화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양재민 선수는 확연히 드러나는 체격조건과 체력, 기술, 힘, 그리고 시차까지 적응해야하는 상황이었지요. 테스트 기간 중 이전에 당했던 부상이 재발하기도 해 순탄치만은 않았는데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테스트를 받았던 몇몇 구단에서 양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며 영입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논의 중입니다. 조만간 결과가 나오겠지요. 그러나 결과와는 관계없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는 양재민 선수의 도전이 대한민국의 모든 유소년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양재민 선수 파이팅!’

지금까지 ‘축구 꿈나무의 좌충우돌 스페인 정착기’와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축구 꿈나무의 좌충우돌 스페인 정착기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꿈꾸며 스페인을 찾은 이정준(18)군과 자식의 꿈을 위해 뒤늦게 이민 짐을 쌌던 열혈아빠 이국재 대표(월드스포츠매니지먼트‧WSM)의 스페인 정착기. 스페인 현지에서 전해주는 그들의 꿈, 이민, 축구,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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