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이만수 감독의 사람들
'헐크' 이만수 감독의 사람들
'헐크' 이만수 감독의 사람들
2016.06.14 17:02 by 김상욱

3년 전, 일면식도 없던 이만수 감독에게 라오스 교민 제인내씨가 막연하게 보낸 이메일 한 통. 이것을 계기로 라오 브라더스가 시작됐지요.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 야구단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내 일처럼 나서서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만수 감독과 제인내씨가 라오 브라더스의 ‘엔진’이라면 이번에 소개할 분들은 라오 브라더스의 ‘날개’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 분들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얼마 전 후원받은 연습용 유니폼. 이종범만 8명. 최강의 전력이다.

사랑이 더해지면 기적이 일어난다

지난 1월, 제가 라오스를 방문한 첫 날이었습니다. 저는 이만수 감독과 함께 라오 브라더스의 훈련 장소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보니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 사이에서 키가 크고 카리스마 넘치는 한국인이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겁니다.

“감독님, 저 분은 누구죠?”

“권영진 감독이라고 작년까지 대구고등학교 야구부에서 감독을 했던 제 후배입니다.”

'대구 사나이' 권영진 감독은 전 프로야구 투수 출신으로, 쌍방울 레이더스(현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작년까지 대구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을 하며 박석민(NC), 구자욱(삼성), 이재학(NC), 정인욱(삼성)등을 길러 낸 고교야구의 명장 출신입니다.

이만수 감독을 도와 이번 한국-라오스 친선대회에서 라오 브라더스의 '첫 승'을 이끌기 위해 한국에서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미리 입국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저렇게 열정적으로 지도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만수 감독은 저를 바로 권영진 감독에게 소개했습니다.

“권영진 감독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이구 반갑습니다. 네네~ 잘 부탁해요.”

전 대구고등학교 야구부 권영진 감독

카리스마 넘치는 풍모와 달리 푸근한 미소와 서글서글한 말투의 권영진 감독. 옆에서 통역을 해주는 현지 교민이 있었지만 권영진 감독은 스마트폰 통역 어플을 사용하여 서툴지만 라오스어로 선수들에게 다가가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야구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해도 권영진 감독의 표정은 마치 '내가 너희들의 모든 허물까지 안고 가겠다'라는 각오로 임하는 듯 싶었습니다.

너희들 잠깐 앉아봐. 통역 없이 대화좀 해보자
스마트폰 통역 어플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야.

오전·오후 훈련이 모두 끝나고 땀에 흠뻑 젖은 권영진 감독과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네이티브 경상도 현지어를 구사하는 대구 사나이 권영진 감독의 말은 서울말로 번역했습니다.)

“라오스는 어떤 계기로 오신 거예요?”

“라오스에서 청소년들이 야구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서 들었어요. 신기했죠. 하지만 그 라오스 야구단이 이만수 감독님의 ‘라오 브라더스’인지 전혀 몰랐어요. 이번에 라오스 들어오기 며칠 전에 알았습니다. 라오스 선수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야구를 하는지 보고 싶었고 한 번 지도해 보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들었는데, 이만수 감독님과 함께하는 야구단이라고 하니까 더 믿음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이만수 감독님께 같이 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드렸고 마침 한국-라오스 친선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2주 정도 머물 예정으로 왔습니다.”

내 개그가 라오스에서도 먹히는 군

사실 라오 브라더스와 권영진 감독의 인연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됐습니다. 2년 전, 권영진 감독이 대구고등학교 야구부를 지도하던 시절의 이야기인데요. 어느 날 구미의 한 중학교에서 교장으로 재직 중인 친구가 권영진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고 합니다.

“영진아~ 내다. 혹시 느그 학교 야구부 ‘아’들이 쓰고 남은 헌 야구장비 있재?”

“와? 뭐할라꼬?”

“내랑 아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튼 어디 쫌 보낼라 칸다. 헌 장비 있나? 있으면 퍼뜩 주라.”

권영진 감독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친구에게 헌 야구 장비를 줬다고 합니다. 그렇게 후원했던 헌 야구장비는 지금의 라오 브라더스로 보내졌습니다. 물론 권영진 감독은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신과 라오 브라더스와의 인연이 2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라오스에 와서 알게 된 권영진 감독은 정말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이렇게 치면 홈런 칠 수 있어

“라오스 들어오신 지 일주일 되셨죠? 훈련해 보신 소감은 어떠세요?”

“처음 애들을 봤을 때 서글펐죠. 한국 고등학교 선수들은 체계가 잡혀 있어서 제가 흐름의 방향만 제시해 주면 됐어요. 그런데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은 야구 규칙도 모르고 아무런 체계가 없는 백지 상태인데다 언어도 안통하고…. 제 머릿속의 그림을 선수들의 머릿속까지 넣는 게 너무 힘듭니다.”

그렇지만 권영진 감독은 오히려 도전의식이 더 충만해 졌다고 합니다. 체계가 잡힌 한국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한 그에게 백지 상태의 라오 브라더스 야구단은 도전의 대상이었습니다.

너희는 나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
이게 돈 주고도 못 배우는 내가 개발한 커브 던지는 방법이야

야구 안에서 우리는 하나

라오스는 주종족인 라오족이 소수종족인 몽족을 무시하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 종족이 섞여있는 라오 브라더스에도 이런 문화가 은연중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훈련 첫날 마주한 선수들의 얼굴은 너무 어두웠습니다. 오랫동안 학생 선수들을 지도해 온 권영진 감독이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권영진 감독이 지난 일주일동안 선수들에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답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는지 몰라도 야구는 협력의 스포츠다. 야구는 혼자 할 수 없다. 너희가 나한테 야구를 배우고 싶으면 너희부터 먼저 하나가 돼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야구할 자격이 없다.'

그래서인지 훈련장은 선수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합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선수들의 얼굴이 밝아졌고 점점 하나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공을 받을 땐 이렇게 발이 앞뒤로 평행이 되게 하거라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 정말 독종입니다. 오전 10시에 집합이면 8시 30분부터 나와서 자율훈련 하고 있어요. 방망이 치는 소리, 화이팅 소리… 쉬고 싶어도 그 소리가 들리면 편하게 못 쉬겠더라고요. 한국에 있는 학생 야구 선수들이 진짜 배워야 할 정신 자세죠.”

그럼 여기서 잠시 영상 하나 보시겠습니다. 지난 1월, 한국-라오스 친선대회를 앞두고 권영진 감독과 함께 열심히 훈련 중인 라오 브라더스의 모습입니다.

권영진 감독님 훈련 영상

제가 권영진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중간 중간에도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이 곁을 맴돕니다. 권영진 감독에게 무언가 물어 보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무언의 표현인 거죠.

“보세요. 쟤들이 저래요. 허허. 얼마 전에 NC 박석민한테 전화가 왔어요. 자기가 도울 일이 없겠냐고 하더군요. 일단 큰돈을 받고 팀을 옮겼으니 너부터 잘 하라고 했죠. 석민이가 참 기특해요. 인성이 됐잖아요.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이 만일 야구를 직업으로 하지 못하더라도 분명 라오스의 좋은 구성원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야구 안에는 노력, 성실함, 인사 예절 등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분명 사회에서 필요한 부분들입니다.”

한국과 라오스를 오가며 재능기부 중인 이만수 감독 외에도, 라오스 현지에서 상주하며 선수들을 가르칠 전임 지도자가 간절히 필요했던 상황이었는데요. 권영진 감독은 지난 2016년 3월 1일부로 대한체육회에서 파견 한 ‘라오 브라더스 전임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가족을 한국에 두고 와야 하는 권영진 감독에게, 라오스에서 상주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권영진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상하게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되는 과정과 인연의 고리들이 '어떤 이끌림'이라는 걸 느꼈어요. 섬기는 마음으로 지도할 겁니다. 분명 한국에 두고 온 가족들이 보고 싶겠지만 일단 감수해 보려고 해요. 확실한 건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에게 야구를 가르칠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너희들을 최고의 야구팀으로 만들어 버리겠어!

'된장'이 맺어준 인연

‘라오 브라더스’ 야구단을 시작했던 교민 제인내씨는 한국의 된장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마침 지인의 소개로 된장을 라오스까지 운송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습니다. 라오스에서 사업을 하는 '임 사장'이라는 사람의 회사가 한국에서 물류를 컨테이너 박스에 실어 라오스로 운송하는데 그 컨테이너 박스에 된장을 함께 실어주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제인내씨는 임 사장의 얼굴은 모르지만 참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두근두근 제인내씨는 된장이 도착하는 날짜에 맞춰서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그러나 제인내씨는 된장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상심한 그는 임 사장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된장을 수소문 했습니다. 분명 한국에서 된장을 보낸 사람은 있는데 막상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라오스인 직원은 된장이 없다고 합니다. 된장은 옆 나라 태국으로 가 버린 걸까요?

어쩔 수 없이 제인내씨는 된장을 가슴 한편에 묻고 살았습니다. 그 이후 어느 날 제인내씨는 자동차를 고치기 위해 카센터에 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된장 사건의 배후(?)로 의심되는 임 사장이라는 사람과 우연히 조우하게 됩니다. 임 사장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제인내씨는 왠지 모를 서운함에 된장 이야기를 꺼냈고, 임 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된장을 우리 컨테이너에 실었다고요? 난 처음 듣는 이야긴데… 일단 내일 우리 회사로 와 보세요.”

임 사장이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기꾼인지 제인내씨는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인내씨는 된장을 찾으러 임 사장의 회사를 방문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혼자가 아닌 아내, 어린 아들, 딸과 함께 말이죠. ‘이렇게 가족들을 데리고 가면 최소한 사기는 안치겠지’라는 나름의 전략을 짠 것입니다.

임 사장의 회사 사무실을 찾아가니, 바로 된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임 사장은 멋쩍은 표정으로 제인내씨를 맞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제 제인내씨한테 이야기를 듣고 와서 제가 직접 공장 안을 찾았더니 된장이 한 쪽 구석에 있더라구요. 운송을 담당했던 직원(라오스 사람)들이 운송 예정이던 물건이 아니니까 잘못 온 것인 줄 알고 신경 안 쓰고 방치했던 것 같아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왠지 모를 허무함과 반가움이 교차한 제인내씨. 그렇게 된장을 찾게 된 기쁨은 타국살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감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제인내씨와 인연을 맺게 된 임 사장이라는 사람이 바로 오늘날 라오 브라더스가 3년 째 지속될 수 있도록 결정적 역할을 한 라오 브라더스 단장 임재원씨입니다.

나, 라오스 '된장남'이오!

우연으로 시작되어 인연이 되다

2016년 1월. 다시 한국-라오스 친선대회를 며칠 앞 둔 라오 브라더스의 훈련장입니다. 임재원 단장이 말없이 한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오랫동안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봅니다. 저는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단장님. 다리 안 아프세요? 뭘 그렇게 오래 보세요?”

“아… 우리 선수들 보고 있어요. 감회가 새롭네요. 언제 이렇게 성장했는지… 선수들이 처음보다 달라진 걸 보면 눈물 나려고 해요.”

된장이 맺어준 인연. 우연히 카센터에서 만난 제인내씨에게서 야구단을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헛웃음을 쳤던 임재원 단장.

“된장을 되찾은 제인내씨가 뜬금없이 야구단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속으로 생각했죠. ‘라오스에서 무슨 야구를… 저러다 말겠지.’ 그런데 제인내씨 혼자서 야구단 때문에 아등바등 하는 모습이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도움이 되려고 동참하게 됐어요. 하지만 제인내씨랑 저랑 두 사람 모두 너무 힘들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고,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순간도 많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신기한 일들이 하나씩 생기더라고요. 이만수 감독님이 제일 먼저 후원해 주셨고 직접 오셔서 선수들 지도도 해주시고 또 이만수 감독님 팬클럽의 유니폼 후원, 다른 한국 분들의 야구 장비 후원, 류승철 사장님의 피칭머신 후원, 여기 라오스 청년교민들의 관심과 도움 등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죠.”

내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께!
간식으로 라면 끓여 줘야지

임재원 단장은 라오 브라더스가 자신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큰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라오스에서 사업을 하는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와중에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라오 브라더스 야구단이 하나씩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임 단장 역시 삶 속에서 자신감을 갖게 됐고, 사업을 하며 받았던 마음의 상처도 많이 회복됐다고 합니다.

그때 옆을 지나가던 제인내씨가 대화에 동참을 합니다.

“임재원 단장님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어요. 된장이 만나게 해 준 귀한 분이십니다. 하하. 그동안 한국에서 오는 후원물품 운송도 책임지셨고 현재 훈련장에 있는 살림살이부터 소소한 물건들까지 전부 다 임 단장님이 후원을 해주셨어요.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후원해 주신 거 액수로 치면 꽤 큰 돈입니다. 그런데 전혀 아까워하지 않으세요. 저는 임 단장님의 그런 마음이 너무 감사한 거죠. 처음과 비교하면 지금 라오 브라더스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데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임 단장님이 큰 역할을 하신 겁니다.”

“쑥스럽게 그런 말을 합니까? 허허. 사실 저도 좀 후원을 했고 한국에서도 가끔 장비후원이 들어오지만 대부분 단발성이라 한계가 있어요. 지금 당장 다음 달 운영비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훈련장도 몸만 겨우 푸는 작은 공간이고 또 15년 후에는 원래 땅 주인한테 돌려줘야 해요. 제대로 야구를 하려면 야구장이 시급하게 필요합니다. 야구장 건립이 막막한 게 사실이지만 걱정한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이 작은 훈련장과 야구 장비 후원도 처음엔 불가능하다고 봤는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장 건립도 언젠가는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권영진 감독이 제 친구의 친구예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참 신기한 인연이죠?”

경북 구미 출신의 임재원 단장. 2년 전, 그는 구미의 중학교에서 교장으로 재직 중인 친구에게 ‘혹시 경북지역 학생 야구부가 쓰고 남은 헌 야구 장비를 구해서 라오스로 보내 줄 수 있는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부탁을 받은 친구는 대구에서 고교 야구부 감독을 하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고 헌 야구 장비를 내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대구고등학교 권영진 감독이었던 것입니다. 당시 임재원 단장은 후원해 준 사람이 누군지 몰랐고 권영진 감독 역시 도움을 줬던 곳이 어딘지 몰랐습니다. 두 사람 모두 라오스에서 처음 만나 인연의 퍼즐이 맞춰진 것에 크게 놀랐다고 합니다.

늘 이렇게 뒤에서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을게

제가 라오스 현지에서 본 임재원 단장의 모습은 선수들에게 정말 아빠 같은 존재였습니다. 친선대회에서 라오 브라더스의 작은 안타 하나에 크게 환호하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임재원 단장의 마음 깊은 곳에 라오 브라더스가 자리 잡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 오늘 하얗게 불태웠어

한국에서 온 키다리 아저씨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출신이자 박찬호 선수(전 LA 다저스)와 함께 청소년 국가대표 야구팀의 에이스 투수였던 곽재성 대표(썬더치킨 대구경북지사).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일찍 프로선수 생활을 접은 그는 지금은 사업가로 성공했습니다.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곽재성

곽재성 대표는 중학생 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한 순간에 집안이 파산 났습니다. 촉망받던 까까머리 중학생 야구선수 곽재성은 오갈 데가 없었습니다. 결국 통학을 해야 하는 명문고교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숙식을 제공하는 경남상고(현 부경고)로 진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경남상고를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당대 최고의 초고교급 투수가 되어 국가대표까지 선발 됐고, 프로 야구단에 스카우트 1순위가 되어 입단을 하게 됩니다.

경남상고 에이스 투수 곽재성
1992년 최고의 슈퍼 루키,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하다

일찍 프로선수 생활을 접었지만 그는 야구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뼛속까지 야구인'인데요. 그는 이만수 감독과의 인연으로 한국-라오스 친선대회에 참가하러 라오스에 처음 왔다고 합니다.

“제가 학생 선수였을 때 집안 환경이 좀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운동으로 꼭 성공을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어서 더 독하게 훈련했고 국가대표까지 선발되고 프로에 지명도 됐죠. 그런데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을 보니까 힘들게 운동했던 제 학생 시절 생각이 나더라고요. 운동하려면 힘을 많이 써야 하는데 선수들 먹는 거 보니까 고열량 음식도 별로 없고 훈련 때는 물도 아껴 먹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먹을 거 하나만큼은 정말 확실히 챙겨주고 가려고 합니다.”

최근에도 곽재성 대표는 동남아시아 출장을 마치고 시간을 내어 짧게 라오스를 찾았습니다. 두 번째 방문이었지요. 그리고 선수들에게 먹거리를 한 아름 안겨주고 돌아 왔는데요.

오늘은 고기 먹고 내일은 또 고기 먹자
곽재성 "별 거 아니지만 이거 먹고 힘내"

올 때마다 자신들을 위해 고기 파티를 열어주고 여러 먹거리를 후원해 주는 곽재성 대표를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은 늘 기다립니다. 단순히 먹거리 때문만은 아닌데요. 자신들을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그의 마음이 늘 고맙고 그래서 그가 그립기 때문이죠. 곽재성 대표는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을 늘 조용히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난 너희들의 영원한 키다리 아저씨! 다음에 또 보자

사실 라오 브라더스를 돕는 사람들은 특별한 게 없습니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있는 것이죠. 그 작은 헌신들이 모이고 인연들이 엮였을 때 엄청난 사랑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갖고 있는 재능을 그 어떤 창의적인 방법으로 나누어 주셔도 좋습니다. 라오 브라더스의 문은 항상 크게 열려 있습니다.

첫 승을 위한 도전

라오 브라더스가 창단된 지 3년. 그 동안 수차례 외부 팀과 경기를 했지만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고 합니다. 다음 8화에서는 라오 브라더스의 첫 승을 기원하는 한국-라오스 친선대회를 생생하고 감동 있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헐크' 이만수의 꿈 “야구로 받은 사랑, 야구로 갚겠다!”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역사와 함께 했던 이만수 前감독(SK 와이번스)이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 펼치는 유소년 육성기. 라오스 판 ‘엘 시스테마’의 기적을 만들어가는 현장을 만나본다.

* 이 콘텐츠는 헐크 파운데이션(Hulk Foundation)의 스토리펀딩 프로젝트 내용을 재가공한 것입니다. 라오 브라더스와 헐크 파운데이션 후원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께서는 재단 페이스북(facebook.com/leemansoo22)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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