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들의 영원한 안식과 투탕카멘의 무덤
파라오들의 영원한 안식과 투탕카멘의 무덤
2016.06.23 11:51 by 곽민수

왕들의 계곡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63개의 왕묘가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이곳을 최후의 안식처로 선택한 투트모스 1세부터 람세스 11세까지 약 500년간 왕실의 공동묘지로 사용되었습니다. 모든 왕묘들은 신왕국 시대 것들입니다.

이 공동묘지의 무덤들은 대부분 우리가 다녀온 ‘데이르 엘-메디나’의 장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꾸며졌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날 이곳에 있는 모든 무덤들에는 KV1, KV 32등과 같은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KV는 왕들의 계곡, 다시 말해 Kings' Valley의 약자이고 뒤에 붙는 번호들은 무덤이 발견된 순서를 의미합니다. 이 번호들은 존 가드너 윌킨슨(John Gardner Wilkinson)이라는 영국인에 의해서 매겨지기 시작했는데, 그는 1827년 경 기름 항아리와 붓을 하나 들고서 당시까지 그 존재가 밝혀졌던 21곳의 무덤을 돌아다니며 번호를 써놓았습니다. 이후 왕들의 계곡에서는 새로운 파라오의 무덤을 찾으려는 노력이 도굴꾼들과 고고학자들에 의해서 행해지게 되었고, 그 존재가 확인될 때마다 번호가 하나씩 늘어났습니다.

산위에서 바라본 왕들의 계곡 전경
왕들의 계곡 전경. 좌측 상단에 피라미드 모양의 봉우리가 보입니다.
왕들의 계곡 지도
유적지의 전시관에 설치되어 있는 왕들의 계곡 모형
모형으로 표현된 지하의 무덤들

모든 무덤들 가운데에 가장 나중에 발견된 것은 그 이름도 유명한 투탕카멘의 무덤입니다. 영국인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오랜 실패와 좌절 끝에 1922년 드디어 고고학사에 길이 남을만한 발굴을 해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KV62, 투탕카멘의 무덤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1922년 이전에도 수많은 왕묘가 발견되고 조사되었지만 대부분은 이미 오래전에 도굴이 되어버린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곳 투탕카멘의 무덤은 달랐습니다.

도굴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무덤은 거의 온전한 상태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유물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유념하셔야할 것은 번호가 매겨진 순서는 단순히 무덤의 존재가 알려진 순서이지 무덤이 면밀히 조사된 순서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예컨데 KV5 같은 무덤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무덤이 면밀히 조사되어 그것이 람세스 2세의 왕자들을 위한 집단 무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또한 왕들의 계곡에는 여전히 주인이 알려지지 않은 무덤들이 20개 이상이나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왕들의 계곡 곳곳에서는 고고학 조사가 계속해서 진행 중입니다.

왕들의 계곡 내에서 행해지는 고고학 조사 작업

말씀드린 것처럼 왕들의 계곡에는 62개나 되는 무덤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 62개의 무덤들 가운데에 ‘어떤 무덤을 방문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건 여행객들에게 꽤나 어려운 문제입니다. 물론 가능하면 모든 무덤을 방문해야 합니다. 왕들의 계곡에 있는 무덤들은 모두가 왕묘인만큼 대체로 상당히 공을 들여 단장이 되었고 각각의 파라오의 개성이 반영되어 있어 모두가 독창적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무한대로 지니고 있지 못한 여행자들에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무덤을 선택해야할까요? 선택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왕들의 계곡에 있는 모든 무덤들은 여전히 끊임없이 보수되고 복원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에 개방되는 무덤은 보통 10개 정도이고, 스케쥴에 따라서 이집트 관계 당국은 매년 일반에 개방하는 무덤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둘러볼 수 있는 무덤은 이집트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여기에서는 보존상태가 양호하여 거의 항상 개방되어있는 무덤을 몇 개만 골라서 간략하게만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 가지 주의하셔야할 사항은 무덤 내부에서는 절대로 사진을 찍으셔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무덤 내부에서 사진을 찍다가 무덤 관리자에게 들키면 그 무덤에서 즉시 쫓겨나게 됩니다. 대체적으로 무슨 일이든 얼렁뚱땅 넘어가는 이집트인들답지 않게 왕들의 계곡 무덤에서의 촬영에 대해선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대처합니다.

왕들의 계곡 유적지의 티켓을 끊으면 계곡 안에 있는 무덤들 가운데에 3곳에 입장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방된 무덤들 가운데’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데이르 엘-메디나에서 산을 넘어서 입구가 아닌 곳으로 이곳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입구까지 나가 티켓을 끊어오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무덤에 들어가 보지 않고 왕들의 계곡 경내만 둘러볼 셈이라면 티켓은 필요 없지만, 이곳까지 와서 무덤에 들어가 보지 않는 것은 분명히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투탕카멘의 무덤

이 공동묘지에 있는 무덤들 가운데에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역시 투탕카멘의 무덤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곳은 아마 기자의 대피라미드와 더불어 이집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투탕카멘의 무덤은 특별대우를 받습니다. 투탕카멘의 무덤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3개의 무덤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는 왕들의 계곡 입장권 이외에 투탕카멘 무덤만을 위한 입장권을 따로 구입해야합니다. 당연히 입장료도 상당히 비쌉니다.

투탕카멘 무덤 전경
투탕카멘 무덤 입구
투탕카멘 무덤 평면도 : A - 입구, B - 연도, I - 전실, IA - 부속실, J - 현실, JA - 부장품 창고
무덤 내부 복원도 (사진: CGsociety.org)
투탕카멘 무덤의 현실 (사진: Independence)

투탕카멘의 무덤은 그 화려한 명성에 비해 무덤의 규모도 작을 뿐더러 내부도 참 보잘 것 없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유물들은 현재에는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에 보관되어있습니다. 무덤에는 붉은 화강암 관과 삼중의 황금관 가운데 하나가 원래 무덤이 발굴되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 놓여져 있으며, 황금관 안에는 투탕카멘의 미이라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발견자인 하워드 카터의 유언을 따른 결과입니다. 그는 자신의 발굴로 인해서 영원한 안식을 방해받은 투탕카멘이 학술 목적을 위한 조사가 끝난 후에는 자신의 무덤으로 돌아가 다시금 안식을 취하기를 희망했습니다. 카터는 무척이나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따스한 면도 있었습니다.

투탕카멘의 미이라를 조사하고 있는 하워드 카터

투탕카멘(Tut-Ankh-Amen, 1361-1352 BC)은 이집트 신왕국 18왕조의 11번째 파라오였습니다. 사실 그는 사후에 더 유명해진 케이스입니다. 큰 업적을 남긴 파라오는 아니었지만 1922년 그의 무덤이 온전한 상태로 발굴됨에 따라 그는 가장 유명한 고대 이집트인이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원래는 투탕카텐(Tut-Ankh-Aten), 즉 아텐의 살아있는 이미지라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선왕이자 아버지였던 아케나텐의 종교개혁이 실패하고 다시 아멘신앙이 회복됨에 따라 그의 이름에 들어 있던 아텐 신의 이름이 원래의 주신이었던 아멘 신의 이름으로 대체되었던 것입니다.

그는 대략 10세의 나이에 왕위에 올라 18세 경에 사망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종종 ‘소년왕’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의 이른 죽음과 그의 두개골에 발견된 작은 뼈 조각은 현대의 연구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의 사후 파라오로 등극한 인물은 어린 파라오를 보좌하던 총리대신 아이(Ay)였습니다. 아이는 투탕카멘의 미망인이었던 앙케세나멘(Ankh-sen-Amen)과 결혼함으로 파라오로서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투탕카멘 암살자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닙니다.

투탕카멘 두개골의 X레이 사진: X - 미이라 제작시 주입된 수지, A - 작은 뼈 조각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사진:곽민수

필자소개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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