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한결같은 사회복지사가 되렵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한결같은 사회복지사가 되렵니다”
2016.06.24 18:55 by 윤민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죠.”

김병기(45) 사회복지사는 아직도 그날 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급히 마무리해야 하는 업무 때문에 다른 직원들과 복지관 청소를 함께 하지 못하고 있던 김병기 사회복지사. 그런 그를 향해 “다른 사람들은 다들 청소하고 있는데, 왜 너만 자리에 앉아 있느냐”는 호통 소리가 날아든 것이었죠. 목소리의 주인공은 치매를 앓고 있던 복지관의 한 어르신이었습니다.

“복지관 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어르신께 호통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제 태도를 바꿨어요. 업무지시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엇이든 함께 하기 시작했더니 팀워크가 더 돈독해지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현장 준비부터 정리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당시 어르신께서 가르쳐주신 점이 정말 컸습니다.”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 김병기 사회복지사

어르신을 존중하고 섬기는 마음으로

김병기 사회복지사가 근무하는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전북 익산시)은 2005년 7월 개관한 익산시 최초의 노인종합복지관입니다. 2016년 6월 현재 회원 수 1만여명, 일일 이용객이 13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시설이지요. 올해로 18년차에 접어든 김병기 사회복지사는 개관 당시부터 이곳에 11년째 몸담고 있습니다. 부장으로서 회계부터 시설관리, 사업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총괄하고 있지요.

평균 퇴근 시각 밤 11시. 주말 출근도 예삿일이 됐을 정도로 김병기 사회복지사의 일상은 언제나 바쁩니다. 그만큼 어르신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직도 저를 ‘학생’, ‘총각’ 등으로 불러주시는 어르신들도 많아요. 이제 나이도 40대 중반이고 고등학생 자녀가 둘인데도 말이죠. 제가 동안이라서 그러시는 걸까요? (웃음)”

때로는 먼저 화부터 내시거나 김 사회복지사의 뜻을 오해하시는 어르신도 있어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어르신을 대할 때 잊어서는 안 될 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사신 분들이에요. 경험과 연륜이 더 많으시죠. 저는 다른 직원들에게 ‘어르신을 대할 때 나이가 많다거나 몸이 불편하다고 무시하지 말라’고 강조해요.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위해서 헌신하고, 이만큼 일으켜 세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최대한 존중하고, 앞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섬겨야 하는 분들입니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 강의 중. 독거노인의 안전확인 및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신 분들에 대한 업무 교육을 하고 있다.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중.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05년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240여 가정에 연탄 배달, 전기장판과 보일러 설치, 영양식 재료 등을 배달하고 있다.
'봉돌이'(봉사하는 착한 남자들의 모임) 자원활동 중. 20-40대 젊은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료국수 제공 및 연탄배달과 같은 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김 복지사의 동료 김정역 사무국장.

사랑의 실천을 위해 내디딘 길, 사회복지사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김병기 사회복지사는 현장에서 직접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복지학과에 다시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고, 그곳에서 현재의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죠. 졸업 후 사회복지 현장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두 아이가 태어났어요. 하지만 수입이 넉넉하지 않아 갈수록 힘들더라고요. 고심 끝에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사직서를 냈습니다. 사회복지사 7년차 때의 일이에요.”

가정을 위해 개인 사업을 시작한 그는 전국을 돌며 부지런히 뛰었고, 그 결과 사업 초반임에도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그해 김병기 사회복지사는 무척이나 추운 겨울을 맞게 되지요.

“경기가 악화되면서 폐업을 해야 했어요. 납품한 물품 대금을 받고자 전국을 다녔고, 숙박비가 없어 밤에는 차에서 히터를 잠깐씩 틀고 잔 날이 수두룩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사회복지 현장으로 돌아온 지 10여년. 김병기 사회복지사가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준 사람들은 ‘가족’입니다. 항상 이웃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기를 주저하지 않은 부모님, 2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김병기 사회복지사를 믿고 묵묵히 응원해준 아내까지…. 고마운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변변히 가족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몇 달 전,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다는 것을 알고 나니 눈물이 났습니다. 사회복지 공무원인 아내 역시 과중한 업무 탓에 몸무게가 10kg 이상 줄었어요. 그렇게 쉼이 너무나도 절실했을 때, 중부재단의 ‘내일을 위한 휴’를 알게 되었습니다.”

내일을 위해, 잠시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던 가족 여행

중부재단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한화생명이 함께 하는 ‘내일을 위한 休(휴)’는 격무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안식월·안식휴가의 기회를 제공해,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도록 돕고자 마련된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5월, 김병기 사회복지사는 부모님, 아내와 함께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로 3박4일간 ‘내일을 위한 휴’를 다녀왔습니다. 여행을 회상하는 김병기 사회복지사의 얼굴에는 내내 미소가 걸려있었지요.

“홋카이도는 모든 지역의 자연 경관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부모님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너희들 아니면 우리가 언제 해외 구경을 해보겠느냐’고 좋아하셨어요. 아내와도 대화를 많이 했죠. 여행 내내 아내의 손을 잡고 다녔는데, 부모님께서도 저희의 애정 어린 모습을 좋게 봐주셨어요. 정말 잊지 못할 여행이었어요.”

부모님, 아내와 함께한 일본 홋카이도 여행에서. '내일을 위한 휴'를 통해 시코츠코 호수, 쇼와신산(화산), 후키다시 공원, 샤코탄 절벽 등 다양한 명소를 둘러보고 왔다고 했다. (사진: 김병기 사회복지사 제공)

김병기 사회복지사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또 하나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대게’입니다. “홋카이도 뷔페에서 대게를 처음 먹어봤어요. 정말 맛있어서 대게만 가져다 먹은 기억이 나요. 지금도 그 모습을 떠올리면 웃음이 납니다. 하하.”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에 대한 죄송스러움과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많이 해소됐지요. 오랜 세월 마음에 얹혀있던 짐을 내려놓으니 그것 자체로도 힐링이 된 것 같아요. 이 기분이 앞으로 10년은 가지 않을까 합니다.”

가족여행의 소감을 묻자 돌아온 김병기 사회복지사의 대답입니다. 이제 막 사회복지 현장에서 다시 달려 나가기 시작했는데요. 10년, 20년 후 그는 어떤 모습의 사회복지사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저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제 삶의 모습은 언제나 똑같은 모습이기를 소망합니다. 제가 좀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더라도, 많은 것을 알게 되더라도, 저를 낮추고 더욱 겸손하게 어르신들을 섬기고 싶습니다. 항상 한결같이 노력하는 자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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