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아빠를 많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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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아빠를 많이 사랑해요
2016.07.04 14:58 by 지혜

아이와 아빠를 위한 그림책

<아빠가 좋아>, <아빠는 어디쯤 왔을까?>, <아빠 놀이터>, <코끼리 아빠다!>

기억 속 한 장면.

의미 없는 옹알이가 전부였던 아기 초록이가 어느 날 나를 향해 소리 낸다.

엄마!

이 순간을 영상에 담았다면 아기는 ‘어으마’ 혹은 ‘으음마’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을 담은 것은 나의 눈과 귀였다. 엄마의 두 눈과 두 귀는 의심하지 않는다. 오직 믿는 일 뿐이다. 초록이는 분명히 ‘엄마’라고 했다. 꼭 엄마가 나의 엄마라서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탄성처럼, 그렇게.

‘엄마’ 했으니 곧 ‘아빠‘도 할 것 같았지만 ‘아빠’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엄마’ 뒤에는 마암마(맘마) 무(물) 머(뭐야)와 같은 말들이 뒤따랐다. 그 순서는 정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 모든 것이 ‘아빠’ 보다는 앞에 있었다. 맘마에 지다니, 초록이 아빠는 좀 서운해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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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서에는 아마도 발음의 원리가 가장 큰 작용을 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내 마음대로 보태고 싶다.

아기 초록이 앞에, 단어들이 어떤 질서도 없이 그저 웅성대며 모여 있는 상상을 해본다. 단어들은 애타게 자신의 차례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단어는 신이 나서 두 팔 크게 벌려 아기를 둥글게 에워싼다. 아기가 단어를 하나씩 호명할 때마다 단어는 아기에게로 오고, 차례대로 아기를 겹겹이 둘러싸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이다. 제 몸을 늘리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아기의 세계는 넓어진다.

이제 초록이 아빠의 서운한 마음을 좀 풀어주려고 한다. 비록 맘마에는 졌지만 갓 태어난 아기 앞에 모여 있는 무수한 단어들 중에 초록이가 가장 처음으로 부른 말은 다름 아닌 ‘아빠’이다.

 

(사진:alisalipa/shutterstock.com)

아기에게 엄마는 생명 그 자체이다. 엄마의 몸 안에서 지냈고 엄마의 몸을 통해 나왔으며 엄마의 몸을 물고 배를 채운다. 엄마는 곧 ‘나’이다. 그러고 보면 맘마나 물, 뭐야 같은 단어들도 자신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아기의 바깥에서 호명되길 기다리는 단어들이 아닌 것이다. 아기와 함께 태어난, 이미 아기 안에 있던 단어들이다. 반면 ‘아빠’는 생존을 확신하게 된 아기가 가장 먼저 부르는, 바깥에 있던 단어 아닌가. 아기를 에워싸는 첫 단어이자 앞으로 살게 될 세계로 통하는 문, 아빠는 아이가 처음 대하는 ‘내가 아닌 사람’ 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아이는 아빠를 통해 삶을, 세계를, 타인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빠 곰을 바라보는 아기 곰처럼 말이다.

 

아빠와 손을 잡고 더 깊은 숲 속으로, <아빠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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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새 같은 목련 꽃이 피기를 엄마 곰과 아기 곰은 손꼽아 기다린다. 목련꽃이 피는 계절이 되어야 아빠 곰이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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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돌아 온 아빠 곰에게 아기 곰이 묻는다. “아빠, 손잡아도 돼요?”

아빠 곰의 대답은 “그럼, 그럼.”

둘이 손을 잡고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처럼 자연스럽고 마음 편한 그림이 또 있을까. 한껏 올라간 아기 곰의 발걸음이 경쾌함을 전한다. 낯설고 두려운 세계를 향한 첫 걸음의 무게는 아빠 곰의 도움으로 한결 가벼워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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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숲 속에서 아기 곰은 아빠 곰 어깨 위에서 숲을 내려다보고, 아빠 곰을 타고 헤엄을 치고, 아빠 곰이 강을 건널 다리를 만드는 것을 지켜본다.

아빠 곰을 자랑스러워하는 아기 곰에게 아빠 곰이 말한다.

“나는 그저 아빠 곰다울 뿐이란다.”

이 숲 속은 그리고 더 깊은 숲 속도, 우리 같은 ‘그저 곰다운 곰’이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아빠 곰은 아기 곰에게 가르쳐 준다. 꼭 잡은 손으로, 부드러운 미소로, 나지막한 대답으로.

 

이 모든 것에는 무엇보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곳 아빠들은 바쁘기만 하다. 고즈넉한 숲 속에 사는 아빠 곰도 목련꽃이 필 때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데 정신없는 빌딩 숲 속 우리의 아빠들은 오죽할까. 피곤한 몸을 끌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는 잠들어있다. 그리고 그 얼굴은 아빠에게 서운하다 말한다. 아빠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그 마음 전하고 싶을 때, 이 그림책을 함께 읽어보자.

 

어서 보고 싶은데 <아빠는 어디쯤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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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초록이가 묻는 말이기도 하다.

“아빠는 언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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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것이 일인 아이에게 아빠는 언제나 더디기만 하다.

아빠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하늘에 닿을 듯 높게 쌓은 아이스크림 한입, 녹기 전에 먹이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한다는 것을 아이는 알고 있을까.

볼 수 없으니 알 수 없었던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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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잠든 아이의 마음속에서 아이스크림도 아빠도 녹지 않길 바란다.

길 위에 아이스크림은 결국 녹아 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니 길 위에 너무 오래 머물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꼭 시간을 내서 아이와 함께 보내길. ‘아빠’는 아이를 에워싸고 있는 첫 단어 아니던가. 아빠 곰의 손을 잡고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던, 아기 곰의 가벼워진 발걸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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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빠는 아이와 함께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까. 아빠 곰은 목마를 태우고 수영을 하고 강을 건널 다리를 만들었다. 그렇다.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아빠 곰처럼 ‘그저 아빠다울 뿐’이기만 하다면. 

 

슈퍼 놀이터 <아빠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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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빠랑 놀 때면 언제나 신나고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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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닮은 둘, 그들의 표정이 정겹다.

힘이 센 아빠는 가장 튼튼한 철봉도, 가장 빠른 미끄럼틀도, 가장 용감한 목마도 된다.

 

이번 주말은 <아빠 놀이터>를 함께 읽고 직접 슈퍼 놀이터가 되어 주는 것은 어떨지. 서로 몸을 부딪치며 노는 단 몇 분으로도 아이의 마음에는 아빠가 가득 담길 것이다. 아이 마음에 담긴 아빠는 에너지가 된다. 결코 쉽지 않은 삶을 기꺼이 살아 낼 씩씩한 기운이다.

실컷 놀아 슈퍼 놀이터에 싫증이 났다면 아주 커다란 코끼리는 어떨까. 여기, 아빠들에게 코끼리로 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그림책을 준비했다.

 

널 코끼리만큼 사랑해 <코끼리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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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인형을 아주 좋아하는 키아라를 보며 아빠는 생각한다.

“우리 집에도 저런 코끼리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그 코끼리가 있으면 우리 키아라가 좋아서 폴짝폴짝 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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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바람이 코끼리에게 닿았던 것일까. 엄청나게 커다란 코끼리에게 상자를 하나 받는다. 상자에는 코끼리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이 들어있었다. 크림을 바르고 알약을 먹는다. 그러면 피부색이 변하고 몸집이 커진다. 남은 것은 코와 귀를 코끼리처럼 바꾸는 방법인데 가장 어렵고 또 가장 귀여운 상상이 들어 있는 부분이라 밝히지 않겠다.

아빠는 그렇게 코끼리가 된다. 오직 키아라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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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으면 좋겠다. 아빠의 사랑을 통해 아이는, 나는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깊이 새기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고 싶을 때, 아이를 옆에 불러 그림책을 읽어주자. 나란히 앉아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그림책을 나눠 읽는 것처럼 쉬운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오늘은 소개하고 싶은 그림책이 더 많았다.

키아라를 등에 태우고 쿵쿵 달리는 코끼리 아빠의 모습은 이곳 모든 아빠들의 지금, 일 것이다. 오늘도 열심히 사랑하는 아빠들을 응원한다.

  Information

<아빠가 좋아> 글: 사노 요코 | 역자: 김난주 | 출판사: 비룡소 | 발행연도: 2003.07.18. | 가격: 8000원

<아빠는 어디쯤 왔을까?> 글·그림: 고우리 | 출판사: 문학동네어린이 | 발행연도 2006.10.09. | 가격: 8500원

<아빠 놀이터> 저자: 김태호 | 출판사: 한솔수북 | 발행연도: 2008.05.01 | 가격: 9800원

<코끼리 아빠다> 저자: 마이클 그레니엣 | 역자: 김정화 | 출판사: 파랑새 | 발행연도: 2008.03.17 | 가격: 11000원 *본 도서는 현재 절판된 책으로, 도서관에서 대여가 가능합니다.

/사진: 지혜

그림 같은 육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통해 아이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신 개념 육아일기. 이를 통해 ‘엄마의 일’과 ‘아이의 하루’가 함께 빛나는 순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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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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