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이만수 감독처럼
인생은 이만수 감독처럼
인생은 이만수 감독처럼
2016.07.05 15:12 by 김상욱

2014년 프로야구 감독 지휘봉을 내려놓고 라오스로 건너간 이만수 감독. 우연히 시작된 이 만남은 이만수 감독의 인생 2막을 열어주었습니다.

야구 경기를 본 적도 없는 라오스의 10대 청소년들이 난생 처음 열정 하나만으로 뭉친 ‘라오 브라더스’ 야구단. 왜소한 체격에 오합지졸 같은 그들을 처음 봤을 때 이만수 감독은 막막하기도 했지만 헐크 특유의 열정으로 선수들을 이끌어 왔습니다.

110년 전, 한국에 야구가 처음 보급됐을 때도 이런 모습이었다

변변한 야구 연습장 하나 없는 라오스에서, 실제 야구 경기는 본 적도 없는 라오 브라더스. 창단 이래 그 어떠한 외부 팀과의 경기에서도 단 1승조차 거두지 못했는데요.

2016년 1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국-라오스 친선 야구대회.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의 ‘목마른 1승’을 돕기 위해 한국 프로 야구 출신 야구인들이 라오스로 건너갔습니다. 대회 직전까지 특훈을 받은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 때문이었는지 라오 브라더스는 첫 승을 넘어 우승이라는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닌 승리 그 이상의 무언가가 라오스에서 작은 기적을 일으키는 중입니다.

우승 상패 수여식 (좌측 김수권 주라오스 한국대사)
이 우승 상패를 라오 브라더스가 받을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우승 그 이상의 가치를 이뤄낸 기적의 야구단! 라오 브라더스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헐크

한국-라오스 친선 야구대회를 마치고 돌아 온 지난 2월. 저는 라오스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만수 감독을 다시 만났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라오스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함께 땀 흘리며 라오 브라더스 우승의 감격을 나눠서인지, 다시 만난 이만수 감독과 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미소를 서로 지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이만수 감독과 만난 곳이 어디였을까요? 바로 여자 야구단 ‘블랙 펄스’를 위한 재능기부 현장이었습니다. 사실 라오스에서 이만수 감독의 컨디션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라오스 야구협회 창립 준비에, 라오스의 불볕더위 속에서 모든 대회 일정을 관리‧감독했기에 이만수 감독 특유의 파이팅이 아니었다면 버티기 힘든 강행군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좀 쉴 법도 한데, 이만수 감독은 곧바로 다시 국내 재능기부 활동을 시작했던 겁니다. 전날 내린 비로 인해 2월의 날씨는 매서운 칼바람을 동반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도 늘 한결같은 열정을 보이는 이만수 감독
매서운 칼바람의 추위도 이만수 감독을 이길 수는 없었다

“감독님. 괜찮으세요? 날씨도 추운데 좀 쉬셔야죠.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힘들죠. 그런데 해야 합니다. 약속이니까요. 약속이라는 게 ‘내가 좋은 상황일 때만 지킨다’면 그게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관중들을 위한 ‘팬티 퍼포먼스’ 약속까지 지켰던 이만수 감독의 이전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만큼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만수 감독. 그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직접 차를 몰아가며 전국으로 재능기부 활동을 다니고 있는데요. 2015년 초에 구입한 자동차의 주행거리가 벌써 5만km가 넘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감독님 같은 분이 재능 기부하러 방문하시면 정말 극진히 대접받으시죠?”

제 질문에 이만수 감독은 가벼운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교통비, 식비, 모텔에서 자는 비용 등 모두 자부담으로 합니다. 돕기 위해 갔는데 대접을 받으면 되나요?”

“모텔에서 주무세요?”

“네. 주로 지방의 학교들을 많이 다니는데 학교 근처 모텔에서 잡니다. 그리고 학교에 숙소와 급식 식당이 있으면 거기서 학생들과 같이 먹고 자기도 하고요.”

“프로 생활하실 때 고급 호텔에서만 주무셨는데 모텔에서 혼자 주무시는 게 낯설지 않으세요?”

“제 인생신조가 ‘Never Ever Give Up’입니다. 야구 꿈나무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시작한 건데 먹고 자는 환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오히려 이렇게 나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건강이 허락된 것에 감사할 따름이죠. 작년 한 해에는 전국의 초⋅중⋅고교 위주로 재능기부를 돌았는데 올해는 외연을 넓혀서 여자 야구단, 사회인 야구단에서도 불러 주시면 언제든 갈 계획입니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만수 감독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수해준다고 전해라

여전히 파이팅 넘치는 헐크 이만수 감독. 라오스 뙤약볕의 여파로 붉게 타 있는 이만수 감독의 얼굴은 라오 브라더스 첫 승의 기억을 되살려 줍니다.

“라오 브라더스가 첫 승을 넘어 우승을 했는데요. 아직 그 감격이 남아 있으시죠?”

“당연하죠. 라오 브라더스 우승의 감격은 아마도 오래 갈 겁니다. 사실 메이저 리그에서 코치했을 때도 우승을 했었죠. 제가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가 될 거라는 상상은 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그것도 88년 만에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데 제가 일조했다는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세상 모든 걸 다 이룬 것 같았어요.”

이만수 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리그 코치가 됐고 또 한국인 최초로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가 됐습니다. 이만수 감독은 미국에서도 ‘최초의 사나이’가 된 것이죠.

너희들이 메이저리그 우승 맛을 알아?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여전히 '만수 리'를 그리워한다

참 행복을 찾은 행운의 사나이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은 현역 시절 세웠던 그 어떤 기록이나 우승보다도 훨씬 컸어요. 하지만 그래봤자 그 기쁨이 딱 일주일 가더라고요.”

“고작 일주일이요?”

“네. 영원할 것 같던 행복이 일주일이 지나니까 완전 사라졌어요. 그 때는 이유를 몰랐죠.”

“그러면 지금은 그 이유를 찾으셨나요?”

“네, 사실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행복해요. 작년부터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을 만나고 국내 야구 재능기부 활동을 하면서 누리는 행복은 일주일이 아니라 1년도 가고 2년도 가요. 요즘은 ‘이런 게 인생인가’ 하는 깨달음을 얻고 있어요.”

승리 아니면 패배. 그 냉혹한 판가름 속에서 치열한 승부사로 살아야 했던 지난날들… 특히 프로야구팀의 ‘감독’이라는 자리는 더 큰 중압감으로 마음을 짓눌렀다고 합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가족도 숨을 죽이며 긴장해야 했고 패배하는 날엔 집안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승리’ 뿐인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헐크 이만수 감독이지요!

2016년 4월. 어느덧 봄의 기운이 완연한 날씨에 이만수 감독을 다시 만났습니다. 다시 만난 이만수 감독은 여전히 국내 재능기부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강동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로 이틀간 재능기부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이만수 감독의 매력에 사로잡힌 초등학생 야구 선수

"오늘 만난 초등학교 야구부원들이 너무 귀여웠어, 내가 누군지 당연히 잘 모르지. 그런데 금방 친해졌지. 나한테 자고 가냐고 물으면서 다음에 또 와 달라고 하더라."

요즘 귀가할 때마다 싱글벙글 웃으며 ‘승전보’를 전하는 이만수 감독의 행복은 가족들에게도 전염되고 있습니다.

“제가 최정상에도 올라가 봤지만 단 일주일도 못 가는 행복 때문에 왜 그렇게 치열하게 달려왔는지,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과의 추억이라든지 정말 소중한 것들을 놓치면서까지 살아야 했는지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인생에서 중요한 건 승리나 기록은 아닌 것 같아요. 라오 브라더스의 우승에 제가 감격하는 이유는 그게 승리여서가 아니라 기적이기 때문이에요. 아무 것도 없는 맨 땅에서 오로지 ‘꿈’만 가지고 일궈낸 기적… 이번 대회를 통해 라오스 청소년들이 얻게 된 자신감, 그것이 앞으로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몰라요.”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도 친선 대회에서의 우승과 자신들을 도와주는 한국 사람들에게 받은 감동이 큽니다.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은 자신들을 도와주는 한국 사람들의 온정의 손길을 더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라오스 친선 야구대회 이후로 라오 브라더스는 부쩍 더 성장했는데요. 어쩌면 우승 자체의 감격보다 한국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과 관심이 이들을 성장시켰을지 모르겠습니다.

라오 브라더스는 여전히 퍽퍽한 인조잔디가 깔린 작은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 좁은 공간에 야구를 배워보겠다고 하루가 다르게 청소년들이 몰린다고 합니다. 나날이 늘어가는 선수들의 숫자가 이만수 감독을 기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늘어나는 인원만큼 야구단을 운영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도 늘어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친선 야구대회 이후 라오스에서 야구의 인기가 높아졌다
연습용 유니폼. 해태 타이거즈의 기운을 듬뿍 받았으면 좋겠다

“저 혼자서는 할 수가 없어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제가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한다고 하니까 누구는 또 그럽디다. 야구 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고…. 다른 목적이 있었으면 이렇게 힘든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한국에서 편한 자리에 머물면서 제 개인만을 위한 삶을 살았을 겁니다. 제 목적은 오직 하나예요.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제가 가장 잘 하는 야구를 통해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시 되돌려 드린다는 약속, 그 약속을 지키는 겁니다.”

라오스와 국내에서 이만수 감독의 활동을 보면서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프로야구 감독의 자리에서 내려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국내 재능기부 활동,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라오스에서도 이만수 감독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사소한 것에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를 따라 다니는 '슈퍼스타', '레전드', '홈런왕' 등은 이만수 감독 자신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저 약속을 지키는 한 사람으로서의 '이만수'만이 존재했습니다.

보아라! 약속을 지키는 사람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지난 4월 28일, 이만수 감독은 국내 야구 꿈나무들과 라오 브라더스 야구단을 좀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돕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해온 재단을 출범시켰습니다. 바로 ‘헐크파운데이션’입니다.

지난 4월 ‘헐크파운데이션’ 창립총회에서의 이만수 감독 (사진: 헐크파운데이션)

많은 사람들의 후원 덕분에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은 내일의 꿈을 꿀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2월부터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을 통해 두 달 보름 동안 진행된 모금으로, 목표액 1000만원을 훌쩍 넘긴 3000여만원의 후원금이 마련됐습니다. 전액 라오 브라더스 선수들을 위한 야구장 건립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만수 감독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합니다.

앞으로의 라오 브라더스 이야기는 페이스북 ‘야구인 이만수’ 페이지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라오 브라더스 다큐멘터리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열 번의 연재동안 글로만 봤었던 생생한 감동의 현장, 지금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그동안 <‘헐크’ 이만수의 꿈>을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라오 브라더스 다큐영상

헐크, 야구로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꾼다

  

 

'헐크' 이만수의 꿈 “야구로 받은 사랑, 야구로 갚겠다!”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역사와 함께 했던 이만수 前감독(SK 와이번스)이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 펼치는 유소년 육성기. 라오스 판 ‘엘 시스테마’의 기적을 만들어가는 현장을 만나본다.

* 이 콘텐츠는 헐크 파운데이션(Hulk Foundation)의 스토리펀딩 프로젝트 내용을 재가공한 것입니다. 라오 브라더스와 헐크 파운데이션 후원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께서는 재단 페이스북(facebook.com/leemansoo22)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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