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기지로 사고 버스 운전자 구조한 김혜민‧김종득씨
용기와 기지로 사고 버스 운전자 구조한 김혜민‧김종득씨
용기와 기지로 사고 버스 운전자 구조한 김혜민‧김종득씨
2016.07.14 17:00 by 최현빈

“평소 누군가를 구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아빠 같은 분이 버스에 끼어 계시니 도저히 두고 나올 수가 없더라고요.”

김혜민(26)씨가 한 달 전 사고를 떠올리며 조심스레 말을 열었습니다. 현재 분당차여성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혜민씨는 고향으로 향하던 중 타고 있던 고속버스가 화물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는데요. 위급한 상황에서 부상당한 버스기사를 구조한 공적을 인정받아 견인차 기사 김종득(36)씨와 함께 ‘참 안전인’ 을 수상했습니다.

혜민씨를 만난 건 지난 7월 6일, 이날 국제무역센터(COEX) 컨퍼런스룸에선 올해 두번째를 맞은 참 안전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참 안전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 우리 일상 속 영웅들을 발굴·시상하는 것으로, 그 용기와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희망브리지와 국민안전처가 함께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2월에 4명의 참 안전인이 탄생하기도 했었죠.

이번 시상식에서는 불이 붙은 버스에서 뜻밖의 용기와 기지로 운전사를 구출한 견인차 기사 김종득씨와 간호사 김혜민씨, 그리고 최근 물에 빠진 사람 2명을 구하고 본인은 익사해 안타까움을 자아낸 30대 남성 등 총 세 명이 참 안전인으로 선정됐습니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 기념 메달 등이 전달 되었습니다.

  ‘참 안전인’ 김종득‧김혜민씨

불타고 있는 버스, 긴박했던 3분의 시간

지난 5월 31일, 김혜민씨는 부모님이 계시는 울산으로 떠나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 인근을 지날 무렵 ‘끽’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가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놀란 승객들이 마음을 다스리기도 전에 뒤이어 ‘쿵’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혜민씨가 타고 있던 버스가 앞서가던 화물차를 들이받은 것입니다.

정신을 차린 혜민씨. 다행히 자신과 다른 승객들이 크게 다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는 서로를 부축하며 버스 앞쪽으로 향했습니다. 버스 운전기사의 안내에 따라 혜민씨가 출입문의 수동개폐장치를 직접 조작해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지요. 밖에 나와 보니 사고의 충격으로 버스 후미 엔진부분에서 불길이 피어나고 있는 상황. 탈출한 승객들은 하나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요.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운전기사는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김혜민씨가 사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사님이 탈출한 승객들을 향해 ‘멀리 피하세요!’라고 손짓하면서 정작 본인은 꼼짝을 못하셨어요. 다시 들어가서 봤더니, 충격으로 움푹 들어간 핸들에 다리가 끼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직접 빼내 보려고 했지만 무리하게 빼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더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습니다. 점점 커지는 불길 속에서 혜민씨는 우선 여분의 티셔츠에 생수를 적셔 운전기사의 입과 코를 막아 연기에 질식되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불길은 커지고 있었고 구급대가 오기엔 도로가 너무 막혀 있었습니다.

김혜민씨가 버스 안으로 지체 없이 뛰어드는 모습입니다. 차체 후미는 이미 불길에 휩싸인 상황이었습니다. (사진: 6월 8일 KBS 뉴스9 보도화면)

진퇴양난의 상황을 해결한 것은 때맞춰 견인차를 몰고 온 김종득씨였습니다. 사고 지점 인근을 지나다가 연락을 받고 출동한 종득씨는 짧은 순간에 견인차 와이어로 버스 핸들부분을 당겨 버스기사를 구출해낼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종득씨와 혜민씨는 한 팀이 되어 구출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종득씨가 견인차 와이어를 고정시켜 핸들을 끌어당긴 사이 생긴 틈으로 혜민씨가 기사님을 빼내는 것이었지요.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가세한 다른 시민들의 도움으로 운전기사도 버스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혜민씨는 이후 부상자의 손과 다리 등 상처 부위를 지혈하고 버스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응급차를 기다렸습니다. 불과 3분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구조 당시의 모습으로 왼쪽 사진의 좌측이 김혜민씨, 우측이 김종득씨입니다. 오른쪽 사진과 같이 구조 직후 버스는 불길에 휩싸여 전소됐습니다. (사진: 6월 8일 KBS 뉴스9 보도화면)

“나중에 119가 도착하는 걸 보니까 다리 힘이 다 풀리더라고요. 긴장이 풀려서 그대로 엉엉 울었어요.”

김혜민씨의 말입니다. 버스기사는 손가락과 대퇴부 골절 등 중상을 입고 현재까지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용기와 기지가 한 생명을 지킨 것입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예방과 정확한 신고가 가장 중요합니다”

“앞차와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 갑작스럽게 속도를 늦추거나 멈춰도 사고를 피할 수 있어요. 사고 뒤에 구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고속도로에서 사고 현장을 숱하게 목격해온 종득씨는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며 힘주어 말했습니다. 한편, 혜민씨는 이번 사고를 통해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고 합니다. “버스가 화물차와 추돌하는 큰 사고였음에도 사고 직후 승객들이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것은 모두 안전벨트를 맸기 때문”이라면서요.

김종득씨는 “고속도로 사고 시 정확한 사고지점을 확인한 후에 신고해야 빠른 사후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종득씨는 정확한 신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습니다. 특히 신고 시에 세 가지를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①사고가 난 고속도로의 이름(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등), ②달리던 방향(경부고속도로의 경우 부산방향 또는 서울방향), ③기점(위치)입니다. 그는 “고속도로 우측변에는 200m 단위로 기점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면서, “사고 발생지점에서 전후 100m 이내 거리에 어디든 있으니 이것을 확인한 후 신고하면 신속한 사후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고속도로 갓길 측에 200m 단위로 설치된 기점 표지판 (사진: 한국도로공사)

간호사인 혜민씨는 성급한 구조가 오히려 2차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골절 등 중상을 당한 부상자를 무리하게 부축하거나 움직이면 폐, 척추 등에 손상을 입어 하반신마비 등 더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면서 “사고자의 의식을 확인한 뒤에는 주변 상황을 안전하게 하고, 구조대의 안내에 따라 응급처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던 혜민씨는 때때로 눈물을 보였습니다. “언제 다시 버스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죠. 아직은 사고 시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요. 하루 빨리 마음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다급한 사고 현장에서도 침착하게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한 김종득, 김혜민씨. 이들의 모습은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과 뉴스 보도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의 용기와 메시지가 알려져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안전하고 따뜻해지기를 바랍니다.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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