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만나는 거 맛나요?
여기서 만나는 거 맛나요?
2016.07.21 16:08 by 시골교사

대학본부 건물 앞으로 학생들이 모이는가 싶더니 그 수가 제법 된다. 경찰차와 정복 경찰도 서성이고, 카메라를 든 방송국 기자도 눈에 띈다. 생소하지 않은 풍경이라고? 그렇다. 일종의 시위 현장이다.

학생 대표가 확성기를 통해 수업료 징수에 대한 부당함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이에 호응하는 멤버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시가행진에 나섰다. 경찰차가 앞‧뒤로 시위대를 호위했고, 방송국 관계자는 시위대를 쫓아가며 인터뷰를 시도하기도 했다.

시위는 불과 30분 만에 정리됐다. 너무 조용하고 (시위와는 안 어울리게) 질서정연한 모습이라 싱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그 영향은 바로 나타났다.

그날 밤 TV에선 학교 수업료 징수 문제가 공론화 됐고, 주정부에서 이 사실을 놓고 여·야간에 활발한 논쟁을 펼쳤다. 학생들과의 의견조정 시간도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이곳 키일 대학에선 ‘등록금 징수’가 보류되었다. 정말 놀라운 추진력이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사진:Eugenio Marongiu / Shutterstock.com)

 

| 사람, 이야기… 식당으로 헤쳐모여!

독일도 6~70년대까지는 시국상황을 놓고 데모를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 되찾은 안정으로 학생들이 학업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단다. 학생들이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은 물론 바람직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이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참에, 마침 데모를 한다니 좋은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좋은 구경의 출처는 대부분 식당에서 얻는다.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다보면 아르바이트생들이 뿌린 전단지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곤 하는데, 유명인사의 초청강연, 콘서트, 서점의 책 할인정보 같은 것들이다. 아주 가끔씩은 이렇게 학생 데모의 참여를 촉구하는 소식지도 있다.

“걔랑 걔랑은 말하자면은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사진:Thiranun Kunatum/shutterstock.com)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두 개의 ‘맨자’(Mensa, 독일어로 ‘식당’)가 있었다. 맨자1과 맨자2이다. 맨자1은 비교적 최근에 보수되어 무척이나 세련되고 산뜻하다. 규모도 커서 점심시간 두 시간을 이용해 이공계, 의대, 경상대 학생들이 모두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을 정도다.

키일 대학 멘자1 전경(사진: 시골교사)

맨자2는 정반대다. 아주 후줄근한 옛 건물이다. 외벽 곳곳은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고, 내부시설도 맨자1에 비해 열악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겐 맨자1보다 훨씬 훌륭한 곳이었다.

맨자1은 한꺼번에 학생들이 몰리는 일이 많다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 서야 하고, 기다리면서 생기는 소란스러움도 감수해야 한다. 앉을 자리가 없어 모르는 학생들 틈에 혼자 끼어 식사를 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그냥 말없이 밥을 입에 쑤셔 넣는다는 느낌으로 식사를 마칠 때가 많았다.

그에 비해 허름하고 낡은 맨자2는 편하게 식사하기 딱 좋은 공간이다. 더 고무적인 건 심리적 안정이다. 그곳에 가면 한국 학생들을 만나 수다를 떨며 식사를 할 수 있는데다, 중앙 도서관 근처라 식사 후에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Antony McAulay/Shutterstock.com)

 

| ‘권위’는 뺐고, ‘위로’는 더했다

우리 학교 식당에선 교수와 학생이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밥값은 차이가 있다. 같은 음식을 놓고 교수와 교직원은 학생 식사비의 두 배를 내고 식사를 한다. 학생들의 점심 값은 시의 보조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에선 교수들이 ‘그들만의 공간’을 이용하지만 독일에선 그렇지 않다. 교수들도 일반 학생들과 섞여 식사를 한다. 먹는데 격식과 권위가 따로 없는 것이다.

학교식당 메뉴 (사진: 시골교사)

메뉴는 주 요리, 예를 들면 스테이크, 돈까스, 생선까스 그리고 독일식 굴라쉬(Gulasch, 굵직굵직한 크기로 썰어진 쇠고기와 야채가 섞여 있는 잡탕국) 정도가 있고, 거기에 본인 취향에 따라 밥과 찐 감자, 샐러드, 감자튀김, 브로콜리, 야채 볶음 그리고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등을 추가해서 먹을 수 있다.

가격은 주요리가 학생 기준으로 1700원에서 2500원 정도. 여기에 다른 것을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1000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 그렇게 합산된 독일학생들의 한 끼 식사비는 평균 4~5000원 선이다.

가난한 유학생인 우리 부부는 집에서 밥을 해가지고 가서, 주 요리 중 하나를 골라 먹었다. 매일 식당에서 한 끼씩 해결하다 보니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가 먹는 밥상이 독일 학생들에 비해 다소 초라하다고 해도 점심시간은 즐겁기만 했다. 그 시간만이 주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같이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을 만나 ‘동포애’를 나누는 자리이며, 독일어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인 동시에, 독일생활의 애환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점심 식사 후에 날이라도 좋으면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식당에서 못 다한 얘기들을 더 이어간다. ‘이제 공부하러 가자’는 말을 서로 미루면서 말이다.

(사진:Hazal Uzuner/Shutterstock.com)

 

germany

줍는 즐거움에 빠지다

독일 사람들의 절약정신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의 외모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그들은 치장에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옷차림으로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구별하기 어려운 이유죠.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청바지에 점퍼 차림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그들의 보편적인 교통수단은 자전거입니다. 자동차가 없는 건 아니지만 장을 보거나 멀리 이동할 때 외에는 잘 이용하지 않죠. 애초에 중형차를 선호하지도 않습니다. 이쯤 되니 궁금해집니다. 대부분의 삶이 이렇게 수수하기 짝이 없는데, 돈 많은 사람들은 무엇으로 그들을 차별화시키고, 부를 과시하며 사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수수한 그들도 이사철이 되면 물건을 제법 버리고 떠납니다. 시청 청소과에 신고하면 집에서 쓰던 물건을 1년에 두 번 공짜로 버릴 수가 있죠. 신고한 개수의 범위 안에서 물건을 버리면 다음날 아주 깨끗이 사라집니다. 

버려진 물건 중에는 의외로 건질만한 게 많습니다. 도심에서 떨어진 교외의 잘사는 동네일수록 더욱 그렇죠.(어려운 동네는 그야말로 쓰레기만 나오지만요.) 

우리 집 주변이 앞서 언급한 ‘어려운 동네’이기 때문에, 기대할 물건은 사실 거의 없는 편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버려진 물건들이 있으면 남편과 둘이 함께 쭉 둘러보죠. 그 중 우리 집에 있는 것보다 좀 낫다 싶은 물건은 주어 오고, 우리가 갖고 있던 더 낡은 것은 그곳에 갖다 버립니다. 그렇게 돈 한 푼 안들이고 주워 쓰거나, 교체해 쓰는 것도 독일생활의 재미라면 재미입니다.

(사진:Smiltena/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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