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명의 아버지?
전쟁, 발명의 아버지?
2016.07.28 17:53 by 정원우

자고 일어나면 흉칙한 뉴스가 기다린다. 바다 건너 어딘가에선 무차별 테러가 일어났다고 하고, 도심 어딘가에선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고 하는 등 잔혹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불안감도 커진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요즘이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더 아찔하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면, 테러보다도 몇 배 더 무서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전쟁은 그야말로 매몰찬 놈이다. 일단 발발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나라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역사는 이런 잔인한 전쟁도 우리에게 뭔가 주는 것이 있다고 말해준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전쟁을 계기로 생겨난 새로운 물건들에 대한 것이다. ‘발명의 아버지’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을 붙인 것도 그래서다. 

(사진:Rocksweeper/shutterstock.com)

보통 ‘발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에디슨이다. 에디슨의 특허 개수만 자그마치 1000종이 넘는다고 하니 발명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에디슨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발명품이 전쟁을 밑거름 삼아 탄생했다. 그 중 전쟁과는 어울리지 않는 예상치 못했던 것들을 모아봤다.

 

| 출생의 비밀, 환타 편

(사진: faizol musa/shutterstock.com)

형형색색의 음료 '환타'. 콜라나 사이다가 질릴 때면 종종 찾는 음료다. 그런데 실제로 환타가 코카콜라의 대체품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미국의 대표 음료인 코카콜라는 1930년대 독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1934년 독일에서만 250만병 가까이 팔리고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39년에는 무려 450만병이나 팔렸다고 한다. 그런데 전쟁으로 인해 미국과의 교역이 끊기면서, 독일은 더 이상 코카콜라의 원액을 공급받지 못했다.

코카콜라의 생산 방법은 지금도 극비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독일에선 자체적으로 코카콜라를 생산해내지 못했고, 코카콜라를 대체할 만한 음료가 필요했다. 급기야 코카콜라 독일 지사장은 연구진에게 대체 음료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연구진들은 코카콜라 특유의 색을 내지 못하여 다른 색의 음료를 만들어 냈다. 그것이 환타이고, 지금은 110여가지 다양한 맛으로 생산되고 있다.

 

| 환절기 내 친구, 카디건도?

(사진: Maksim Ladouski/shutterstock.com)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면 외출할 때 카디건을 꼭 챙겨나간다. 더운 낮에는 손에 들고 다니다가, 추울 때 걸치기 좋기 때문이다. 따뜻한 니트 재질에, 벗고 입기에도 편하다. 카디건의 기원은 19세기 중반 영국, 프랑스, 오스만 제국 등의 연합군과 러시아가 맞붙은 크림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상당한 병사들이 환복에 꽤나 애를 먹었는데 어느 영국 백작이 병사를 배려해 만들었다고. 그 백작의 이름이 카디건이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카디건 백작은 죽어서 이름을 남겼다. 

 

| 티셔츠, 자른 게 아니라 덧댄거라고

민소매가 먼저? 티셔츠가 먼저? (사진: Ljupco Smokovski/shutterstock.com)

티셔츠는 전쟁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군대 시스템에 의해서 발명된 것이다. 무더운 날씨에 군함의 선원들은 짧은 민소매만 입고 작업을 했다. 19세기 말의 어느 날,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검열을 위해 군함을 방문하게 되었다. 예의를 갖춰야하는 분인데다가, 여성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선원들은 겨드랑이, 가슴 털을 가리기 위해 민소매 팔 부분에 천을 덧대었다. 그것이 티셔츠의 시초다. 티셔츠를 입다가 더워서 잘라 입은 옷이 민소매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반대였던 것이다.

 

| 집념의 유산, 통조림

(사진: Evlakhov Valeriy/shutterstock.com)

통조림의 역사는 워낙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나폴레옹이 오랜 이동시간 때문에 상하는 군용 식량에 불편함을 느낀 데서 시작됐다. 장기간 보존 방법에 대해 상금을 걸고 공모를 했고, 그렇게 통조림이 탄생하게 됐다. 지금의 캔 통조림은 아니었고, 사실 음식을 가열하여 병에 담고 코르크 마개로 막는 정도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원리를 알고 있던 것이다.

 

| 태양의 후예의 필수템, 선글라스

(사진: Neale Cousland/shutterstock.com)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 공군을 위해 제작된 것이 선글라스이다. 비행조종사들은 강렬한 햇빛 때문에 두통을 호소했고, 심지어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 항공대는 1930년대에 바슈롬 사에 자외선 차단용 보안경 제작을 의뢰했는데 그렇게 탄생한 것이 '레이 밴'의 첫 모델이다. 

생김새만 따지면, 사실 최초의 선글라스는 1430년 중국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선글라스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현재의 것과 생김새만 비슷할 뿐, 기능이나 용도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시력 교정용이나 자외선 차단용이 아니라, 눈을 가리기 위해서 사용됐다. 법정에서 판관들이 눈을 가리기 위해 스모크 칼라의 안경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전쟁에게 고마워해야 할까?

필자는 위에 나와 있는 것들 중 하나도 빠짐없이 자주 사용한다. 전쟁이라는 불행 속에서 태어난 작은 선물이다. 매우 유용하게 쓰지만, 전쟁 ‘덕분’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전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분명히 많을 테니까. 대신 저 물건들을 발명해준 한 사람 한 사람과 전쟁 속에서 고생했을 우리 선조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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