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워! 같이 안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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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17:45 by 지혜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아이에게 <엄마의 가슴> <아기 다람쥐의 모험>

어떤 일이든 되풀이하다 보면 손에 익기 마련이고 결국 능숙해 지는 법이다. 그러니 엄마로서 나의 시간이 쌓일수록 육아도 점점 잘 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는 거기에, 그대로 있지 않았다. 늘 자라고 있었다.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아이를 예상하고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완전한 착각이었다.

이제 좀 키울만하다, 마음을 놓았는데 초록이는 보란 듯이 “엄마 미워! 나 엄마랑 같이 안 살 거야! 아빠만 같이 살래! 엄마는 다른 집으로 가!”라고 했다. 집에 놀러 온 친구에게 양보를 안 하고 이기적으로 굴어서 한마디 했더니 저런다.

초록이는 다섯 살이다. 말로만 듣던 미운 다섯 살이 이렇게까지 미울 수 있는 것이구나, 비로소 깨닫는 순간들. ‘여기는 엄마 집이야, 엄마가 싫으면 네가 나가!’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정말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나의 인내심은 기특하게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정말 서운해.” 이번에는 꽤 나긋하게 잘 넘겼다. 그러나 나의 인내심이 언제 고삐가 풀려 길길이 날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아이와 나는 이 여름을 아주 치열하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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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니가 그렇게 예쁘면 엄마는 나 말고 언니 데려다가 키우면 되겠네.”

세상에,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초록이의 얼굴을 돌아보니 두 눈에 커다란 눈물방울이 매달려 있다. 눈물을 떨구고 싶지 않은지 앙다문 입술이 빨갛다.

남편과 나는 우리 동네에 사는 어떤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인데, 일하는 엄마 대신에 동생 하원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오고 동생과 동생의 친구들까지 살뜰하게 잘 챙겨 놀아주는 모습이 참 예쁘다. 그 아이를 보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 날은 동생 가방을 대신 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이 왜 이렇게 아쉽던지, 급하게 동네 가게에 가서 봉투에 아이스크림을 가득 담아 건넸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나 아까도 다 봤어. 나한테는 아이스크림 안 주고 언니한테만 줬잖아. 그리고 지금도 아빠한테 언니 얘기만 하잖아. 언니가 그렇게 좋아 엄마는? 그러면 나 말고 언니 데리고 와서 키우면 되겠네!”

초록이의 절절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밉기만 했던 다섯 살’의 이유가 내 안에 들어왔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또 확신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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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자. 나는 이미 여러 육아서들을 통해 ‘배웠다’. 아이가 엄마를 향해 미운 말을 내뱉는 이유와 그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식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육아서에서 배운 대로 이상적인 엄마가 되는 것은, 적어도 나의 현실에서는 잘 안됐다. ‘여전히 엄마는 널 사랑해’라고 대답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렵던지. ‘엄마’보다 ‘나’라는 사람이 먼저 나와서 아이의 미운 말에 상처를 받고 화를 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렇게 우리의 마음이 겹치는 순간이 문득 찾아온다는 것이다. 초록이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려 하고, 나는 그 마음을 자세히 살펴보려 하는 순간이 있어 우리는 계속 사랑을 이어간다.

기꺼이 얘기해주려고 한다. 육아서에서 배운 말이 아니라 나의 진심이 하는 말을 가득 담아서.

   

 

사랑한다는 말 보다 더, <엄마의 가슴>

보통 그림책들 속에 엄마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널 사랑해, 말하고 또 말한다. 그림책을 읽고 나면 나도 덧붙인다. 사랑해. 그러다 보면 이 말은 여기저기 흔하게 널려있는 것들 중 하나일 뿐 말할 때도 들을 때도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사랑을 사랑처럼 혹은 사랑답게, 할 수 있는 문장들을 찾고 싶었다. <엄마의 가슴>처럼 말이다. 이 그림책에는 사랑한다는 말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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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가슴과 아이의 가슴은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아주 가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한 문장으로, 나란히 그림책을 읽던 우리는 순식간에 특별해진다.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끈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기에. 그 끈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생기는 모든 일은 엄마의 가슴속에도 어떤 변화를 일으키게 되고,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며 이 책은 ‘사랑해’ 하나 없이 사랑을 말한다.

엄마의 가슴은 ‘아이’ 때문에 춤을 추기도 하고 천 개로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기도 하고 녹슬거나 부드럽게 두근거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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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장들 속에서 반복되는 ‘아이’ 대신에 초록이의 이름을 넣어 읽는다. 그러면 나의 가슴은 초록이가 만드는 것이 된다. 아이는 내가 이 정도야? 하는 좀 우쭐한 기분이 드는지,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유난히 질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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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변한 엄마의 가슴에 대해 몽땅 알아야겠다는 듯 단어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질문은 쉬지 않고 쏟아지지만 결국 하나로 모인다. “엄마 가슴이 왜 이렇게 된 거야?”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아이는 이미 알고 있다. ‘널 사랑해서 그래’

 

사랑은 도토리를 타고 <아기 다람쥐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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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다섯 살, 미운 말을 해서라도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또 확신하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일 텐데. 초록이는 그런 자기 마음을 알고 있을까. 무수히 쏟아지는 사랑한단 말을 듣기만 하느라, 정작 자기 가슴 속 사랑을 표현할 겨를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처럼 멋지게 말해보고 싶은데 서툰 단어들 사이에서 조심스러웠던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을 하며 고른 그림책이 <아기 다람쥐의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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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다람쥐가 엄마와 아빠 몫의 도토리까지 챙기려는 생각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 도토리를 입 안 가득 물고 신이 나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사랑이라는 것, 그리고 입 안에 물고 온 도토리를 내놓는 대신 엄마와 아빠 다람쥐를 꼭 안고 온기를 전하는 것으로도 그 사랑을 충분히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기 다람쥐를 보며 초록이도 자기 안에 있던 사랑의 감정을 살펴보고 기꺼이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함께 이 책을 나눠 읽는다.

오늘도 미운 다섯 살은 미웠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서로를 향해 화를 내고 우는 일은 계속 생길 테지만 화해를 하고 꼭 안아주는 일도 이어질 것이니 괜찮다. 우리는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끈을 나눠 가진,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Information

 <엄마의 가슴> 저자:이사벨 미뇨스 마르틴스 | 그림:베르나느두 카르발류 | 출판사:별천지 | 발행연도:2012년 5월 25일 | 가격:9000원

 <아기 다람쥐의 모험> 저자:신경림 | 그림:김슬기 | 출판사:바우솔 | 발행연도:2013년 11월 19일 | 가격:12000원

/사진: 지혜

그림 같은 육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통해 아이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신 개념 육아일기. 이를 통해 ‘엄마의 일’과 ‘아이의 하루’가 함께 빛나는 순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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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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