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중간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스리랑카. 여러분은 이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스리랑카의 모습은 그다지 다채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쓰나미, 내전, 홍수 등으로 가끔 뉴스에나 보일 정도였죠.
제가 도착해서 느낀 스리랑카는 놀랍도록 친절하고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그 환함 이면에는 지난 2009년에야 끝난 내전의 상처가 깊게 패여 있습니다. 무려 26년에 걸친 전쟁으로 지금도 그 상처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스리랑카의 종교와 민족 문제는 아직도 지속적인 갈등요인으로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편 스리랑카는 OECD 개발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ee) 기준으로 중저소득국가군에 속해 있습니다. 재해에 취약한 편으로,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가뭄, 폭우, 태풍, 쓰나미 등 대형 자연재해에 자주 노출되곤 합니다. 지난 글에서 스리랑카에 도착한 첫날, 가뭄으로 인한 장시간의 정전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그 이후 한 달간 잦은 정전이 반복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우기에는 심각한 폭우로 산사태, 홍수 등 전국적으로 많은 지역들이 피해를 입었고 제가 일하는 사무실 또한 침수되어 두 달 가까이 국제노동기구 내부에 설치된 임시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United Nations Volunteers(유엔자원봉사단, 이하 UNV)로서 UNV Sri Lanka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UNV는 UNDP(유엔개발계획)의 산하기관으로 1971년 유엔총회의 결의로 탄생됐습니다. UNV는 봉사정신을 통해 전 세계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평화유지에 기여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본부는 독일의 본(Bonne)에 위치하고 있는데, 본부 외에도 86개국에 현장사무소(Field Unit)가 설치돼 있습니다.
UNV의 주요 사업
Development Assistance: 개발 지원 분야- Delivery of Basic Services: 기초 서비스 전달
- Disaster/Crisis Prevention and Recovery: 재난 예방과 회복
- Environment and Climate Change: 환경과 기후변화Humanitarian and Peacekeeping Operations: 인도주의 & 평화유지 활동 분야
- Humanitarian Assistance: 인도주의적 지원
- UN Peacekeeping Operations: 유엔평화유지활동
- Post-Conflict Electoral Operations: 분쟁 후 선거 관리
봉사의 경제적 가치 환산해보니
스리랑카 GDP의 1.7% 차지해
UNV 스리랑카는 1974년부터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리랑카의 개발목표에 맞춘 청년문제, 사회통합, 민주적 국가경영, 그리고 재난위험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UNV의 봉사정신은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실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UNDP와 스리랑카의 사회복지부(Ministry of Social Empowerment and welfare)가 설립한 국립봉사사무국(National Volunteering Secretariat)의 2014년 조사에 의하면, 스리랑카에서 봉사활동의 경제적 가치는 약 1549억 스리랑카 루피(미화 약 11억9000만 달러)로 GDP의 1.79%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수치가 스리랑카의 최저임금(시간당 64루피, 우리 돈 약 400원)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가 있는데요. 제가 일하는 스리랑카 UNV 현장 사무소는 정부와 다른 UN 기관, 그리고 민간단체들과 협력해 다양한 개발 과제에 협력함과 동시에 봉사정신을 함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재난위험 감축 및 기후변화 혁신분야의 UNV로서 커뮤니케이션 부서에 속해 있습니다. 주로 스리랑카 종합 재난관리 프로그램(Sri Lanka Comprehensive Disaster Management Programme)을 지원하기 위해 재난대책이나 기후변화에 관련된 영상 및 사진 촬영, 기사작성 등 콘텐츠를 제작하며, 일반인 및 청소년들이 각종 개발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봉사자로서 개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소셜미디어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스리랑카의 개발 현장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UN 기관들 및 정부 관련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와 현장의 모습을 접했고, 이를 통해 현지의 다양한 개발의제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UNFPA(유엔인구기금), UNWOMEN(유엔여성기구),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IOM(국제이주기구) 등 다른 UN 사무소들과 함께 재난과 같은 어려운 주제와 콘텐츠들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UNV의 방향성은 많이 다른 편인데요. 기금지원 기관이나 주최 측에 어필하기 위해서 현장의 어려움을 강조하기보단 UNV들이 그곳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려고 하지요. 또한 인식제고를 위해서도 더욱 많은 사람들을 개발현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콘텐츠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UNV들, 그리고 이들이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변화 위주로 홍보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홍보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활발한 소통 및 봉사활동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사무실은 다음 주에 다가올 국제 청년의 날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저 또한 각 정부기관 그리고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 UNFPA와 같은 다른 청년 의제를 다루고 있는 UN기관과의 회의와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전국적으로 모이는 청년들끼리 다양한 상호작용이 펼쳐질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스리랑카 현장 사무실의 분위기는 열정이 넘치는 젊은 청년들이 가득한데 한편으론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출근시간보다 전에 출근하기도 하고, 다들 일을 끝내느라 퇴근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행사가 있을 때는 밤늦게까지는 물론이고 주말도 마다않고 일하는 편이죠.
“UN이 곧 UNV야.”
제가 이곳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무실에서 25년간 근무해 온 사무실 동료가 들려준 말입니다. 그만큼 UN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봉사정신, 인류애, 그리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이러한 봉사정신이 세계의 다양한 NGO들, 그리고 UN의 진짜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UN 희망원정대 네팔,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나, 피지, 스리랑카. 이 여섯 나라에서 활동하는 UN 봉사단 청년들이 현지에서의 활동과 생활을 고스란히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각자가 속한 UN 기구에서의 이야기와 함께 그곳의 사회와 문화, 여행정보 등 6개월 동안 보고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